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집은 8월 말에 전세 계약이 끝나는데, 6월 초에  집주인의 대리인(집 주인은 대리인 영감의 딸이다.) 영감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 집에 들어올 사람이 있으니, 계약 만기일에 나가달란다. 우린 서류상 집주인인 딸이 들어오려나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들어와 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주인 여자 이름으로 된 우편물이 오기 시작했다. 영감은 그에 대해 별 말없이 그냥 우편물을 모아놓아 주면 나중에 찾아가겠다는 말만 했다.


이사를 나가려면 새로 살 집을 구해야 하니, 계약금으로 전세 보증금의 10%롤 달라고 했다. 영감은 알겠다고 대답했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합의했다. 그런데 그 후로 돈을 안주고 계속 버티면서 한 달 이상을 보냈다. 6월 말경에 한창 집을 보러 다니다가 계약금을 왜 아직 안주시냐 물었더니, 자기는 계약금 준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단다. 계약금을 주셔야 우리도 집을 알아보고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당연한 소릴 여러번 하고서 계약금 언제 주실거냐고 물어보니, 7월 초에 준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한창 집을 보러 다닐 즈음에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손님을 데려가니 집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묻는다. 집 주인에게 연락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 집 주인이 들어올 사람 있다고 얘기하더라고 부동산에 전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다시 한번 집주인에게 확인을 받았다고 했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7월 초가 지났다고 다시 계약금 얘길 꺼냈더니, 이번에는 낮 시간에 공인중계사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한다. 직장인이라 낮에는 안되고, 저녁에는 볼 수 있다고 했더니, 그건 자기가 안된단다. 그러면 계좌로 보내주시고 공인중계사에서 영수증 만들어놓으면 곧바로 들러서 싸인해놓겠다. 나중에 시간되실때 찾아가시면 된다고 했더니, 자기는 안된단다. 왜 안되냐는 질문에는 답이 없다. 그냥 무조건 안된단다. 부동산 사장님과 통화하고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확인 받았다고 말해도 또 안된단다. 그렇게 같은 억지만 반복하더니 이제는 계약금을 못 주겠다고 발을 뺀다. 약속을 왜 안지키냐고 했더니, 약속 한 적 없다고 한다. 만기일에 보증금 전액을 주겠단다. 그래서 우리가 계약할 당시에 계약금 10% 냈던거 기억하냐고 물었다. 그 말에는 자기랑 계약한 게 아니란다. (서류상으로는 자기 딸이랑 계약한 거고, 자기가 대리인으로 나와서 서류에 도장 찍었다.) 그럼 누구랑 한 거냐고 물었더니, 앞서 살던 사람이랑 계약한 거라고 말한다. 집 주인이 아닌 세입자와 계약을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물었더니, 또 거기엔 답이 없다. 자기는 계약금 받은 적이 없으니 못 주겠단다. 분명히 따지자면 우리는 그에게 계약금을 지불했고, 그는 세입자에게 그 계약금을 다시 전달했을 것이다.
이쯤되면 더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


