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그대로 오직, 미친, 완벽하게, '책'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책은 우리의 인생과 같다. 시작과 과정과 결과가 있다. 우리는 책의 텍스트를 물질인 책과 동일시 한다. 나 또한 책을 모으고 있다. 수 백 권의 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거나, 올려져 있지만 한 번씩 둘러보는 것 만으로, 이 공간에서 숨쉬는 것 만으로 만족한다. 수명이 조금씩 길어지는 거 같다. 나의 정신을 버무려 읽은 책들, 그래서 나의 삶의 일부가 된 글들은 오롯히 나만의 인생을 만들고 있으니. 저자가 말한 우리가 소장하는 책의 분량만큼, 딱 그만큼의 텍스트가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간다(60쪽). 그래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입고 있는 옷이라 생각하면, '알맞은' 책을 고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빽빽하게 꽂힌 책을 배경으로 한 모습은 또 다른 나의 삶을 드러내 준다... 그리 중요하게 탔던 말들이 자동차로 대체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함부로 읽을 수 없고 무겁고 큰 책들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손에 알맞게 들어오게 될 줄은, 종이책은 전자책과 더불어 나 보다는 오래 살아 남을거라 믿고 싶다. 이유는 책에 중독된 자들은 점점 더 많은 책을 필요로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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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바침 -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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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그런 것이다. 아니, 책이란 그러한 상대성을 뛰어넘는 무엇이다. 방대하고, 깊고, 풍요로우며, 지저분하고, 거추장스럽고, 아름답고, 찬란하고, 곤란한 무엇이다. 우리에게는-부르크하르트 슈피넨에 따르면-새 책, 헌책, 큰 책과 작은 책, 빌린 책, 두고 간 책, 사인 받은 책, 버린 책, 심지어 불에 타버린 책이 있다. 책을 정의내리기 위해서는 한 권의 책을 필요로한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애서가들은 책의 근사함을 보여주겠다는 소박한 열망으로 출발해 기어코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쓴다. 책의 속성은 그 자신이 책이 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애서가들의 귀에 속삭인다. 나를 써보지 않겠어? (김겨울 추천사 중)

초창기의 책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크고 무거웠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책의 내용도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지닌 소수의 전유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37쪽)

우리는 일상에서 텍스트와 책을 동일시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탓에 책이라는 낱말을 텍스트와 동의어로 사용한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쓰는 사람은 없다. 책이 아니라 나중에 인쇄되어 책으로 출판되길 바라는 ‘텍스트‘를 쓴다. (중략)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있어서 ‘좋아하는 책‘은 그야말로 ‘오롯한 책‘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택스트와 그것을 담은 물질적 형식이 자명하게 하나를 이루기 때문이다. 즉 정신과 물질이 일치한다. (58쪽)

우리가 평생 읽는 책의 분량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책의 분량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 우리가 소장하는 책의 분량만큼, 딱 그만큼의 텍스트가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마련하는 모든 새 책은 그 책들이 우리의 책장을 차지하는 공간만큼 우리의 독서 생활을 차지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맞은‘ 책을 고르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60-61쪽)

물에 젖어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책일지라도 버리는 건 고통스러웠다. 나는 책들이 그런 상태에서 솔직히 고마웠다. 그런 상태는 내 행위를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에 훼손되지 않은 책을 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신성 모독처럼 느껴졌다. (104-105쪽)

책은 과정이 아니다. 책은 다차원적인 것, 임의로 계속될 수 있는 것,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는 것이다. 책은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저술된 것,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물체다. (120-121쪽)

이토록 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있고 싶은 욕망의 배후에는 실제로 무엇이 존재할까? 이 모든 사색과 반성의 결과가 무엇이었을까? (149-150쪽)

아무리 디지털 시대일지라도 책으로 가득 찬 서가는 인기 있고 사랑받는 표상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수천 명의 과학자, 성직자, 예술가, 정치인들이 책으로 가득 찬 서가들 배경으로 사진가와 카메라맨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10초 남짓한 자신들의 진술 또는 성명이 더욱 진지하게 보이기를 바라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은 그런 분명한 신호를 요구한다. 바로 오늘날까지도 책으로 가득 찬 서가가 그 특정한 목적과 요구에 기여하는 듯 보이는 까닭이다. 물론 무엇보다도 그 서가의 주인을 위해서 말이다. (157쪽)

나는 보다 단단한 무언가에 얽매여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책에 담긴 텍스트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 즉 책을 읽는 행위였다. (161쪽)

읽힌 책은 그것을 읽은 독자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다. 심지어는 아주 중요한 장의 특별한 한 단락이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독자가 가장 머물러 있고 싶어 했던 부분, 가장 편안함을 느낀 부분이었다면 언제나 그렇다. 모든 텍스트는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이와 동시에 독자에게는 그 세계를 여행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이따금씩 그 여행을 회상하기 위해서라도 읽힌 책은 여행 기록처럼 보관될 필요가 있다. 여행 기록들이 다 그렇듯이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이처럼 개인 도서관은 자신만의 독서 생활을 위한 기록 보관소이다. (163쪽)

