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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절판


"공부하는 능력, 다시 말해 수학 능력을 키우기 위해 제일 좋은 건 책을 읽는 겁니다. 그게 제일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에요. 독서가 취미라고 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독서는 취미라고 할 수 없습니다. 독서는 일입니다. 독서는 전략이고 독서는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최재천)-56쪽

"글을 쓰는 것이 사람을 스스로 귀하게 만드나요?"
"그렇지.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글쓰기를 통해서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야. 왜냐하면 세상을 자세히 보아야 글을 쓸 수 있거든. 자세히 본 것을 쓰다 보면 더운 자세히 보여. 그러면 급속도로 발전이 되지. 정신적으로 풍요해지는 거야.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모든 것이 글이기 때문이야. 자기 분야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은 모두 글을 써. 글을 쓰기 때문에 앞서가는 거야. 글쓰기란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힘을 주지."(김용택)-115쪽

"독서라는 것은 자기를 중심에 두고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을 흡인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성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독서라는 게 즐거울 수 있는 거죠. 낯설음이나 신비함, 호기심은 독서의 방법이 아니라 본질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철학책을 읽는다고 하면 점점 철학의 중심으로 다가가면서 그 흡인력에 나를 맡기는 거죠. 하지만 디자인이라는 내 본질적인 것을 바꾸지 않고 내가 중심을 잡고 가게 하는 거예요. 내가 중심을 잃고 철학을 하게 되면 전공이 바뀌어버리는 거죠."(정병규)-132쪽

남들이 권하는 삶을 살지 마라. 자기만의 삶을 살아라.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천재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야 몰입이 일어난다. 그래야 뭔가를 이룰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맡기는 것이다. 그것은 그 어떤 것보다 굴욕적이다.(박원순)-283-284쪽

"분노를 가지고 살아야 해요. 자기가 다스릴 수 있는 분노가 있지 않으면 부패하게 되니까 부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기가 다스릴 수 있는 나름대로의 분노를 품고 있는 게 중요해요. 요즘 젊은이들은 분노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걸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 그런지 욕망을 배출하는 게 너무 쉬운 세대로 보여요. 분노라는 것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이 억압되고 배출이 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그게 없으니 스스로 부패하고 나아가 타락하기도 해요. 어떠한 분노든 분노를 가지고 사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승효상)-309쪽

그 느낌을 아는가? 틈만 나면 읽고 싶어지고, 다 읽어가는 것이 너무나 아까운 그런 책들이 있다는 것을, 시간이 얼마큼 흘렀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책, 잠시 덮었다가도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또 펼쳐보게 되는 책, 전철에서 책을 보다가 내릴 역을 그만 놓치게 만드는 책, 약속장소에 한 시간을 먼저 와도 그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리는 책,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책, 그런 책들을 만났을 때의 행복과 희열이란 좋은 친구를 만났을 때만큼이나 짜릿하다.(김성룡)-324-325쪽

"전통! 케케묵은 것이 아니라 켜켜이 묵힌 것입니다."(진옥섭)-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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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허아람의 꿈꾸는 책방'을 한가하게 거닐었다. 나 또한 그녀처럼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려주었다. 책.책.책.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도 하나씩 늘어간다. 다만, 삶과 일치하는 글읽기에 조금씩 다가 가는 걸까. 글쎄다.  "시야의 결손을 없애고 다양성들이 공존할 수 있는 보편성을 마련하려는 것, 그것을 위해 어떤 가치를 통해 세상을 보고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다시 묻는 것...(p358)" 그러기위해서는 먼저 나의 가치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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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 - 허아람의 꿈꾸는 책방
허아람 지음 / 궁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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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배고픈 눈이 아니면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고, 애정어린 눈이 아니면 띄지 않는 모습이 있다. -38쪽

자존심은 자신의 값어치를 억지로 '부여잡고''잃지 않으려는', '쥐어 잡음'의 표현이다. 그러나 고귀한 사람의 천진한 자신감은, 근육에 그 긴장감이 자연스럽듯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장점을 그 실질 그대로 그리고 모양 그대로 받아들인다. -50쪽

사랑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태풍이 몰아쳐 나로 하여금 뭔가에 강렬하게 집중하도록 하는 일대의 사건이다. 그때 일어나는 집중력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어서, 그 정도의 힘이라면 내 몸에 쌓인 낡은 흔적들을 일거에 몰아낼 수 있다. 만약,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컨대, 사랑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몸과 일상에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단언컨대!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을 하고 있다면, 사랑을 꿈꾸고 있다면 먼저 동선을 바꾸라. 동선을 바꾼다는 건 "일상의 차서次序를 재배치하는 것이다. '차'란 시간적 순서, '서'란 공간적 질서다"(농담)차서를 재배치한다는 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순서를 바꾸고 하루의 활동들을 시공간적으로 다르게 안배한다는 뜻이다. 삶은 몸의 에너지들이 서로 교환하는 물리적 장이다. 내가 리듬과 강도를 바꾸면 당연히 내 주변에 이전과는 다른 물리적 작이 형성된다. 인연조건이 달라진다는 뜻. 그렇게 되면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와 활동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게 바로 새로운 신체의 창조며 삶의 창조다. -52-53쪽