좀 언성을 높이면서, 여러차례 약속을 어긴 사실에 대해 지적하면서 어른이 되어서 젊은 사람들에게 이러시면 어떡하냐?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갑자기 젊은 여자가 전화를 뺏는다.
다짜고짜로 넌 애미애비도 없어? 묻는다. 아마 서류상 집 주인인 딸이겠지.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다가 끼어들었나보다. 모르는 척 하고, 누구신데 갑자기 끼어드냐? 누군지 밝히고 말씀하시라고 했다. 그 여자는 언성을 높이면서 듣자듣자 하니 젊은 놈이 싸가지가 없다고 지껄인다. 그래서 반말은 그쪽에서 지금 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당장 말 똑바로 하지 않으면 나도 같이 반말하겠다고 통보했다. 그 여자 씩씩거리면서 말도 똑바로 못하면서 뭐라고 언성을 높인다. 누군지 왜 말 안하냐? 말 안할거면 다시 전화 바꾸라. 왜 갑자기 끼어들어 난리냐고 물어도 절대 자기가 집주인이라는 말은 안한다. 뭔가 캥기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처음에 계약할 때, 저 여자가 시세도 잘 모르면서,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놓았다고 뭐라고 영감한테 했던 모양이다. 계약 도중에 전화로 뭐라 하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이 여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주소를 옮겨놓았다. 아마 재개발이나 뭐 다른 이권 때문에 그런 모양인데, 위장전입으로 엄연히 불법이다. 계약 만료를 3달 앞두고 갑자기 일방적으로 나가라는 말을 한거나, 계약금을 주기로 해놓고 자꾸 시간을 끌고 말을 바꾸는 모양새를 보니, 멍청한 영감이 혼자 한 짓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저 딸년이 옆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인 것일테지. 암튼 이 여자는 계속 언성을 높여 뭐라 떠들어대고, 나도 지지않고 언성을 높였는데, 전화를 바꾸라고 계속 다그치니, 약속도 안지키고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무슨 약속을 안 지켰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약속을 몇 번이나 어긴 건 그 영감인데, 무슨 소릴 하나 들어보니, 계약 만기일에 집을 빼고 어쩌고 말한다.
아직 만기일은 한달 반이 남았는데, 미래 날짜에 약속을 어겼다는 억지를 부리나.


막판에는 이 여자가 쌍욕을 내뱉았다. 그래, 니가 이제 욕까지 하는구나. 내가 어릴때부터 한 욕하는 사람이거든. 어차피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 실컷 욕을 퍼부어주었다. 욕으로 못 이길 것 같으니 그 여자는 전화를 끊었다.

 

에이 진짜 서울 살면서 제대로 상식이 박힌 집 주인을 만난 적이 없다! (딱 한번 부천에 살때 제대로 된 집 주인을 만났다.)

 

어떤 주인은 한 겨울에 가장 추운 날(언론에서 몇 십년 만의 추위라고 떠들던 날) 밤에 보일러가 고장났는데, 그걸 못 고쳐주겠다고 세입자가 잘못해서 고장 냈으니, 알아서 고치란다. 그때 큰 아이가 갓난쟁이여서 우리 부부가 밤새 잠도 못자고 번갈아가며 아기를 안고 있었다. 얼음으로 변해버린 방 바닥에 도저히 아기를 눕힐 수가 없었다. 보일러 기사님을 불렀다. 보일러가 수명이 벌써 지나서 고쳐도 임시 방편 밖에 안된다고 했다. 이렇게 날씨가 추우면 금방 또 고장날 지 모른다고 한다. 주인에게 갓난 아기가 있으니 보일러를 갈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주인 아줌마가 계단에서 아기를 안고있는 나를 밀어버리고는 욕을 하고 문을 닫았다. 그 겨울을 그 집에서 보낼 수가 없어서 급하게 집을 내놓고 이사를 나왔다.


또 어느 주인은 녹물이 나오는 문제를 고쳐주지 않고 몇 달을 보냈다. 처음에 집을 볼때 이 집은 장기간 비어있었다. 집은 좁았지만 깔끔하게 수리가 되어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집을 볼 당시에는 녹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아마 부동산 사람이 집보기 전에 한동안 물을 틀어 놓았던 모양이다. 이사를 들어오고 나서 녹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정 시간 이상을 물을 쓰면 괜찮아졌는데, 몇 시간 동안 물을 안쓰다가 처음 틀면 어김없이 녹물이 나왔다. 그렇다고 물을 쓸때마다 몇 십분씩 녹물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버려지는 물과 수도요금이 아깝기도 하고, 그렇게 기다릴 여유도 없다.


아이들이 어려서 자주 목욕을 시켜야 했는데, 그때마다 녹물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부동산과 집 주인에게 녹물을 고쳐 줄것을 요청했는데, 계속 알았다는 답만 돌아왔다. 1주일, 2주일, 한 달, 두 달. 전화를 할때마다 곧 하겠다는 답만 돌아오고, 실제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결국 거래했던 부동산과 대판 싸우고, 집주인과도 전화로 언성을 높였다. 그래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변호사 친구에게 자문을 받아 내용증명을 보냈다. 녹물이 나오지 않도록 집을 수리할 것과 정신적, 물질적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제서야 주인이 찾아왔다. 미안하다고 자기는 몰랐다고 했다. 일주일 안에 공사를 해주지 않으면 곧바로 소송에 들어갈 거라고 말했다. 공사가 급하게 이루어지느라 수도 관이 눈에 보이게 벽을 타고 연결되었다. 깨끗하게 고쳐진 집이 좋아서 들어왔건만, 수도관이 흉물스럽게 집안 전체를 가로지르는 집이 되어버렸다.

