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즐거움

지난 주에는 일부러 한강 공원까지 가서 자전거를 익혔다. 두 번이나. 자전거를 겨우 탈 수는 있지만, 아직 제대로 탈 수는 없어서 넓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만 자전거를 간신히 탈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작년 10월 초에 겨우 타는 법만 깨닫고 몇 번 더 잠깐씩만 연습했다가 그냥 1년을 보내버렸다. 그때 좀 더 열심히 연습했다면 지금쯤은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조금 후회가 되지만, 아마 자전거에 익숙해질만큼 노력을 기울일 필요를 못 느꼈을 것 같다. 지금까지 평생 자전거 안 타고도 잘 살아왔는데, 이제와서 이 나이에 굳이 자전거를 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측면이 있었다. 그것은 겨우 양쪽 패달에 발을 올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도로는 자전거를 타고 다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직 나는 자전거 타는 법을 제대로 다 못 배웠고, 이게 생각보다 더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주에 1년 가량 신경도 안 썼던 자전거를 다시 익히기로 마음 먹은 것은 주위 사람들의 끈질긴 권유와 그래도 자전거 정도는 배워두는 것이 안 배우는 것 보다는 낫겠지 하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예 안 배웠으면 몰라도, 그래도 양발 올리고 앞으로 갈 수 있고, 조금 어색하지만 방향도 바꾸고 해봤는데 이만큼 익힌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무쇠소녀단 방송에서 본 유이라는 연예인의 자전거 익히는 과정을 보면서 자극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거의 1년만에 다시 따릉이를 타려니 일단 왼발을 올리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잘 되지 않았다. 넓은 곳에서는 그래도 겁내지 않고 탔는데, 조금만 길이 좁아지거나, 다른 사람들과 자전거들이 다가오면 긴장해서 곧 균형을 잃곤 했다. 그래도 자꾸 타야 익숙해질 것 같아서 열심히 탔다. 그렇게 첫째 날은 다시 퇴보한 감각을 되찾는 정도로 만족했다. 그리고 둘째날은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일단 자전거를 타본 날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타보니 그때의 그 감각들이 금방 살아났다. 두번째 날은 작년 첫 자전거 시도 당시 내 스승이었던 친구 두 사람이 모두 함께였다. 그중 한 명은 누구보다 내 자전거 배움을 응원하는 사람이다. 늘 내게 자전거를 이미 잘 탈 수 있는데, 조금의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날 그 친구가 내 지금 수준에 맞는 몇가지 조언과 함께 몇 가지 기술과 요령들을 알려줬다.

바로 며칠 전의 연습때까지만 해도, 아니 당일 연습을 시작해 조금 익숙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는 무섭고 두렵고 힘든 것이지만 억지로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약 1시간 가량 자전거를 타다보니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느끼게 되었다. 내 스승이 제일 신경써서 바로잡아 준 것이 주로 땅을 보는 내 자세였다. 고개를 들어 멀리 보고 달리라는 조언에 익숙해지려 노력해보니 비로소 주위 풍경과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달리는 중에 기어를 바꿀 수 있게 되었고, 한 손을 잠시 놓고 땀을 닦을 수 있게 되었다. 기어를 높여 속도를 좀 더 낼 수 있게 되니, 속도감을 느끼며 비로소 자전거가 재미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좁은 길은 두려웠다. 그렇게 신나게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거기가 사람이 거의 없는 넓은 공원이었으니 가능했다. 마주오는 사람들이나 자전거가 보이면 멀리서부터 어떻게든 피할 방법부터 고민했다. 아, 그리고 속도를 줄이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법도 익혔다. 더 익숙해져야 하겠지만, 이젠 돌발상황이 생겨도 어지간하면 넘어지지 않고 내려설 수 있을 것 같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확실한 성과를 올린 그날의 연습을 마치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내 스승이 말했다. ˝형은 참 인복이 좋은 것 같아. 이렇게 훌륭한 스승을 다 만나고 말야.˝ 나는 평소에도 늘 내가 인복이 많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편이라 크게 강조하며 인정했다. 그날 나의 이 훌륭한 스승께서는 내가 자전거를 타는 영상을 잘 찍어서 남겨주었고, 그날 연습을 통해 내가 익힌 것들을 조목조목 정리해서 글로 남겨주었다. 그리고 다음 연습을 통해 익혀야 할 과제들도 글로 남겼다. 이 스승의 성의를 봐서라도 하루 빨리 자전거를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밤의 한강 다리 질주

