얼마전 방에 들어가 앉아서 먹는 좌식 냉면집에 갔는데 대여섯개 테이블에....가족과 함께 온 젊은 엄마들이 "죄다" 등짝의 아랫부분(거의 꼬리뼈까지)을 드러내고 앉아서 냉면을 먹고 있었다.  섹시하다기보다는 추해 보였다. 아니 안쓰러웠다.

오늘 아침 아이 유치원 버스 태우러 나갔는데 멋진 츄리닝을 입고 나온 아이 엄마...운동화를 덮는 길이의 야들야들한 바짓단으로 온 아파트 마당을 다 쓸고 다녔다. 울 아파트는 유난히 개키우는 집이 많아 아파트 곳곳에 개의 대소변이 디글디글한데...(따끈따끈 갓 생산된 신선한 것부터 먼지로 화한 것까지...) 역시 스타일리쉬하다기보다는 드러워 보였다. 아니 안쓰러웟다.

하지만 어찌 입는 사람의 죄랴? 나오는 옷들이 죄다 그러한걸...바지의 밑위는 어디까지 내려가나 두고보자.... 할 정도로 짧아지고 있고 바지 밑단은 위에서 밀고 내려오니 나도 내려갈수밖에...하면서 길어지고 또 상의는 짧아지고 있다.  나는 비교적 덜 내려가고 덜 올라간 옷들을 찾아서 입는 편이지만...그래도 유행의 도도한 흐름에 완전히 거역할 용기는 없다. 극단적으로 내려가고 극단적으로 올라간 옷들은...사실 머...몸매가 안 받쳐줘서 못입는거쥐...

암튼...입는 사람들은 죄가 없다지만...편리나 편안함, 위생, 실용 다위는 전혀 고려치 않고 지들 맘 가는대로 유행을 창조해내는 패션 비지니스계의 거장들에게는 다소 욕을 해주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욕을 하면서도...사회적으로 강요된 심미안이란건 실로 무서운 것임을 실감한다.

아....주...오래된 영화..이를테면 20세기 초중반의 영화들을 보면 그 괴상망칙한 의상때문에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몰입이 안되기도 한다. 대표적 예가 진 캘리(짐 캐리 말고....Gene Kelly) 가 나온 뮤지컬 영화 <Singing in the Rain>이나 <American in Paris> 같은 영화를 보면.....

바지의 허리선이 배꼽을 덮고 거의 명치까지 올라오고(켁!) 바짓단은 복숭아뼈가 보일 정도로 짧다. 지금의 유행과 정 반대인 셈이다. 이런 옷을 입고 펄쩍펄쩍 뛰며 춤추는 모습 역쉬......아무리 시대를 초월한 심미안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도...섹쉬해보이지 않는다. 어떤 편인가 하면......안쓰럽다.

진 캘리와 거의 동시대인이신 울 시아버님은 스웨터를 바지 속에 집어넣어 입으신다. 그런데 영화에서 진 켈리도 딱 그렇게 입는걸 발견했다! 아마....아버님 젋었을때 유행을 평생 고수하시는 듯.....^^

결론은...패션 비지니스업계의 거장들에 대한 울화통이다.

한번 사면 수십년 입어도 뽕을 못뺄 비싼 옷들을 팔면서...3-4년 지나면 도저히 못입도록...밑위를 올렸다 내렸다 바짓단을 넓혔다 좁혔다 요변덕을 떨어대니 말이다. 되도록 천과 바느질이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자 주의였는데...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 같다. 그나마 유행을 덜 타는 옷을 골라 사기 때문에 아직도 처녀적 옷을 요긴하게 입고 있긴 하지만......남들이 이런 나를 보면 말하겠지..."안쓰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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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ticket 2005-10-2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쓰럽다.."란 말, 압권이네요^^

딸기 2007-10-0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웨터를 바지 안에 집어넣어 입으신다고요... 진캘리는 잘 모르지만 (짐캐리는 아는데...) 상상이... 되네요. 웃겨요 ^^
저는 호박바지가 유행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 편하면서 몸매 걱정 없으면서... 좋을텐데.

이네파벨 2007-10-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혹시 딸기님도 하체튼실꽈?
그그그그그렇다면..반가와서 얼싸~ 안아드려요...ㅋㅋㅋ

딸기 2007-10-04 13:16   좋아요 0 | URL
저는 하체가 튼실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체가 너무 빈약한 것이 문제인(결과적으론 똑같지만) 체형이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