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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나꼼수'는 때로는 키득거리며, 때로는 분노하며 들었다. 그들의 풍자와 깔대기가 너무 웃겨서 키득거리다가는 '높으신 어르신들이 하는 짓거리'가 일반인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에 섬뜩해하다가, 또다시 내가 사는 세상을 요모양 요꼴로 만들어놓은 그분에게 화가 났다가... 다양한 감정을 넘나들며 나는 '위로'받았다.
참, 다행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비겁해진다고 했다, 특히 수컷들은 더더욱. 나이가 들면서 지켜야만 하고, 지키고 싶은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이라고 해서 지키고 싶고, 지켜야만 할 것이 없진 않을진데, 우린 태생이 안 쪼는 인간들이라,면서 나와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준다. 난, 그것이 참 고맙고, 미안하다.
이 책은 공짜로 듣는 '나꼼수'에 대한 보시라는 개념으로라도 사보리라고 마음 먹었는데, 우연히 맛보기로 나온 e-book을 읽다가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사보게 되었다.
책은 '나꼼수'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좀 더 꼼꼼하게 다루었다고나 할까. 좌,우에 관한 그의 소위 '무학의 통찰'로부터 대북관계, 정치인들에 대한 개인적 평가 등등 공부도 많이 한 것 같지 않은 '총수님'은 어찌도 이리 지적이고 통찰력 있을까. 내내 감탄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자꾸도, 울컥 울컥,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감정을 툭,툭 건드리는 무언가가 이 책에는 있었다.
그건, 총수님이 너무 따뜻해서, 였던 것 같다.
그는, 그래 먹고살기 힘들지? 그럼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우리가 움직여야지. 방관하지마, 라고 선동하는 대신 당신들을 먹고살기 힘들 게 만든 구조가 있어. 그 구조는 졸라 더럽고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힘있는 자들의 배를 불려주지, 그건 당신들 탓이 아니야, 그건 정치가 해줘야 하는 몫인데 정치인들이 그걸 잘못하고 있어서야. 하지만 쫄지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볼 거야. 지켜봐줘.라고 말한다.
그는 마음을 헤아려줄줄 아는 남자다. 나의 죄책감과 패배감 같은 건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그냥 다 감싸안아준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남자,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로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