지난 주에는 한강 다리를 건너 달리기를 하기도 했다. 나는 4년 전에 단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나이키 앱을 깔았었다. 달리기를 꽤 하다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고, 거의 1년 가량 운동을 못 하고 쉬었다. 달리기를 안 한 기간은 아마 1년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달리기를 하다가 말다가를 반복했다. 작년에 어쩌다 달리기 모임을 이끌게 되면서 다시 열심히 달리기를 시작했고 이때까지도 아직 단거리 중심이었다. 그리고 올해 초에 몇 가지 불편함 때문에 나이키 앱을 지우고 런데이 앱을 깔았다. 그리고 장거리 훈련을 시작했다. 9월 초 처음으로 10킬로미터 대회에 참여한 직후까지 런데이로 달렸다.

런데이와 나이키는 둘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이키를 더 오래 쓴 입장에서 나이키에 더 많이 익숙했다. 그래서 다시 런데이를 지우고 나이키를 깔았다. 그런데 지난 몇 달간 내가 열심히 달렸던 기록들이 나이키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특히 그 더웠던 한 여름에 7, 8, 9킬로로 점점 거리를 늘려가며 매일 달렸던 기록이 사라진 것이 너무 아깝다고 느껴졌다. 첫 10킬로를 뛰었던 대회의 기록도 사라졌다. 그래서 나이키 앱에서의 내 기록은 아직 5킬로 미만을 달렸던 것 뿐이었다.

그래서 컨디션이 좀 괜찮은 날에 15킬로미터를 도전하면서 나이키 앱에서 내 기록들을 싹 갈아버리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시작은 천천히 630정도 페이스로 갔다. 한 2킬로 달려서 몸이 좀 풀렸을 때 속력을 올려 530 페이스를 유지했다. 5킬로 정도 갔을 때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화장실을 찾기 위해 지도를 검색하고 어쩌고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화장실을 찾아갔다고 다시 산책로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때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다. 10킬로미터 600페이스를 딱 찍어서 1시간 안쪽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 화장실 때문에 실패했다. 암튼 다시 잘 달리다가 최근에 들었던 한강 공원에서 평화의 공원으로 넘어가는 길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마 이 근처라고 했던 것 같은데, 화장실을 지나 고가도로로 올라가는 통로가 나온다고 했는데. 찾았다. 저기구나. 계단과 경사로를 지그재그로 오르니 강변북로를 따라 달리게 되어있었다. 음, 평화의 공원으로 넘어가는 길은 아니네. 일단 이 길따라 가다보면 나오려나 하고 좁은 인도를 달렸다. 아주 작은 횡단보도에서 버튼을 눌러 건너고 나니 저 멀리까지 길이 이어져있었다. 확실히 평화의 공원으로 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왕 올라왔으니 한번 가보자 하고 달렸다. 달리다보니 방향이 좀 이상했다. 어! 이거 지금 뭐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지도 앱을 열어보니 나는 한강 위에 있었다. 월드컵대교를 건너, 한강을 건너가고 있었다.

10년도 더 전에 출판사에 다닐 때, 우리 출판사는 서강대교 북단 광흥창역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온라인 서점 그래24는 서강대고 남단 국회 근처에 있었다. 버스로 한 정거장 가서 내려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버스가 배차 간격이 좀 길었던가 암튼 아주 가끔 버스를 코 앞에서 놓친 날 뛰어서 서강대교를 건너가곤 했다. 좀 시간 여유가 있는 날엔 걸어서 서강대교를 건너오기도 했었다. 암튼 이렇게 한강을 뛰어서 건넜던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언젠가는 한강을 위주로 달리기를 하면 잠수교도 건너갔다고 올 생각이었지만, 이날 한강을 건너갔다가 올 생각은 아니었다. 순전히 길을 잘못 든 우연 덕분에 한강을 건너 달렸다. 기분은 꽤 좋았다. 한밤에 아무도 없는(물론 옆으로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지만, 인도에는 혼자였으므로) 한강 다리를 건너보는 것 꽤 매력적인 일이었다.

