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당히 게으른 편에 속한다. 이런 나도 남편의 생활을 엿보곤, '우아!!!! 나 정도는 꽤 부지런한 편이네' 했지만서도. 뭐, 결코 평균 정도의 부지런함 이상을 넘지 못한다.
나의 게으름은 무척 특별해서, 어떤 점은 칼날같이 섬세하고 꼼꼼해서 허투루 넘어가지 않지만, 어떤 점은 '널널빠따'라고 할 만큼 손톱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가령, 서재꾸미기만 해도 그렇다.
처음 서재를 만들 때 끼어넣은 사진을 여태 쓰고 있다. 한번쯤 '바꿔 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내 '뭐, 보기 싫으면 안 들어오면 돼. 귀찮아...' 이래버리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 몇 번씩 바꿀 동안 사진 한 장으로 일관하고 있으려니, 괜한 오해도 산다.
"얼굴에 자신있나 보지?" "나름대로 잘 나온 사진인가봐." 같은. 물론, 이런 오해는 전적으로 게으른 탓에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것이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사진을 안 바꾸는 걸 보면, 나의 게으름은 일종의 '오만'에 가깝다. (오옷! o_o)
어쨌거나, 이 '게으름뱅이'는 고가평가를 할 때면 어김없이 이렇게 쓴다. '책임감이 강하다'. 호호... 왜냐고? 절대 '부지런하다'고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노는 성격도 아니니까 그나마 긍정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 '책임감이 투철하다' 정도다. 이 말을 쓸 때마다 1년 365일 한 번도 예정없는 월차는 절대 쓰는 법이 없는 동료가 생각나 가슴이 찔리지만, 그래도 '정신적 책임감만은 투철해' 하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하긴, '악담을 퍼붓는 별자리'에서 내 별자리-'염소자리'-를 봤더니 자기 합리화에 능해 '살인죄'를 짓고도 풀려날 사람이라고 써 있더만. 흥!)
고가평가의 시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정없는 월차나 찍찍 쓰는 알 수 없는 나를 반성하면서 몇 자 적어보았다.(이게 반성이긴 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