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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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비평의 문을 연 책 『다락방의 미친 여자』 저자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가 40년 만에 다시 목소리를 냈습니다. 80대가 된 노년의 작가들이 왜 다시 힘을 합쳐야 했을까요?


하루 동안 일어났던 시위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는 여성 행진 시위. 바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 일어난 시위였습니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시위에 참가하는 대신 집필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70년대에는 신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었지만, 2017년에는 타락한 인물이 지배하는 세계를 응시하게 된 겁니다. 절망감에서 비롯된 시위였습니다. 그동안의 페미니즘 운동은 실패한 걸까요? 쇠퇴했다가 다시 부활한 것일까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 왜 우리와 우리의 많은 친구들은 여전히 미쳐 있을까를 고민하게 합니다. 여기서 미쳐 있다는 것은 격노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는 권위와 남성성의 동일시 문제를 검토했다면 <여전히 미쳐 있는>은 미국 정치와 젠더의 관계를 고찰합니다.


정치사에서 페미니즘의 긴장과 갈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로 힐러리 로뎀 클린턴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성차별주의와 미소지니(여성혐오)를 경험하면서 공직에 출마했고, 편집위원, CEO, 미국 대통령이 되는 일에 뛰어들었던 그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나봅니다.


<여전히 미쳐 있는>에서는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페미니즘의 역사를 돌아보며 21세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제2물결 페미니즘을 들려줍니다.


이 책은 단순히 페미니즘의 쇠퇴와 몰락 또는 죽음과 부활을 다룬 역사가 아니라 "수 세대에 걸쳐 여성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문화적 변혁의 비전을 형성하기 위해 자기 삶의 수수께끼를 타진해왔는지 따져보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시인, 소설가, 극작가, 가수, 저널리스트, 이론가 등 대표 인물들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해온 여성운동사를 만나게 됩니다.


1950년대 순응주의 삶과 반발하는 삶 속에서 혼란을 겪은 여성들이 어떤 식으로 각성하게 되는지 그 여정을 실비아 플라스의 삶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60년대에는 그 유명한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헬렌 걸리 브라운이 등장합니다. 전례 없는 성 혁명의 화신들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오늘날의 삶에 큰 영향을 준 70년대 여성운동은 미국의 제2물결 페미니즘을 본격적으로 열었습니다. 이 여정의 바탕이 된 작가들의 책을 함께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도리스 레싱의 지혜를 도움받아 "이 빌어먹을"로 시작하는 케이트 밀릿의 『성 정치학』을 시작으로 수전 손택, 에이드리언 리치, 어슐러 르 귄, 오드리 로드 등 쟁쟁한 인물들이 쓴 책을 살펴봅니다.





80년대와 90년대 페미니즘은 정체성 정치라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초국가적 맥락에서 성적 불평등과 인종적 불평등을 분석하는 겁니다. 미국의 도덕적 타락에 기여한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를 다룬 에이드리언 리치, 토니 모리슨 등의 책이 소개됩니다. 더불어 동성애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 이브 코소프스키 세지윅과 퀴어 이론의 토대를 만든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통해 새로운 페미니즘 경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기가 바뀌면서 신세대들의 페미니즘사가 이어집니다. 21세기 여성 작가들이 구축하는 다양한 연대를 발견합니다. N. 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3부작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제미신의 삶과 작품을 분석하는 파트도 반가웠습니다. 리베카 솔닛, 마거릿 애트우드 등 언론계에서 입지를 구축하는 페미니즘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이 모든 여정에서 발생하는 백래시 현상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아내와 어머니 역할을 넘어 작가의 삶도 원했던 실비아 플라스가 독신 여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글로리아 스타이넘에 대한 터무니없는 가짜뉴스, 인종 간 여성 작가들의 갈등 등 페미니즘 의제가 반대자들에게 이용당하거나 안티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수수께끼를 다룬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미국 정치 현장에서의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낸시 펠로시 두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여전히 미쳐 있는>. "타당한 이유로 여전히 미쳐 있는" 이 시대 페미니즘의 현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페미니즘 주역들의 삶을 통해 시기마다 여성들이 꿈꾼 미래와 분노를 엿볼 수 있는 <여전히 미쳐 있는>. 가정과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부장제의 유령은 정말 끈질깁니다. 그에 맞서 여전히 미쳐 있는, 미칠 준비가 되어 있는 오늘날 여성 연대의 힘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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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우울증 치매 이렇게 고쳐라 - 기능의학 선구자 마크 하이먼 박사의 뇌 질환 완치 혁명
마크 하이먼 지음, 이재석 옮김 / 정말중요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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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인체에 대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적 시스템, 기능의학. 증상의 근원을 조기에 탐지해 치료할 수 있도록 신체 시스템의 이상을 살피는 미래의학입니다.