 

 

이번 주인(딸이 아닌 영감)은 처음에 들어올 때부터 베란다에 물이 새는 문제를 고쳐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먼저 살던 세입자를 통해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뚝뚝 떨어진다는 얘길 들었고, 계약할 때 그 하자를 고쳐주기로 약속을 받았다. 한번 공사 업자가 방문했는데, 단순히 어느 지점에서 물이 새는 것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낡아서 비가 들이치면 낡은 벽돌이 빗물을 머금으면서 아래로 내려보내고, 그렇게 벽돌이 머금은 빗물이 베란다에 뚝뚝 떨어지는 거라고 했다. 윗층을 방문해보니,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다.


주인에게 벽돌에 방수처리를 하면 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얘길 하고는 더이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우리는 늦여름에 들어와서 가을과 겨울, 봄을 나는 동안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 다시 여름이 되자 미친 듯이 비가 내렸는데, 말 그대로 집중호우였다. 비가 많이 오니 베란다에서 뚝뚝 수준이 아니라 비가 내리듯이 물이 샜다. 여름엔 베란다에 물건을 놓아둘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다시 몇 차례 고쳐달라고 요청을 했건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하는 짓이 이게 뭔가? 계약금도 준다고 약속했다가 태도를 바꿔 못 주겠다고 하고, 거짓으로 들어올 사람이 있다고 했다가 부동산 때문에 들통이 나고, 딸이란 년은 앞뒤없이 욕이나 퍼붓고 부녀지간에 잘 하는 짓이다! 정말!


문제는 법으로는 계약 만기일에 보증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되어 있고, 만기일 이전에 보증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부동산 거래는 전세던, 월세던, 매매던 상관없이 무조건 전체 보증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먼저 건네줘야 성립된다. 그래서 관행상 대부분의 집주인과 세입자가 미리 보증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주고 받는 것이 아닌가! 이제 어쩌라는 거냐? 나가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계약금을 안주면 나도 나갈 수 없다. 어디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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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3-07-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꼭 이기시길! (이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되나 싶긴 하지만 ㅠㅠ)
그 영감 딸년(!)에게 욕으로 대응하실 수 있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ㅠㅠ
새로 이사가는 집은 꼭 좋은 집 주인, 살기 좋은 집이었으면 좋겠네요.

우리 어머니는 가게 세 주면서, 그 전 세입자(전기세도 안내고 쓰레기도 한트럭이나 쌓아놓은데다가 6월까지 돈없다고 나중에 준다고 하다가 말없이 짐싸들고 안산다면서 반년동안 집세떼어먹고 도망간)가 남겨놓은 쓰레기 처리비용, 집 정리비용 등등등...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하니까 거금 백만원이나 깎아주고 세를 줬어요. 그 돈 없다고 우리가 죽을것도 아니고, 라면서 통크게.
가끔 세상사람들이 다 그러면 조금은 세상이 좋아지려나, 싶어지지만. (저도 쉽게 그러진 못하겠더라고요 ㅠㅠ)

아무튼. 정말 좋은 집 구하셨으면 좋겠고만요.

감은빛 2013-07-12 10:31   좋아요 0 | URL
제가 겪은 집 주인들은 어쩜 이렇게 뭐 같은 것들만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좋은 주인들도 제법 있던데요.
어머니께서 훌륭하신 분이시네요.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힘이 납니다! ^^

readersu 2013-07-1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마음 고생이 심하겠어요.
다음 집은 부디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랄게요.
집 없는 서러움을 감은빛님 글 통해 또 깨닫게 되네요.
힘내요!!

