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 - 허아람의 꿈꾸는 책방
허아람 지음 / 궁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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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배고픈 눈이 아니면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고, 애정어린 눈이 아니면 띄지 않는 모습이 있다. -38쪽

자존심은 자신의 값어치를 억지로 '부여잡고''잃지 않으려는', '쥐어 잡음'의 표현이다. 그러나 고귀한 사람의 천진한 자신감은, 근육에 그 긴장감이 자연스럽듯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장점을 그 실질 그대로 그리고 모양 그대로 받아들인다. -50쪽

사랑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태풍이 몰아쳐 나로 하여금 뭔가에 강렬하게 집중하도록 하는 일대의 사건이다. 그때 일어나는 집중력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어서, 그 정도의 힘이라면 내 몸에 쌓인 낡은 흔적들을 일거에 몰아낼 수 있다. 만약,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컨대, 사랑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몸과 일상에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단언컨대!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을 하고 있다면, 사랑을 꿈꾸고 있다면 먼저 동선을 바꾸라. 동선을 바꾼다는 건 "일상의 차서次序를 재배치하는 것이다. '차'란 시간적 순서, '서'란 공간적 질서다"(농담)차서를 재배치한다는 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순서를 바꾸고 하루의 활동들을 시공간적으로 다르게 안배한다는 뜻이다. 삶은 몸의 에너지들이 서로 교환하는 물리적 장이다. 내가 리듬과 강도를 바꾸면 당연히 내 주변에 이전과는 다른 물리적 작이 형성된다. 인연조건이 달라진다는 뜻. 그렇게 되면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와 활동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게 바로 새로운 신체의 창조며 삶의 창조다. -52-53쪽

즉, 한 사람이 무언가를 소유하면 다른 사람은 그것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 어떤 종류의 물건이든 사용되거나 소비된 물건에는 꼭 그만큼의 인간의 생명이 소비되었다는 것, 그렇게 사람의 생명을 소비한 결과 현재의 생명을 구하거나 더 많은 생명을 얻게 되면 그것은 좋게 소비된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그만큼 생명을 방해했거나 죽인 결과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119쪽

우리가 잘 아는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이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연설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날 졸업생들에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인간의 힘을 기초로 세상을 바꾸라. 또 그대들이 가진 지위와 영향력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라. 힘 없는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해라. 자신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늘 간직하라."라고 요청하면서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마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 속에 우리가 필요한 모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더 나은 것을 공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154쪽

"시의 목적은 놀랄 만한 사고로 우리를 눈부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한 순간을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또 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 값하는 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라고 밀란 쿤데라의 정의는 정당하고 타당하다. 이러한 순간이야말로 우리를 보다 더 사람답게 만든다."라는 문장입니다. -183쪽

주체적인 삶에 가치를 둘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편리와 이익에 가치를 둘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에요. 지금 우리는 더 편리해지고, 더 쉬운 일을 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그런 데 가치를 두니까 다른 삶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일단 경쟁 위주의 가치에 빠져 있으니까 다른 가치가 안 보이는 거죠. 주체적인 개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상대적인 비교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누구는 냉방 잘된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보고 앉아 있는데 누구는 두엄간에서 퇴비를 손보고 있다고 하면, 누가 그 냄새나는 일을 하려고 하겠어요? 상대적인 비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해답은 없어요. -242쪽

조셉 캠벨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사람들은 말을 하는데 그러나 나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순수하게 육체적인 차원에서 우리의 삶의 경험은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실제로 살아 있음에 황홀을 느낍니다."-303쪽

우리 젊은이들이 꼭 다시 재정의하고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짦은 정지.... Kindness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에게 nice한 거,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해보는 거, 관대한 거, 존중하는 Kindness. 평생을 사회 정의를 위해 저항하고 투쟁하며, 엘리스 워커의 말대로 그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었다, 라고 말했던 그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질문에 정의도, 평등도, 자유도 아닌 Kindness라나, 가슴이 울컥했다. 나의 좋은 선생님, My kind teacher,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의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싶던 그 시간, 한 인간의 존엄과 겸손과 아름다움 앞에서 눈물이 났다.

+여기서 그는 Howard Zinn이다. 보스턴대학에서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이다. -312쪽

절차의 어려움, 영어를 모른다면 어떤 경우라도 지구 안에서 공항을 통해서 국경 넘기라는 것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과연 공항을 이용한다. 또는 세계시민주의다. 그래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상위 몇 퍼센트의 사람들만을 위한 시스템이나 문화나 윤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전 세계를 다니며 느꼈던 것은 태어나서 그 땅을 단 한 번도 떠나보지 않은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란 겁니다. 내가 태어났고, 살고 있는 이 도시를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은 채, 일생을 사는 그 수많은 사람들의 삶, 그 삶들이 자본의 세계화가 아닌 어떤 인간적 가치, 존귀함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329쪽

샤비 사와르카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카스트제도는 사라졌지만 아직 현대 사회에서는 뿌리 깊은 카스트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차별과 억압이라는 정신병이 활개를 치고 있는 듯합니다. 세계 곳곳에 돈이나 명예 따위의 부질없는 기준으로 스스로를 또는 타인을 저울질합니다. 돈과 명예가 있으면 브라만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불가촉천민 달리트가 됩니다. 그러나 과연 누가 브라만이고 누가 달리트일까요? 고귀한 돈이란 이 세상에 없습니다. 하지만 눈보다 깨끗하고 고귀한 영혼은 있습니다. 카스트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마음과 영혼의 몫입니다. 이제 당신의 영혼의 계급을 알아야 할 때입니다. 당신의 카스트는 무엇입니까?"-426쪽

"오늘날의 독재는 범세계적인 권력구조인데 그것은 소비와 폭력으 우선시하는 보편가치를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으로 정의됩니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은 존재조차 않습니다. 존재할 권리는 무엇을 살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으로 정의됩니다. 차가 당신을 운전하고 슈퍼마켓이 당신을 삽니다. 텔레비전이 당신을 보고 컴퓨터가 당신을 프로그래밍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도구의 도구가 되고 말았습니다."-4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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