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1년 중 제일 바쁜 시기가 1월부터 3월까지다. 일이 많고, 그 일들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고, 이래저래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꾸준히 야금야금 책을 읽고 있다. 간간히 글도 써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시간을 못 내고 있다. 운동도 해야 하는데, 늘 퇴근하면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음으로 미루고 있다. 이번 주 부터는 운동도 야금야금 조금씩 해야지.
특히 지난 주가 정말 많이 바빴는데, 설 연휴를 앞둔 이번 주는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1월 말부터 2월까지는 또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다. 몇 해전에는 정말 거의 매일 야근이었고, 야근도 그냥 밤 10시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밤을 새거나, 새벽 두세시 수준이었다. 재작년에 사고를 당한 이후로는 앞으로 그렇게는 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어지간하면 야근까지는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렇게 바쁜 시기가 되면 또 어쩔 수 없다. 지난 주엔 평일 5일 중에 저녁에 회의가 잡힌 날이 3일이나 되었다. 작년 말일 기준으로 매장 매니저가 퇴사한 후로 매일 저녁까지 매장을 봐야 하는데, 이것도 거의 내가 맡으려고 하고 있다. 평일 5일 중에 3일이나 4일은 저녁까지 일을 한다는 이야기. 저녁에 회의가 잡히면 모두 매장을 회의 장소로 정해서 회의를 하다가 손님이 오면 응대를 하고 있다. 암튼 평소에는 저녁에 회의를 하고 나면 식사 겸 뒤풀이를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 주에는 일을 해야 해서 뒤풀이도 안 가고 간단히 배를 채울 것들(김밥이나 컵라면 등)을 사다놓고 야근에 돌입하곤 했다. 아예 밤을 샌 날이 하루였고, 이틀은 새벽 두세시까지 일했었다. 그러다 목요일 밤에 회의를 마친 후 또 야근을 하려다가 정말 너무나도 피곤해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음을 깨닫고 퇴근했다. 그날 정말 기절하듯이 뻗어서 잠들었고, 금요일 아침에는 늦잠을 잤다. 확실히 나이를 깨닫는 것이 예전에는 삼일이나 사일 정도 밤을 새우고 일을 했어도 낮에 업무를 보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는데, 요즘은 하루 밤을 샌 것 정도로도 크게 피로를 느낀다. 늙긴 늙었구나 싶다.
한 두 달 가량 운동을 거의 안 하고 살았다. 피곤하다는 핑계가 제일 컸고, 집에 들어가면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씻고 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러다가 점점 배가 조금씩 나오는 걸 깨달았다. 다시 운동을 해야겠구나 싶어서 지난 주부터 다시 조금씩 운동을 시작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운동까지 시작해서 더 힘들었다. 아주 기분 좋은 근육통을 느끼는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전반적인 몸의 피로감은 좀 힘들었다.
내 경우에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는 가장 좋은 동기는 바로 운동기구는 사는 일이다. 새 운동기구를 들여놓으면 한동안은 그 재미에 빠져서 거르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하게 된다. 지금은 케틀벨을 하나 더 사려고 생각 중이다. 조금 가벼운 케틀벨과 적당한 무게의 케틀벨이 있는데, 최근 본 동영상에서 케틀벨 두 개로 하는 몇 가지 연속동작을 보았다. 아! 이거다! 이거 재밌겠다 싶었는데, 지금 가진 두 케틀벨은 서로 무게가 달라서 그 동작을 할 수 없었다. 조금 가벼운 케틀벨과 같은 제품을 하나 더 사야 가능했다. 그걸 언제 얼마에 샀는지 찾아봐야지 생각만하고 며칠이 지났다. 어차피 지금은 설 연휴라 택배도 안 되니, 연휴 끝나고 며칠 지나서 주문을 해야지. 그럼 1월 말부터는 정말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현재 있는 것들로 슬렁슬렁 하면서 적당히 운동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정도로 할 생각이다.