감은빛 2013-07-12 10:33   좋아요 0 | URL
네, 잘 지내시죠?
매번 집 주인이랑 안 좋은 일을 겪게되니,
차라리 대출이 좀 부담이 되더라도 집을 사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좀 고민이네요.
어쨌거나 또 전세를 구하던, 집을 사던 계약금은 반드시 필요하지요.
응원 고맙습니다!

북극곰 2013-07-1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후 정말.... 그렇게 말이 안 통하고 양심을 팔아먹고 자기 욕심으로만 똘똘 뭉친 사람을 대하면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꼭 이기시길 바래요. 억울하게 당할 수는 없지요. +.=!!

감은빛 2013-07-12 10:34   좋아요 0 | URL
네, 지금 제 맘이 딱 그렇습니다.
억울하게 당할 수는 없죠.
계약금을 안 주면 저도 가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립간 2013-07-1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집 주인에게 집이 노화된 것을 사용자 잘못이라고 하면서 두번이나 10~20만원 정도를 띁기기도 했죠. 돈을 무작정 안 주는 것이예요. 벽지에 먼지 묻은 것을 트집 잡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

감은빛 2013-07-12 10:34   좋아요 0 | URL
그런 억지를 쓰는 집 주인들이 꼭 있더라구요!
저도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어요.
양심도 없는 것들!

saint236 2013-07-1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주인은 슈퍼갑이지요...^^

감은빛 2013-07-12 10:35   좋아요 0 | URL
슈퍼갑이라도 갑의 의무는 이행해야할텐데,
의무는 아랑곳않고 잇속만 챙기려 드니까 문제네요.

기억의집 2013-07-1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간만에 알라딘 들어왔다가 님 글 읽으니 속상 하네요.
음 그런데 일단 전세계약금 10%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줄 법적인 근거는 님이 이미 말씀하신 대로 없어요.
이건 저도 매번 이사 다니면서 겪었지만 저는 주인집에서 계약금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천만원 단위가 넘어도요. 좋은 주인을 만날 경우 관례상 임차인에게 10% 주는 거라 감은빛님이 법적으로 소송을 건다해도 님 100% 집니다.
어디까지나 감은빛님도 알고 계시듯 관례예요. 관례가 법을 이길 수 없잖아요.

마지막 구절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읽다가 컴 켜서 댓글 달아요. 일단 감정적 싸움은 그만 하시는 게....왜냐면 계약금 10%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면 계약만료일부터 님은 월세로 전환되서 나중에 집 구해서 나갈때 임대인에게 감은빛님이 그 집에 있는 만큼 주인에게 돈주고 나가야합니다. 이것도 좋은 주인 만나면 안 받는 경우가 있지만, 감은빛님 주인을 보니 받을 거에요. 오히려 저쪽에서 소송이 들어오면 님 재판비용까지 다 덮어 쓸 수 있어요.

금융권에 대출 받아 계약금 마련하셔서 8월말까지 이사가는 게 가장 손해를 덜 보는 방법이에요. 화가 나시더라도 꾹 참고 빨리 집 구하세요. 다음은 좋은 주인, 좋은 집 만나시길 바래요.

감은빛 2013-07-12 10:46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염려해주신 마음 무척 고맙습니다.

계약금으로 법정 소송을 갈일은 없을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법적으로 집주인은 만기일 이전에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거든요.
주인과 제가 했던 약속을 어긴 사실에 대해 따질 생각입니다.

지금 이 집에 몇 가지 문제가 얽혀 있는데,
첫번째는 서류상 집주인이 이 집에 위장전입을 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두번째는 집주인을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고, 항상 대리인인 주인의 아비만 만나거나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죠.
세번째는 입주 전에 약속했던 누수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장기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으로 들어가면,
주인도 좋을 일이 없겠죠.
저는 그 점을 이용해서 소송으로 가지 않으면서도,
계약금 이상의 금액을 지급받고, 그 후에 충분히 이사나갈 시간을 벌어서 갈 생각입니다.

계약만료가 된다고 곧바로 월세 전환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계약 만료일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제가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대출받아 낼 생각도 안한 것은 아닌데,
관례상 그리고 저희 형편상 일부러 그럴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차례 계약금을 주기로 약속했다가 말을 바꿨다는 사실입니다.

