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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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에 연륜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경구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였다.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상수(上手)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의 가치를 밝혀낸 이들도 내가 따라가기 힘든 상수들이었으며,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필부 또는 인생의 상수들이었다. -5쪽

경복궁의 각 권역을 이어주는 길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버드나무, 때죽나무, 마가목, 산딸나무 등 각 건물에 어울리는 나무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 종류가 100종이 넘는다. 경복궁과 자금성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연과의 어울림이다. 자금성은 자금성이고 경복궁은 경복궁이다. -17쪽

배를 건조하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르켜라.(씽떽쥐뻬리의 말)

왕조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에 왕궁이 남아 있지 않으면 말할 수 없이 큰 상실감을 일으킨다는 것을 베를린왕궁 복원사업이 웅변해준다. 왕궁은 그 민족, 그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정통성에 대한 확인이자 상징이다. 우리에게 경복궁은 정년 그런 존재다. 이 점은 외국인들이 경복궁을 보는 시각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자금성, 프랑스 베르쌰유 궁전, 오스크리아 빈왕궁, 헝가리의 부다왕궁 앞에서 느낀 감정과 똑같은 맥락에서 외국인들은 경복궁을 보면서 우리 역사의 만만치 않은 저력과 현재적 삶의 역사적 뿌리를 보게 된다. 상처받은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것은 후손된 자의 임무이며 그 임무를 다함으로써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밝게 드러난다. 경복궁을 더 아름답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20-121쪽

선암사의 사계절
선암사는 1년 365일 꽃이 없는 날이 없다. 춘삼월 생강나무, 산수유의 노란 꽃이 새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매화 살구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 자두 배 사과 영산홍 자산홍 철쭉이 시차를 두고 연이어 피어난다. 그것도 여느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늠름한 고목에서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감히 예쁘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때가 되면 선암사는 열흘마다 몸단장을 달리한 것처럼 우리를 새롭게 맞이한다. 봄의 빛깔이란 어제와 오늘은 비슷해도 열흘을 두고 보면 확연히 다르다......-177-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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