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뒤늦은, 때맞지 않은, 어울리지 않는, 적절치도 타당치도 않은....학구열이람....

결코 내세울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별로 짧지도 않은 가방끈을 가졌지만......그렇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이대로 죽으면 "못배운 한"으로 구천을 떠돌것 같다.

사실 난 학위니 학교에 대한 욕심같은건 별로 없다. 어차피 이 나이에 졸업장 받아 직업을 구할 것도 돈을 벌 것도 아니고...그저 하고파서 하는 공부.....자기만족만을 위해 무슨 코스를 다시 밟는건 pros & cons를 잘 따져봐야 할 일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극을 받고, 집약된 강의를 듣고, 무엇보다 강제성이 부여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누군가가 디자인해놓은 커리큘럼과 코스를 따라가면서 내 적성에 안맞아 투덜대고 시간 낭비하게 되는 단점도 있을 것이다. (여우와 신포도 우화가 생각난다....쩝)

어쨌든, 하고 싶은 공부, 듣고 싶은 course가 있음에도 현실적인 이유로 맘 한 구석에 고이 접어놓고...방향과 발상을 바꿔서....혼자서 독학으로 내가 관심 가진 분야들의 책을 폭넓게, 깊이 있게 읽고 공부하리라....다짐을 해 보았지만....이 역시 쉬운 노릇이 아니다.

엄마 노릇, 아내 노릇, 딸 노릇, 며느리 노릇 해가면서...거기에 번역이라는 "일"까지 하면서..."공부".....아니...그냥 "독서"나마 짬짬이 하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다. 아니...거의 불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이번 주는 유난히 바쁘고 산만한 한 주였다. 월요일은 공포의 휴일...(토요일도 휴일도 명절도 빨간날도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돌맞을 소리지만....) 화요일은 남편 관련 부인들 모임으로 지방까지 다녀오느라 하루를 잡아먹고 수요일은 시어머니 모시고 병원갔다오느라 역시 하루 종일...오늘도 오후에 아이 운동하는데 가보아야 한다.....아주머니가 오시는 화수목 동안 어디 안나가고 오롯이 일할 수 있는 주는 정말 축복받은 주이다.

"공부"나 "독서"를 실컷 하고 싶으면 "일"을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라고 사람들(...주로...남편...ㅡ,.ㅡ)은 말한다. 

"공부"가 나의 가장 사적이고 멀리 떨어져 있고 잡히지 않는 꿈이라면...

"일"은 나와 사회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고리이고 가까이 있고 손에 잡히는 현실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고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나를 부추긴다. 너는....엄마, 딸, 아내, 며느리 이상의 존재라고...

설사 일을 놓는다 하더라도.....그 공백을 엄마......노릇이 냉큼 차지하게 될 게 뻔하다.

그렇다고 "엄마............노릇"을 포기할 수도 없거니와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어쩌면 사실은 그게 내 raison
d'tre일지도 모른다...아마도...그렇겠지...

얘기가 옆으로 샜다....아무튼 나날이 여러개의 공을 가지고 저글링하는 것 같다. 지금 여기에 뭔가를 덧붙이는건 아예 불가능하고 현상유지마저 허덕일 판이다....공부는...확실히...사치이다...내게는..

나아중에 애들 다 공부시켜놓고...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면 그 때는...학교도 등록하고 강의도 듣고 논문도 쓰고 그러면서....제대로 공부란걸 해볼 수 있을까?

아니면 안식년처럼...내년까지 잡힌 일들 마무리되면....한 1년쯤 일을 쉬면서 혼자 공부하고 책읽고...그렇게 살아볼까?

생각만 많다.....

이 불타는 학구열도 어느날 봄눈녹듯 말끔히 휘발해버리는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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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0-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군대있을 때 너무너무 책 보고 싶고 공부 하고 싶었는데... ...뭐든 하기 힘든 상황에서 하고 싶은 욕구는 더 심해지죠. 열병처럼 곧 사그러들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