좋은 집 주인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요?
결혼 하고 몇 번째 이사인지 잘 기억도 안나는데요.
이 글에도 언급했듯이, 부천에서 딱 한 번 괜찮은 주인을 만났고,
그 외에는 단 한번도 상식적인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주 몰상식한 인간들 밖에 없더라구요.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정말 나쁜 사람들일까요?
저는 이게 바로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살아갈 공간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이 시스템 덕분에
평범한 사람들도 집 주인 입장에서는 몰상식한 짓을 저지르는 거죠.

다시 한번 기억의집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비록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순리대로 상식적으로 풀어가면
결국에는 주인도 어쩌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qualia 2013-07-1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 님, 전세금 잘 돌려받으셨으면 좋겠네요. 서로 화도 내고 큰소리도 치고 했으니까, 이젠 차분하게 살살 논리적인 설득 작전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대판 싸우고 나면 양쪽이 물러서서 자기자신을 돌아보게 되잖아요. 그걸 인간적인 전략으로 파고드는 거예요. 그러면 상대방도 인간인 이상 뭔가 양보하고 합리적인 방식/태도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있는 곳에서 셋방살이 10년 넘게 살고 있답니다. 주인댁을 잘 만나서인지 10수년 전 계약했던 그 금액 그대로 살고 있지요. 중간에 주인 선생님께서 월세로 전환해서 월 기십만원씩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가서 한 2~3년만 더 전세로 살게 해달라고 했죠. 처음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셨는데, 나중에 그냥 그렇게 살라는 무언의 승낙을 해주시더군요. 그뒤로는 방세 얘기 전혀 안 하시고 5~6년이 지나도 그냥 내비두시더라구요. 4가구를 세 놓으셨는데, 저만 그렇게 장기 전세로 살아오고 있는 것이랍니다. 정말 감사하죠.

그런데 원주인께서 집을 집장사 하시는 분한테 2011년에 팔고 이사가셨어요. 그래서 지금은 집주인이 다른 분이랍니다. 원래 전세 계약서를 원주인께서 새주인한테 넘겨주셨다고 하시면서, 자동 이월 되는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대로 살라고 하시더군요. 새주인한테도 물어보니까 계약서 잘 받았다고 하시면서 원하면 계속 그 전세로 살라고 하시더군요. 새주인도 좋으신 분 같아요.

근데, 먼젓번 주인께서는 이 집 2층에 사셨었는데, 새주인께선 집을 다 세놓으시고 다른 데 사시죠. 그래서 지금 세든 세입자분들한테 제가 수도 요금을 달달이 받아서 대표로 납부하고 있어요. 수도 요금만 요금이 5가구 모두 통합돼 나오기 때문이죠. 근데 통합 수도 요금이 한 달에 10만원이 넘어요. 집이 오래된 집이라 누수가 엄청 심해서죠. 어디서 새는지도 모르고요. 알더라도 수리가 불가능한 것 같아요.

근데, 새주인께서 올해 11월달 정도에 이 집을 헐고 원룸을 지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사갈 준비를 해야 됩니다. 이곳이 대학교 앞이라 장소도 좋고, 아주 싼 가격에 안방, 작은방, 작은 주방 겸 거실을 갖춘 비교적 넓은 전셋집에서 정말 고맙게 잘 살아왔는데요. 이사갈 생각을 하니까 걱정입니다. 이만한 가격에 이렇게 괜찮은 조건의 집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니까요.

새주인께서 원룸 주택 지으면 방 2개짜리 싸게 주겠다고 하시던데... 그래도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이 지금의 전세금밖에 없기 때문에 걱정이네요.

감은빛 님, 아무쪼록 전세금 문제 원만하게 해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도 좋은 측면이 있을 테니까, 그쪽을 부드럽게 인간적으로 파고드세요. 그러면 의외로 잘 풀릴 거예요.

감은빛 2013-07-12 11:11   좋아요 0 | URL
부럽네요! 좋은 주인 만나 10년 넘게 한 집에 사시다니.
사실 저도 매번 이사할 때마다 그런 바램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 집에서는 좀 오래 살아보자는 생각 이사 들어올 때마다 했습니다.
집 주인과도 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구요.