기능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정신과 의사 마크 하이먼은 건강하지 못한 신체 시스템을 치료하면 현대인의 질병인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ADHD 우울증 치매 이렇게 고쳐라>에서 고장 난 뇌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뇌와 정신 건강에 대한 대표적인 질환으로 ADHD, 우울증, 자폐증, 알츠하이머병 등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들은 그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뿐 사실은 모두 동일한 근본 원인에서 파생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자도 겪었습니다. 우울증, 만성대장증후군, 섬유근육통이라는 처방을 받으며 주의력결핍장애, 우울, 치매의 증상이 나타났던 겁니다. 현대 의학은 그 원인을 개인의 과거사, 뇌의 화학적 불균형에서 찾습니다.


물론 기존 치료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회복 치료 과정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연결고리일 뿐 고장 난 신체 시스템을 복구하고, 내 몸을 치유하는 법을 알게 된 다음에야 정상적인 뇌를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그렇게 자신의 증상을 치료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회복을 도왔습니다. 그 증거들이 이 책에 소개됩니다.


사고방식의 핵심은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뇌의 고장은 기분, 기억, 행동, 주의 변화로 이어지는데 우리 몸의 일곱 가지 핵심 시스템의 균형이 깨진 결과입니다.


뇌의 장애는 몸의 핵심 시스템에서 발생한, 치료 가능한 불균형 때문이라는 걸 이해하고 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ADHD 우울증 치매 이렇게 고쳐라>에서는 건강한 뇌, 몸과 마음이 최상인 상태로 만들기 위한 울트라마인드 솔루션을 처방합니다. 신체 시스템 불균형의 일곱 가지 핵심 시스템을 통해 균형을 회복해 뇌 고장의 근본 문제를 바로잡는 겁니다.


열두 살 클레이튼은 ADHD, 비정상적인 글쓰기, 두드러기, 천식, 복통의 증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ADHD 치료제인 리탈린, 알레르기약, 흡입용 마스크, 위산 억제제, 진통제 등 일곱 가지 약으로 치료 중이었습니다. 증상을 개별 진단으로 쪼개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그럼에도 클레이튼의 신체, 정신, 행동상 증상은 완화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클레이튼에게 울트라마인드 솔루션을 적용합니다. 일곱 가지 불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처방을 내립니다. 체내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원인을 찾아내 조치하고,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결핍된 영양소를 보충하자 건강과 뇌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겁니다. 근본 원인을 치료하고 불균형을 바로잡자 클레이튼의 신체 증상은 모두 사라집니다. 쓰기 장애까지 말이죠. 겨우 두 달 만에.


이처럼 기능의학적 접근법으로 고장 난 뇌를 치료할 수 있도록 이 책에서 울트라웰니스(활기있고 기쁨 넘치는 행복한 삶)의 일곱 가지 열쇠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영양 상태 최적화, 호르몬 균형, 몸속 염증 제거, 정상적인 소화, 몸속 독소 해독, 에너지 대사율 증가 그리고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것까지 일곱 가지 열쇠는 울트라마인드 솔루션의 핵심입니다.





<ADHD 우울증 치매 이렇게 고쳐라>에서는 이 핵심 열쇠들이 우리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자세히 살펴보면서, 일곱 가지 열쇠 중 어느 것이 깨졌는지 알 수 있는 자가 체크리스트도 소개합니다. 이 일곱 가지 열쇠는 독립된 개별적인 게 아니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상호작용하기에 일곱 가지 열쇠의 균형을 두루두루 회복해야 합니다.


울트라마인드 솔루션으로 양극성장애와 우울증으로부터 회복된 51세 남성, 폭력적인 행동이 가라앉은 12세 남아, 평생의 불안과 우울증에서 벗어난 21세 여성, 기억 상실 및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던 70세 남성 등의 사례를 통해 뇌 고장 치료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 정신의학과 신경의학이 공유한 신화를 해체하고 기능의학의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실을 들려주는 <ADHD 우울증 치매 이렇게 고쳐라>. 뇌가 건강해지는 6주 프로그램 울트라마인드 솔루션을 만나보세요.