즉, 한 사람이 무언가를 소유하면 다른 사람은 그것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 어떤 종류의 물건이든 사용되거나 소비된 물건에는 꼭 그만큼의 인간의 생명이 소비되었다는 것, 그렇게 사람의 생명을 소비한 결과 현재의 생명을 구하거나 더 많은 생명을 얻게 되면 그것은 좋게 소비된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그만큼 생명을 방해했거나 죽인 결과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119쪽

우리가 잘 아는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이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연설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날 졸업생들에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인간의 힘을 기초로 세상을 바꾸라. 또 그대들이 가진 지위와 영향력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라. 힘 없는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해라. 자신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늘 간직하라."라고 요청하면서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마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 속에 우리가 필요한 모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더 나은 것을 공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154쪽

"시의 목적은 놀랄 만한 사고로 우리를 눈부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한 순간을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또 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 값하는 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라고 밀란 쿤데라의 정의는 정당하고 타당하다. 이러한 순간이야말로 우리를 보다 더 사람답게 만든다."라는 문장입니다. -183쪽

주체적인 삶에 가치를 둘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편리와 이익에 가치를 둘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에요. 지금 우리는 더 편리해지고, 더 쉬운 일을 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그런 데 가치를 두니까 다른 삶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일단 경쟁 위주의 가치에 빠져 있으니까 다른 가치가 안 보이는 거죠. 주체적인 개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상대적인 비교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누구는 냉방 잘된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보고 앉아 있는데 누구는 두엄간에서 퇴비를 손보고 있다고 하면, 누가 그 냄새나는 일을 하려고 하겠어요? 상대적인 비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해답은 없어요. -242쪽

조셉 캠벨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사람들은 말을 하는데 그러나 나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순수하게 육체적인 차원에서 우리의 삶의 경험은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실제로 살아 있음에 황홀을 느낍니다."-303쪽

우리 젊은이들이 꼭 다시 재정의하고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짦은 정지.... Kindness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에게 nice한 거,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해보는 거, 관대한 거, 존중하는 Kindness. 평생을 사회 정의를 위해 저항하고 투쟁하며, 엘리스 워커의 말대로 그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었다, 라고 말했던 그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질문에 정의도, 평등도, 자유도 아닌 Kindness라나, 가슴이 울컥했다. 나의 좋은 선생님, My kind teacher,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의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싶던 그 시간, 한 인간의 존엄과 겸손과 아름다움 앞에서 눈물이 났다.

+여기서 그는 Howard Zinn이다. 보스턴대학에서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이다. -312쪽

절차의 어려움, 영어를 모른다면 어떤 경우라도 지구 안에서 공항을 통해서 국경 넘기라는 것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과연 공항을 이용한다. 또는 세계시민주의다. 그래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상위 몇 퍼센트의 사람들만을 위한 시스템이나 문화나 윤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전 세계를 다니며 느꼈던 것은 태어나서 그 땅을 단 한 번도 떠나보지 않은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란 겁니다. 내가 태어났고, 살고 있는 이 도시를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은 채, 일생을 사는 그 수많은 사람들의 삶, 그 삶들이 자본의 세계화가 아닌 어떤 인간적 가치, 존귀함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329쪽

샤비 사와르카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카스트제도는 사라졌지만 아직 현대 사회에서는 뿌리 깊은 카스트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차별과 억압이라는 정신병이 활개를 치고 있는 듯합니다. 세계 곳곳에 돈이나 명예 따위의 부질없는 기준으로 스스로를 또는 타인을 저울질합니다. 돈과 명예가 있으면 브라만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불가촉천민 달리트가 됩니다. 그러나 과연 누가 브라만이고 누가 달리트일까요? 고귀한 돈이란 이 세상에 없습니다. 하지만 눈보다 깨끗하고 고귀한 영혼은 있습니다. 카스트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마음과 영혼의 몫입니다. 이제 당신의 영혼의 계급을 알아야 할 때입니다. 당신의 카스트는 무엇입니까?"-426쪽

"오늘날의 독재는 범세계적인 권력구조인데 그것은 소비와 폭력으 우선시하는 보편가치를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으로 정의됩니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은 존재조차 않습니다. 존재할 권리는 무엇을 살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으로 정의됩니다. 차가 당신을 운전하고 슈퍼마켓이 당신을 삽니다. 텔레비전이 당신을 보고 컴퓨터가 당신을 프로그래밍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도구의 도구가 되고 말았습니다."-4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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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무엇하나 놓칠세라 그래서 감히 줄긋기도 힘들었다... 나 또한 언제든, 어디에서든, 무엇을 한들, 누구를 만났어도 도처에 있는 상수들로 행복했다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간편한 복장으로 그저 따라 나서기만 해도 되는데, 얼마나 바쁘고, 힘들었는지, 정말 고지(책이 있는 곳)가 저기인데 하면서도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그러면서 잠도 제대로 못잤다...가 보고 싶은 곳, 가지 않았어도 막 다녀 온 느낌, 그래서 한달음에 달려 간 광화문과 경복궁. 잠깐 보고 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았다. 가고 싶은 곳이 갑자기 너무 많이 생겼다... '아는 만큼 보인다''사랑하면 알게 된다'(p5)로 맺은 사람들, 얼마큼 더 알아야 보이고 사랑해야 알게 될까. 이번 주는 여러가지로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이제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 상처만 남았다... 휴유~ 그래도 다행이지. 가고 싶은 곳이 많이 있으니까.  