문제는 글에도 적었듯이 주인들의 횡포가 상상을 초월하더라구요.
보일러 기사님도 혀를 내두를 만큼 낡은,
수명이 다한 보일러를 세입자가 고장냈으니 알아서 고쳐서 쓰라고 합니다.
그것도 한겨울에 갓 태어난 아기를 키우는 세입자에게 말이죠.
이런 인간하고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죠.

이번 집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는 집마다 주인과 말썽이 생겨서 언제부턴가 꼭 해야할말도 잘 안하고 참고,
당연한 요구를 할 때에도 부탁하듯 자세를 낮춰 말하고,
요구를 안들어줘도 계속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감정적으로 호소해왔습니다.
제가 수십 번 웃으면서 부탁하고, 좋게 말로 해보려고 무진 애를 썼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사람을 우습게 봤는지 점점 더 어이없는 언행을 하더군요.

이 글에는 다 쓰지 않았지만, 집이 낡아서 몇 가지 문제가 끊임없이 생겼습니다.
변기로 연결되는 수도관이 낡아서 샌다던가.
수도꼭지가 낡아서 샌다던가.
방마다 형광등 케이스가 고장나거나 떨어질 듯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던가.
부엌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던지.
베란다 누수 같은 심각한 문제도 안 고쳐주었듯이
이런 크고작은 문제가 생기때마다 세입자의 부주의로 고장난 건 알아거 고치랍니다.
수도관이 낡아서 새는게 세입자 부주의일까요?
애초에 형광등 케이스를 튼튼하게 달아놓지 않은 것이 세입자 부주의일까요?
부엌 환기시설이 낡아서 자주 멈추는 것이 세입자 부주의일까요?

제가 위에 기억의집님께도 답글로 말씀드렸는데,
이건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들도 인간이고 가족과 친구가 있을테고, 분명 인간적이고 좋은 면이 있겠죠.
하지만 그들이 집 주인의 입장이 되면 몰상식하고 몰지각하고 형편없는 인간으로
돌변하더란 말이죠.
그런 인간들과 더이상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더이상 할 일이 없습니다.
이 글을 쓴 이후로 내용증명도 발송했구요.
그 인간들의 반응에 따라 원만하게 해결이 될 수도 있고,
좀 힘들고 피곤하게 흘러갈 수도 있겠지요.
칼자루는 넘어갔습니다.
그 인간들이 양심이 있는(말씀처럼 좋은 측면이 있는 인간이라면)
잘 해결해 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뭐 서로 최선을 다해 싸워야죠!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고 또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영남지기 2013-07-12 15:2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님은 참 좋은 주인 만나셨네요. 저는 작년11월에 단독주택 매매해서 첨 주인이 되었는데 저희는 4가구 9명 사는데 평소에 수도세가 120,000원 정도 나옵니다. 근데 세입자 아주머니 한분이 올해 4월에 이사왔는데 그 세입자 아주머니가 결벽증이 있는지 정신분열증이 있는지 전세계약서 작성할때문해도 괜찮았는데 막상 이사온후 대화도 안되고 좀 정신나간사람 처럼 행동하면서그 아줌마 온 뒤 처음 고지서에서 5~6월 사용량이 220,000원에 두달 동안 244t을 사용햇더라고.... 이것은 푱소보다 10만원이나 많은 금액이며 물 사용량은 100t이 넘는 양입니다. 저번달에 비해도 거의 두배 작년 이맘때 비해도 거의 2배 입니다 그래서 복채에 이사비용 줄테니 나가라고 해도 안나갑니다. 참 집주인 노릇하기 힘드네요.

