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을 넘느라 그동안 여행기를 쓰지 못했다.

무척 고된 일정이었고, 아쉬움도 컸으나 여행의 기억만은 또렷하다. 내일부터 파리는 썸머 타임제를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녁 잠을 줄이는 것은 몸을 축내는 일이긴 하지만 생각날 때 적어놓자는 심정으로 몇 자 적는다.

피렌체는, 두오모가 정말 좋다. 달리 갈 곳도 많겠지만 두오모만 3일을 내리 가더라도 질리지 않을 것같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아오이가 남자 주인공(이름 기억 안남)과 만나던 그 돔 꼭대기는, 무척 외지고 좁지만 피렌체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어 참 좋다. 거기서 본 풍경을 마음에 새기느라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면서 이미지 맵을 완성했고,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다.

모노톤의 오랜지색 지붕이, 집들의 외관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브르넬리스키의 도시' 피렌체. 고상하고 우아한 곳 길이 길이 기억되리--.

베네치아는 날씨 사정이 안 좋아서 불만이었지만, 기층민의 피땀으로 지어진 눈물나는 도시다. '과거(시간)를 장사하는 도시, 베네치아' 이렇게 설명하면 딱 좋을 그곳은 다소 우중충한 두칼레 궁(오! 이곳의 탄식의 다리와 감옥은, 너무 끔찍하다), 산 마르코 성당이 건축물로는 가장 꼽을 만했고, 실외 야경으로는 산타 마리아 살루테 성당과 (전시작품 및 세련된 분위기가 출중했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 괜찮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박물관, 성당, 미술관, 궁을 찾기 이전에 도시 분위기에 흠뻑 젖어보길 권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면 더 분위기 좋을 '연애의 도시', 베네치아!

스위스 루체른은, 청정한 아름다움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자연 자체가 관광 자원이랄까. 어쩌면 그림 엽서에서 본 그대로일까.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베네치아처럼 물을 끼고 있지만 그 깨끗함은 어느 도시도 따라갈 수 없는 곳이다. 깔끔한 도시 경관에 감탄하고, 젠틀하면서 부유한 스위스 국민들의 삶이 부러웠던 도시. 지상의 파라다이스다(너무 안일한 표현이지만 사실인걸!). 

내일은 '고흐의 집'에 간다. 부디 즐겁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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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3-2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벌써 거기까지 가셨군요. 베네치아는 기층민들의 피땀이 전제가 되었겠지만, 그러나 미래를 믿었던 사람들이었다는 인상이 더 강했었더랬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 무른 갯벌 위에 그 단단한 집들을 올릴 엄두를 어찌 내었을까, 싶었고. (같은 맥락에서 날림집은 한탕주의하고 통한다고할까..^^) 암튼 五感에 가득가득 느낌을 채워오시길~ 무엇보다도 건강 조심하시구요!!!

zooey 2004-03-2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1주일 후면 두오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