이때가 거의 8킬로 정도 달렸을 때였다. 나는 아까 한참 시간을 까먹긴 했지만, 그래도 10킬로 기록을 포기하지는 않았고, 딱 1시간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 하더라도 지난 대회의 기록은 깨고 싶어서 거의 최고 속력에 가깝게 피치를 올렸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다. 다리를 건너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아까 지그재그로 올랐던 경사로를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달렸다. 한참 지나서 10킬로를 넘겼는데 기록은 1시간 2분이었다. 중간에 화장실 때문에 시간낭비를 안 했다면 충분히 1시간 안에 왔을텐데, 조금 아쉬웠지만 기록 달성은 다음으로 조금 미뤄두자고 마음 먹었다.

처음엔 15킬로를 목표로 했는데, 11을 지나서부터 급격하게 지쳐갔다. 12에 가까웠을 즈음에는 걷고 있었다. 호흡과 체력을 좀 회복하고 다시 뛰어아지 했는데, 한번 걸으니 쉽게 다시 뛰어지지 않았다. 제법 오래 걷고 나서야 다시 뛰었는데, 이젠 자세가 다 무너졌음을 느꼈다. 억지로 13을 지나 14를 찍고 멈췄다. 자세가 무너져서 무릎과 발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아직 15는 무리구나. 조금 더 연습해서 좀더 컨디션이 괜찮을 때 다시 도전해야겠다.

그리고 나머지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땀이 식으면서 급격하게 추워졌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걷는 속도를 높였다. 밤이 늦어지니 이제 이 산책로를 걷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달리는 사람들이 아주 가끔 지나갔고,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이 자전거 도로로 조금 더 자주 지나갔다. 이 순간 내가 자전거를 조금만 더 일찍 배웠으면 따릉이를 빌려 지나갈 수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하긴 했다. 아마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다시 자전거를 익혀야지 생각한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폰으로 두드리고 있는 곳은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농성장이다. 나는 어제 밤 11시부터 오늘 아침 7시까지 야간 지킴이를 맡아 혼자 길바닥에 세워놓은 작은 천막 안, 침낭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글을 다 쓰면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볼 생각이다.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도 내 주위로 모기가 날아다닌다. 침낭과 옷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곳은 얼굴과 손 밖에 없는데, 아까부터 자꾸 얼굴이 가렵다. 어쩌면 모기에게 물렸는지도 모르겠다. 얼른 이 밤이 지나 아침이 오기를. 다음 지킴이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며, 눈을 감아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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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10-08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요즘 밤에는 바람이 꽤 차던데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되도록 따듯하게 하시고요. 달리기도 자전거도 화이팅입니다.

감은빛 2024-10-15 06:40   좋아요 0 | URL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땀이 나서 따뜻하게 입을 수는 없더라구요.
달릴 때에는 최대한 가볍게 입고,
달리기를 마치고 겉옷을 걸치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의 응원 생각하며 조금 더 힘내서 달릴게요.

희선 2024-10-08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전거는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잘 타실 듯하네요 자전거는 한번 타게 되면 잊어버리지 않는 거기도 해요 한참 안 타다 타도 잘 타요 수영도 그렇다고 한 듯하네요 달리기도 잘 하시는군요 저는 걷기만... 다음엔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리시기 바랍니다 조금씩 올려가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달리기는 하다 보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감은빛 님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4-10-15 06:43   좋아요 0 | URL
희선님, 응원 고맙습니다!
자전거는 아직 좀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제도 일정들 사이 비는 시간에 잠깐 탔는데,
여전히 균형 잡기가 너무 힘드네요.

달리기는 이제 그냥 꾸준히 달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자신감은 생겼고, 꾸준히 달리고 또 달리면
점점 더 잘 달리게 되리라 생각해요.
다행히 달리기를 좋아하니 꾸준히 달릴 수 있어요.

잉크냄새 2024-10-09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이의 경쟁자이군요.

감은빛 2024-10-15 06:37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님. 그 분과 저를 비교하시면 아니 됩니다. ㅎㅎ
무쇠소녀단 방송 보니 그 분은 이미 자전거 잘 타시더라구요.
저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그래도 한번 배우겠다고 생각한 이상 꾸준히 배워나갈 거예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