작년 연말에 책을 엄청 샀는데, 그 책들을 고스란히 쌓아두고 또 책 주문을 했다. 지인들이 봤다면 또 잔뜩 잔소리를 늘어놓았겠지만, 다행히도 이렇게 책을 질렀다는 사실을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니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늘 생각하는 자기 합리화는 시간만 나면 다 읽을 거라는 아주 당연한 다짐. 그 시간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읽기는 읽을거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코로나 이전에도 거의 극장을 가지 않았었다.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혼자서 극장을 찾아가는 일은 좀 귀찮기도 하고,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그렇다.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극장에서 데이트 할 일도 없고, 친구랑 극장을 가는 일은 또 좀 어색한 일이다. 차라리 혼자 가는 편이 상대적으로 덜 어색할 것 같다. 아주 가끔 아이들과 극장을 가는 일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같은 걸 상영할 때다. 최근에 작은 아이랑 둘이서 아바타를 봤고,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과 슬램덩크를 봤다. 작은 아이랑 볼 때는 시간을 맞추느라 3D가 아닌 2D로 봤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후회했다. 처음부터 3D로 봤으면 훨씬 더 좋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를 안 본 큰 아이까지 다같이 3D로 보고 싶어서 주말에 다시 극장에 가자고 제안했는데, 아이들은 아바타가 아닌 슬램덩크를 원했다. 아이들은 슬램덩크의 이야기를 전혀 모를텐데. 물론 극장판이니까 전체 스토리나 인물을 몰라도 한 편의 영화로 즐길수는 있겠지만, 아이들이 슬램덩크라는 농구 만화를 선택한 것은 좀 의외였다. 암튼 그래서 최근에 극장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마지막으로 극장을 가 본 것이 언제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아마 3년 아니 4년 이상 안 갔던 것 같은데, 이렇게 짧은 기간에 두 번이나 가게 될 줄은 또 몰랐다. 조금 답답했던 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아바타 때는 좀 많이 답답했다. 무려 3시간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쓰고 있었으니.
파마
친한 선배가 파마를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나보다 대략 10살 가까이 많은 여성 선배인데, 파마한 모습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자꾸만 부추긴다. 살면서 딱 1번 파마를 해봤었다.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였고, 머리를 조금 기르다가 지저분한 그 구간을 참지 못하고 선택한 것이 파마였다. 그런데 대략 낭패였다.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렸다. 그냥 머리를 밀어버리고 싶었으나, 어쩔수 없이 그냥 그 뽀글 머리로 살았다. 출판사 영업일을 하던 시절이라 하루에도 몇 군데씩 거래처 서점들을 다니던 때였는데, 그때 단번에 모든 거래처 사람들에게 나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원래 큰 출판사나 유명한 출판사 혹은 광고를 집행하는 출판사가 아니면 그렇게 대다수의 거래처에서 바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데, 나는 어울리지 않는 뽀글 머리 파마 때문에 단번에 유명해졌고, 어딜가나 바로 눈에 띄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두어달 이 지났을 무렵 파마 기운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머리칼을 한번 자르면서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이 되었다. 이때 머리 스타일을 참 좋아했는데, 딱 이쁜 형태는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나중에 그 당시 내 머리 스타일이 궁금해서 사진을 찾아봤는데, 당시에 찍은 사진이 거의 없었다. 왜 그때 사진을 그렇게 안 찍었을까? 아쉽다.
평소 출근할 때는 머리카락을 묶고 모자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휴일에는 머리카락으 묶지 않고 그냥 다닌다. 그 선배가 파마를 권했던 건, 머리카락을 묶지 않은 모습을 보고 한 말이었다. 작년 여름에 단발로 자르고 나서 다시 머리카락 길이가 제법 길어졌다. 당분간은 자를 생각이 없는데, 좀 더 길어서 쇄골 아래까지 내려오면 그때쯤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암튼 파마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경험을 했으니. 내 인생에 다시는 파마는 없다.
읽어도 읽어도 다 못 읽을 책들
주말에 책 한 권을 찾으려고 책장을 뒤졌다. 아! 정말 사놓고 안 읽은 책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놓고 또 책을 잔뜩 하고 있는 나란 인간! 그래서 당분간은 새로 산 책과 과거에 산 책을 번갈아 읽기로 했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매일 출근하는 삶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평생 읽어도 지금 사놓은 책들을 다 못 읽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만약 언젠가 내게 죽음이 다가온다면 제일 아쉬운 일은 사놓고 못 읽은 책들을 결국 못 읽고 떠난다는 사실이 되리라. 그런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지금부터는 좀 더 부지런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일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가끔 글도 쓰고 참 바쁜 인생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언제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아버지는 그 시간(능력)을 다 어떻게 썼냐는 주인공의 질문에 책을 읽는데 그 능력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만약 내게 같은 능력이 있다면 죽기 전에 이 책들을 다 읽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능력이 없는 나는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나는 젊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더 절실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시작할 책은 최근에 저자에게 받은 [처음 만나는 협동조합의 역사]와 오래 전에 구해놓고 안 읽었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로 정했다. 부지런히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