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에서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것을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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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1-0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에는 다 버려야 하는데, 여전히 덕지덕지 붙은 무언가가 영혼을 무겁게 합니다.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1-04 11:29   좋아요 0 | URL
전 이상하게 겨울은 뭔가를 축적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제가 겨울잠 자는 동물처럼 에너지를 축적하는 계절이라 그런가봐요.
겨울 나무들처럼 다 버리고 헐벗은 몸으로 추위와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좋겠네요. :)

차트랑 2012-01-0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가고 일그러진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요 ㅠ.ㅠ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1-04 11:30   좋아요 0 | URL
이미 그런 분이시잖아요,
그렇죠?
;ㅂ;

차트랑 2012-01-0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구구...ㅠ.ㅠ

차트랑 2012-01-0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셨고 그에 대한 저의 댓글을 이곳으로 옮겨드립니다. 보시기 편하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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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 학원은 독특한 학원인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학생들을 이해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해주신 사회가 오려면...어른들이 먼저 동양의 생.각.공.부.로 돌아오는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ㅠ.ㅠ

2. 매일같이 하는 일이(직업상) 책과 함께하는 일입니다. 수많은 참고서들을 일일이 살피고 그 참고서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서로 논의하고(교재로 어떻게 활용할지..) 등등...을 합니다. 인터넷이 없던 과거에는 2일동안 시간을 내어 교보문고에 가서 늘어앉아 참고서를 검토했더랬습니다. 당시에는 새로나온 교재를 파악하는데 이틀이 걸렸죠. 요즘에는 늘 교재의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출시되는 참고서가 많아진 탓입니다 ㅠ.ㅠ

그리고 약간의 인문학 도서들도 읽어야 합니다. 업무상 그런 것일 뿐입니다. 해가 바뀌었는데 구입하고 리뷰를 쓰지 못한 책들은 아직 읽지 못한 책들입니다 ㅠ.ㅠ

방문해주셔서 다시 한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마음을 데려가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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