2013-07-12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2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남지기 2013-07-1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작년 11월에 단독주택 2층건물을 매매하여 생에 첨 집 주인이 되었습니다. 님 사연을 읽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정반대일까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올해 4월 2층 작은방에 60대초반 아주머니한테 세를 주었습니다. 도배도 해주고 싱크대 수도도 교환해주고 근데 이사온지 일주일만에 아줌마가 밤세 혼자 중얼거리면서 싸우고 2층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를 내고 그래서 왜 그러냐고 하니 집이 맘에 안들고 같은 집에 사는 옆방 아줌마를 막 욕하면서 집이 구석구석에 냄새가 나고 온몸이 가렵고 하면서 불편사항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저희 집이 쓰레기 장도 아니고 그전에도 사람이 잘 살던집에 이사 왔어 이런 얘기하니 좀 정신병환자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 전세금 돌려 줄테니 나가라고 하니 이사 비용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멀쩡한 집 본인이 맘에 안들어 해서 나가라고 했는데 왜 이사비용을 주냐고 그냥 있었더니 3개월이 지난 지금 그 아줌마가 2달에 혼자 100t이상 물을 사용하면서 하루에 세탁기 2번 돌리고 매일 설겆이 매일 물청소하면서 수도세가 평소보다 10만원이나 더 나왔습니다. 3개월 전에 말이 생각나서 그럼 복채에 이사비용 드릴테니 나가라고 하니 이제 왜 쫒아 내냐며 큰소리 칩니다. 9명 사는 집에 수도 요금이 220,000원 나왔고 2달에 244t사용합니다.
누구는 이사 비용에 전세금 돌려 주면서 나가라고 해도 안나가고 글쓴님은 방기한이 다 되어도 주인이 돈을 안줘 못나가고.... 님 같은 분이 저희 집에 이사 오셔야 되는데, 저는 세입자 아주머니 때문에 매일 물세 걱정 소음 걱정 하면서 하루하루 한숨만 짓고 있습니다. 주인이 갑이라고요? 그것도 세입자 나름이고 주인 나름입니다. 저희는 나이도 젊고해서 그런지 오히려 세입자들한데 절절 매며 삽니다. 아주머니 방기한이 1년하고 9개월 남았는데 빨리 방기한 끝나가길 매일 한숨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살걸 괜히 단독주택으로 이사 왔나 싶어 가족들한테 한 없이 미안하고 내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감은빛 2013-07-15 15:09   좋아요 0 | URL
대개의 경우 집 주인이 슈퍼 갑이지요.
을중의 가장 비참한 을이 세입자가 아닌가 싶어요.

글쓰신 님의 경우는 매우 특이한 경우로 볼 수 있겠네요.
부디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밤톨맘 2013-07-1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같은 경우는 집보여주고... 이사들올 사람 다 정해진 상태에서
이사날짜 맞춰서...대출받아서 먼저 소리소문없이 이사나갔습니다.(한 2주 전에)

그리고 이사 들어오는날 도배한다 어쩐다 난리피는데.. 돈 못받으면 열쇠못준다..
우린 이미 이사 왔다..(돈 없어서 이래전래못한다는 인상 주기 싫어서 사실 좀 배짱을 부렸습니다.)
우린 돈 없어서 그 돈 못받으면 갈데 없고 계약못하는거 아니다 하고 강하게 나가니
맨날 부동산이 전화했거든요(부동산놈들이 더 못됐어요.. 저같은 경우는 도배장판,마루 원상복구하라고 했거든요.. 절대로 못하죠)

이사들올사람 난리피우니.. 집주인 그때서야 전화 오더라구요..
저희 신랑이 법적으로 하자.. 세게 나가니...
그냥 마루 코팅비만 내는걸로 합의하고 부동산서 만났어요...

그 집주인도 부동산이 이래라저래라 해서 흔들어놓은거 같더라구요

저희는 전세금 받고,, 꼭 먼저 받으셔야 해요.. 안그러면 또 딴소리 할거예요 분명히!!
그리고 코팅비 주고
깨끗이~~ 끝냈어요...

정말 저 그 안빠지던 살이 6kg가 빠졌어요 1-2달 새에...
나중에 집주인이.. 부동산 사장한테 막~~뭐라뭐라 욕하고 그러더라구요


감은빛 2013-07-15 15:11   좋아요 0 | URL
고생 많으셨겠어요! 정말 살이 빠질만 하네요!
그리고 현명하게 잘 해결하셨네요.
저희도 잘 마무리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느날 2015-01-2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나가다 읽어봤는데 그 후로 어찌되셨는지
잘 마무리 되셨길 바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