진정한, 정말로 진정한 장서광은 결국에는 자신의 책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개의치 않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장서를 돌볼 시간이 없었으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 장서광은 중독된 자들이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책 중독도 끊임없이 복용량을 늘려야 한다. (174쪽)

책의 물질적인 가치는 출판사나 경매소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실질적인 가치는 인간과 맺는 관계를 통해 획득된다.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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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에 시편을 사용한다. 이때껏, 모범 답안을 정해놓고 기도하고, 그러니까 삶과 괴리된 모습으로,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의 과정보다는 결론을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나도록,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결정된 모습으로 기도한 모양새다. 특히, 지금의 나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면서 기도하기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나, 어떤 상황에서 상처받은 부분을 포장하여 그를 사랑하게 해 달라고, 그 사건의 상처를 봉합해 달라고. 그게 아니라, 우선 그 상황과 상태나 사건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출발점 같다. 

시편을 도구 삼아 기도해 본다. 온전한 인간으로 존재하고 존재가 되어가도록 기도한다. 

햇살이 따뜻한 봄이 왔다.  

추신) 이 책을 기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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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 응답하는 기도 - 시편에서 발견하는 기도의 실제
유진 피터슨 지음, IVP 편집부 옮김 / IVP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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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도구지만, 한 가지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 기도는 무엇을 하거나 무엇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존재하고(being) 존재가 되어 가기(becoming) 위한 도구다. (중략) 그러나 우리의 존재가 가고 또한 인간이 되어 가도록 해 주는 도구는 그렇게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이 시대를 무엇보다도 기술의 시대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대륙의 가장 큰 영역에는 기술이 매우 빈약한 상태다. (중략) 기도야말로 인간이 되어 가는 모든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다. 기도는 하나님이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의 몸과 영혼에 사용하시는 도구다. 기도는 우리가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다. (13쪽)

우리는 모두, 우리가 적절한 곳에 있다면 기도할 수 있으리라고 혹은 좀더 잘 기도할 수 있으리라고 가정한다. 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곳 혹은 있기 원하는 곳에 가게 될 때까지 기도하는 일을 미룬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가 있는 바로 그곳을 겨냥하고 거기에서 우리의 응답을 이끌어 내는데, 우리는 환상과 환경이 그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도록 그냥 둔다. (49쪽)

기도할 때 우리의 과제는 언어의 희소가치를 높여서 추상적인 영성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날씨와 지리와 적대감의 은유로 언어를 풍부하게 해서 정직하고 실제적인 경험의 영성으로 만드는 일이다. 언어의 리듬과 시간의 관계는 언어의 은유와 장소의 관계와 같다. 하나님은 시공간 속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시공간 속에서 응답, 즉 기도해야 한다. (115쪽)

예배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또 하나님의 대답에 삶을 거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품는 것이다. 또 나 혼자만 그분이 아끼시는 자녀가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필요와 권리가 있음을 공손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예배는 만남의 공간을 명확하게 하고, 시간을 정하고, 순서를 부여한다. 기도는 시공간 안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도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129쪽)

기도는 고통과 감사, 분노와 같은 가장 자연스러운 행위로 시작된다. 그것은 산발적으로 일어난다. 그것은 어떤 점진적인 변화 없이 갑자기 경험된다. 그러나 기도가 계속되는 동안, 모으고 정돈하는 물밑 작업이 진행되어 기도는 우리의 가장 종합적인 행동으로 발전한다. 기도는 기억하는 행위로 무르익는다. (중략) 기도에는 인생이 응집되어 있다. 인생은 깔끔하게 분류된 채로,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으며, 따라서 기도도 마찬가지다. 시편은 우리에게 인생의 물결이 우리에게 흘러오는 대로, 그 거친 물결이 우리를 적시는 대로 그 물결에 몸을 담그고 기도하라고 가르친다. (159쪽)

시편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믿음의 모험으로 삶을 감행하는 사람들의 모든 기도 경험은 찬양으로 귀결되는 철저한 결론에 도달한다. 어떤 기도든 모든 기도의 마지막은 찬양이다.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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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라의 순간들이 모여서 우리의 인생이 된다. 그 순간들로 하여금 기쁘기도 하고 곤란에 빠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그것을 들여다보고, 포착하는 사람, 사울의 사진은 몰랐던 부분을 알게 해주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사물이나 장소, 그, 그녀가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는 방법에 따라 주관적으로 달라진다. 눈으로 들어 온 피사체는 보는 방식에 따라 각자의 삶의 형태를 달리 만든다. 희미하고 모호한 사진도 삶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끔 다음 생애에 꼭 하리라,하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것들, 잊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 당장 할 것도 미루면서... ㅎ


*'사울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사진을 3월 27일이 지나기 전에 피크닉으로 보러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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