올바른 식사법, 적절한 보조제, 생활습관 전반을 이번 기회에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열광하며 봤던 미드 닥터하우스처럼 흠뻑 빠져들게 하는 책입니다. 증상만 덮을 게 아니라 건강한 몸과 정신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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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유럽예술문화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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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적 지식인을 꿈꾸며 살아온 광고인 하광용의 유럽 문화 예술 지식 레시피 <TAKE OUT 유럽예술문화>. 인문학적 학습과 삶 속의 경험이 어우러진 인문교양에세이입니다. 유럽 여행지를 돌아보고, 음악도 듣고, 그림도 감상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유럽의 예술과 문화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클래식의 순간들에서는 음악사에서 항상 붙어 다니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같은 해, 같은 지역에서 태어났고 같은 병을 앓고 같은 사인으로 죽은 동갑내기 두 음악가는 사실 평생 만난 적인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같지만 다르게 산 바흐와 헨델의 삶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소확행 대신 크고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대확행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비일상적이고 특별한 행복, 대확행. 저자의 기준에서 대확행을 이룬 사람은 길버트 카플란이란 남자라고 합니다. 비음악인으로서 90여 분의 대곡에다가 난해하기로 소문난 구스타프 말러의 2번 교향곡 전문 지휘자가 된 인물입니다. 왜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왜 대확행을 이룬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들려줍니다. 덤으로 말러의 2번 교향곡이 왜 넘사벽인지도 들려줍니다.


르네상스를 빛낸 3대 미술가로 거론되는 라파엘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라파엘로 사후에 젊은 화가들이 이끈 라파엘전파가 추구한 그림들을 보면 우리도 익히 아는 작품들이 쏟아집니다. 사실주의와 복고주의를 사조로 작품 활동을 한 그들은 왜 미켈란젤로전파, 다빈치전파라고 하지 않고 굳이 라파엘전파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여기서 저자의 상상력이 빛을 발휘합니다. 라파엘로의 자화상을 보여주면서 말이죠. 저자의 추측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전 세계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화가는 누구인지, 사후 가장 비싼 화가는 누구인지... 까지는 나올 법한 주제이긴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사실상 가장 비싼 그림은 데이비드 최의 그라피티라는데?! 돈 없던 스타트업 기업 사무실 내외부 작업 후 돈 대신 주식으로 작업료를 받은 그 주식은 바로 페이스북이었습니다. 당시 받은 주식은 0.1~0.25% 수준으로 추측된다니 시총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대확행 아닌가요.


인물 편에서는 프랑스 공쿠르상 하면 생각나는 작가 로맹 가리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 끌립니다.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두 번이나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로맹 가리의 삶 속에 담긴 애잔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심금을 울립니다.





음악, 미술, 문학 분야의 이야기는 흔한 주제인 만큼 여러 교양서적으로 접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하광용 저자가 바라보는 관점이 식상하지 않아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뒤로 갈수록 오히려 더 좋더라고요. 서양의 용과 관련한 이야기, 각종 반전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다시 시작해서 너무나도 기쁘게 보고 있는 방송 알쓸별잡 수준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재미난 스토리텔링이 가득합니다. 박학다식 하광용의 친절하고 맛있는 교양 TAKE OUT 시리즈는 계속 출간 예정이라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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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 - 웹툰으로 알려주는 인간관계 심리 처방전
최리나 지음, 연은미 그림, 천윤미 일러스트 / 미디어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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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로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온 최리나 작가의 이야기를 만났었는데요.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을 하며 겪어온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심리상담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책을 선보였습니다.


최초 웹툰형 인간관계 자기계발서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지혜로운 관계 해소법을 배워보는 시간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낳은 불안과 우울,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이는 고통, 각자의 색이 모인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침을 다루고 있습니다.


결혼할 때면 양가 부모님의 말씀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라는 말일 겁니다. 살다 보면 그 말을 실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제야 여실히 실감합니다. 이해심의 한계에 금방 도달해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결혼 전 연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토록 사랑해서 만나는데도 남녀 간 갈등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가족으로 인한 아픔과 상처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보다 가깝지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애증의 족쇄입니다. 사회에서는 어떤가요. 나다움을 잃지 않는 동시에 다름을 존중해 주는 건강한 사회를 바라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사랑은 날 낮추고, 내 몸짓과 말속에 스며들게 하는 '기술'이다." -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


올바르게 사랑하는 기술을 알지 못한 채 사랑을 하고,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채 결혼을 하고, 다양한 인간관계 속 갈등을 그저 닥치는 대로 상황을 모면하기만 하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심리상담사와 두 명의 그림 작가가 힘을 모았습니다. 최리나 작가가 심리상담사로서 8년의 내담 사례를 선별했고, 여러 갈등 상황을 연은미, 천윤미 일러스트레이터의 공감도 높은 웹툰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갈등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관건은 얼마나 내 마음을 다치지 않으면서 해결하느냐입니다. 책에 소개된 사례 하나하나, 갈등 예시 문장 하나하나가 뜨끔할 때가 많습니다. 저마다의 사정이 다 다른데도 어쩜 그리 나오는 말은 똑같은지 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문제는 똑같은 상황에서 내가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방법일 수도, 지혜롭고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온갖 풍파를 이겨낸 최리나 작가의 심리학적 처방과 조언들은 실용적입니다. 관계 중독은 아닌지, 나는 어떤 인격을 가졌는지 자가점검하는 시간도 나를 조금 더 알아가는 데 도움 됩니다.