PS) "일반인이 관람하는 문화재로서의 경복궁(P17)"과 "경회루는 외국 사신을 위한 연회와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잔치를 베풀기 위해 지은 누각이다. 2005년 6월 1일, 그동안 출입금지됐던 경회루를 44년 만에 일반에게 개방할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학생들이 축하공연으로 아악곡 [수제천(壽薺天)]을 연주했다. 분합문을 모두 들어 올려 개방한 상태였는데 소리의 퍼짐이 아주 장엄했다(P81)" 2001년 10월 경복궁 복원사업의 일부가 막 완료된 시점에서 본 경복궁과 경회루, 그때 쓴 글이 생각나 옮겨본다.   

경복궁엘 갔습니다. 아름답게 채색되고 복원된 모습에서는 역사의 유구함과 사건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덧칠하고 덧칠하면서 예전의 일들은 하나씩 사라졌나 봅니다. 다만 씌여진 푯말을 통해서만 이곳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하지만 은행잎의 노란 물결속에서 빨갛고 노란 단풍속에 비치는 경회루의 아름다운 자태에선 넋이 나갈 정도였습니다. 아름다운 집, 분명 그곳에서 사람들이 만들었을 일들이 있었겠지만 그 일들을 흘러가는 시간에서 찾기란 힘들었습니다. 자취조차 없었습니다. 통풍이 잘되고 볕이 잘 드는 그 집에 사람이 더불어 살고 함께 나누고 있다면 분명 윤기나고 향내나는 집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내용이 없고 덩그마니 건물만 있는 그 곳은 이렇게 좋은 가을 햇볕을 맞으며 한 번 거닐어 봄직한 곳에 불과하였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한가지 같습니다. 서로 만나 아름다운 곳에 터를 잡고 멋진 집을 지었건만 더불어 함께하고, 할일과 사람이 없다면 조금씩 황폐해지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지리라 생각됩니다. 가끔씩 덧칠하면서, 초대의 시간도 만들어 보고, 행복하고 멋진 집이 여전히 당신의 맘에 있길 이 가을 빌어 봅니다.  

오늘의 경복궁은 정말 다르다. 다시 한번 천천히 걷고 싶다. http://www.royalpalace.go.kr 눈으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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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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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에 연륜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경구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였다.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상수(上手)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의 가치를 밝혀낸 이들도 내가 따라가기 힘든 상수들이었으며,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필부 또는 인생의 상수들이었다. -5쪽

경복궁의 각 권역을 이어주는 길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버드나무, 때죽나무, 마가목, 산딸나무 등 각 건물에 어울리는 나무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 종류가 100종이 넘는다. 경복궁과 자금성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연과의 어울림이다. 자금성은 자금성이고 경복궁은 경복궁이다. -17쪽

배를 건조하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르켜라.(씽떽쥐뻬리의 말)

왕조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에 왕궁이 남아 있지 않으면 말할 수 없이 큰 상실감을 일으킨다는 것을 베를린왕궁 복원사업이 웅변해준다. 왕궁은 그 민족, 그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정통성에 대한 확인이자 상징이다. 우리에게 경복궁은 정년 그런 존재다. 이 점은 외국인들이 경복궁을 보는 시각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자금성, 프랑스 베르쌰유 궁전, 오스크리아 빈왕궁, 헝가리의 부다왕궁 앞에서 느낀 감정과 똑같은 맥락에서 외국인들은 경복궁을 보면서 우리 역사의 만만치 않은 저력과 현재적 삶의 역사적 뿌리를 보게 된다. 상처받은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것은 후손된 자의 임무이며 그 임무를 다함으로써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밝게 드러난다. 경복궁을 더 아름답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20-121쪽

선암사의 사계절
선암사는 1년 365일 꽃이 없는 날이 없다. 춘삼월 생강나무, 산수유의 노란 꽃이 새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매화 살구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 자두 배 사과 영산홍 자산홍 철쭉이 시차를 두고 연이어 피어난다. 그것도 여느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늠름한 고목에서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감히 예쁘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때가 되면 선암사는 열흘마다 몸단장을 달리한 것처럼 우리를 새롭게 맞이한다. 봄의 빛깔이란 어제와 오늘은 비슷해도 열흘을 두고 보면 확연히 다르다......-177-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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