실수와 갈등의 고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인간관계 노하우를 알려주는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 어떨 때 현명하게 침묵해야 할지 어떨 때 표현해야 할지 가족, 친구, 연인, 사회에서 마주하는 모든 관계 속 숨 막히는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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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김정훈 옮김 / 호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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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철학자라 불리는 프랑스 철학자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1903~1985)의 '죽음' 철학 <죽음 :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두툼한 분량의 벽돌책인데다가 철학 특유의 난해함이 있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즈음에 타이밍 좋게 등장하는 문장들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나 다양한 음악 작품을 인용하며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단이 딱 등장하거든요.


죽음은 출생, 성장, 노화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생물학적인 현상입니다. 여기에 무슨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걸까요. 왜 죽음을 철학해야 하는 걸까요. <죽음 :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에서 그 이유를 그리고 사유의 끝을 만나보세요.


죽음은 명백하고 자명한 것인데도 언제 만나든 충격적입니다. 왜 누군가의 죽음은 항상 일종의 불상사가 되는 걸까요? 정상적인 사건이라면 우리는 왜 산 자가 사라질 때마다, 마치 처음 일어난 사건이라도 된 듯이 놀라는 걸까요.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과는 무관한 일인 것처럼 대한다고 합니다. 나에게 "죽다" 동사는 미래형밖에 없습니다. 죽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입니다. 나를 죽음의 생존자로 만드는 셈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죽음을 사유 가능한 추상적 개념으로 만듭니다.


장켈레비치는 "사멸의 법칙은 모든 피조물에게 적용되지만, 나만은 제외... 하지만 깊이 들어가지 말자! 아니, 너무 열심히 생각하지 말자. 이런 것이죠." (p21)라고 말하며 평소 죽음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짚어줍니다.​


그런데 그런 죽음을 진지하게 의식하고 실감하게 되었을 때는 부모의 죽음처럼 소중한 이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입니다. 실재성, 임박함, 몸소 관련됨. 이때 비로소 죽음은 진지해집니다.


"죽음은 그 진지함을 "실감하는"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 속으로 파고듭니다. 죽음이 하나의 사건으로 벌어지는 것입니다." - p31, 죽음 


장켈레비치는 죽음을 이편과 저편으로 나눠봅니다. 죽음 이편의 죽음 철학은 죽음을 죽음 이전에 파악하겠다는 겁니다. 죽음 저편의 죽음 철학은 내세, 영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죽음 순간의 죽음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말하려고 할 때에, 생각이라도 할 때에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한 저자는 죽는 순간의 철학으로 사유를 이어갑니다. 죽는 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마법처럼 일어납니다. 소크라테스 최후의 날을 보여주는 <파이돈>에서는 "몸을 떨었다."라는 말로 죽음을 말할 뿐입니다. 


장켈레비치는 죽는 순간은 그 어떤 식으로도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사색이나 추론의 소재도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죽음을 가까이서 보았던 생존자는 전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과 같다고 합니다. 살아남았으니까요. 이거야말로 '무지한 앎'이라고 합니다.





산 자는 죽을 운명이라는 조건에서만 산 자입니다. "생명 있는 것의 죽음은 죽게 되어있는 생을 열정적으로 만듭니다."(p668)처럼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욱 가치있다는 결론을 우리는 익숙하게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삶의 눈으로 고찰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죽음의 순간은 살아온 삶만을 말하고, 거기서 의미를 끌어낼 뿐이었을까요.


그럼에도 장켈레비치는 "어쨌든 죽어야 한다면, 적어도 한 번은 실존의 독특한 맛을 맛보는 편이 낫습니다."(p670)라고 합니다. 절망적인 순환 속에서도 "존재했다, 살았다, 사랑했다."(p673)는 데에 의미를 두도록 말입니다.


읽는 내내 그동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죽음'은 제대로 된 사유가 아니었음을, 애초에 대상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죽음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들려주는 <죽음 :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 죽음에 대한 사유가 모순적이고 역설적이란 생각이 들면서 공허함으로 끝나버리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즈음, 그럼에도 우리가 죽음을 철학하는 이유를 짚어주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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