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최은희 지음 / 우리교육 / 2006년 3월
구판절판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다 보면, 읽을 때마다 그림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매번 그림을 새롭게 읽어 내는 건 언제나 아이들이다. 고정관념에 얽매인 나는 아무리 애써도 전에 발견한 것 이상을 보지 못한다. 상상력이 무뎌진 데다, 책을 마음으로 읽지 않고 눈으로만 보려 하기 때문이다.-69쪽

사람도 가까이에서 오래 부대껴야 그 사람의 눈빛을 읽을 수 있듯, 가슴바닥에 묻어 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듯 숲도 그렇다. -76쪽

검은 붓 선으로 거칠고 단순하게 배경과 인물을 그려 놓은 <까마귀 소년>은 기존의 그림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뭐랄까? 모래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그 모래바람을 고스란히 맞아 손이고 머릿속이고 입 안이고 온통 꺼끌꺼끌한 무엇이 온몸데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런 느낌. 마음도 덩달아 허허롭게 만드는 그런 그림들로 책이 꾸며져 있다. -150쪽

어른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주저 없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용기를 주고 격려해 주면 된다. 아이가 제 안의 것을 찾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면 기다려주고 작은 일에도 칭찬을 해 주면서, 적어도 아이가 다른 잣대에 눌려 기죽고 움츠러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어른은 그 일만 하면 된다. 아이들은 절대로 어른이 만들어 놓은 깃발을 따라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162쪽

자연은 이렇듯 흐르는 시간에 자신의 몸을 맞춘다.-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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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 살림지식총서 159
이정은 지음 / 살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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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욕구를 인정받지 못할 때 고통을 느낀다.-9쪽

나의 특수한 욕구와 타인의 특수한 욕구가 서로 자기중심적으로 작동하고, 서로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면, 욕구들 간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33쪽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싸움을 통해 자유를 획득하고 타인에게서 인정받으려고 할 때 작용하는 '자유에 대한 자각'은 '자기의식에 대한 자각'과 같은 지평에 놓여있다. 인간이 참다운 정신성에 도달하는 것은 '자유'와 자유를 자각하는 '자기의식'을 정립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자신의 자기의식)의 자유가 박탈당하거나 타인(다른 자기의식)의 자유를 박탈하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로 인한 고통도 끊임없이 생겨난다.-53쪽

상호인정은, 내가 나 자신의 특수성을 지양하고 타인 속에서 자신을 직관함으로써 그리고 타인 또한 타인의 특수성을 지양하고 나 속에서 자신을 직관함으로써 '보편성'을 정립하는 것이다.-70쪽

이렇게 타자 속에서 나를 직관할 수 있을 때, 타자는 나의 밖의 타자가 아니라 내 안의 타자가 되는 것이다. 타자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고 타자 속에서 무한성을 파악하는 것은 바로 나에게 무한성을 열어놓고 나 속에서 무한성을 포착하는 것이다. 타자에게 나의 모든 것을 개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에게 나의 모든 것을 개방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삶은 나에게 모든 것을 개방할 수 있는 정신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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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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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증명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모순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지. 틀리지도 않아도 너저분하고 짜증나는 증명도 얼마든지 있어. 알겠나? 왜 별이 아름다운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수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곤란한 일이지만 말이야."-26쪽

220: 1+2+4+5+10+11+20+22+44+55+110=284
220: 142+71+4+2+1: 284
"정답이야. 자 보라구. 이 멋진 일련의 수를 말이야.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바로 우애수야. 쉬 존재하지 않는 쌍이지. 페르마도 데카르트도 겨우 한 쌍씩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신의 주선으로 맺어진 숫자지. 아름답지 않은가? 자네 생일과 내 손목시계에 새겨진 숫자가 이렇게 멋진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니."-30쪽

"너는 루트다. 어떤 숫자든 껴려하지 않고 자기 안에 보듬는 실로 관대한 기호, 루트야."-41쪽

나는 소수의 매력은 그것이 어떤 질서 속에서 출현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1과 자기 자신밖에는 약수가 없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각각은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 수가 커지만 커질수록 찾아내기 힘든 것은 분명한데, 어떤 규칙에 따라 그들의 출현을 예견하기란 불가능하다. 그 무질서가 완벽한 미인을 추구하는 박사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었다.-89쪽

"물질이나 자연현상, 또는 감정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영원한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수학은 그 모습을 해명하고, 표현할 수 있어. 아무것도 그걸 방해할 수는 없지."-164쪽

e와 ㅠ와 i를 곱한 수로 거듭제곱하여 1을 더하면 0이 된다.
나는 다시 한 번 박사의 메로를 쳐다보았다. 한없이 순환하는 수와,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수가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한 점에 착지한다. 어디에도 원은 없는데 하늘에서 ㅠ가 e곁으로 내려와 수줍음 많은 i와 악수를 한다. 그들은 서로 몸을 마주 기대고 숨죽이고 있는데, 한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세계가 전환된다. 모든 것이 0으로 규합된다.

*ㅠ(파이) -180쪽

"그러나 0의 경이로움은 기호나 기준일 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숫자라는 점에 있어. 가장 적은 자연수 1보다 1만큼 작은 수, 그것이 바로 0이지. 0이 등장했다고 해서 계산 규칙의 통일성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어. 아니 오히려 질서가 견고해지지, 모순도 없어지고 말이야. 자, 한번 상상해봐. 나뭇가지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고운 소리로 지저귀는 새야. 부리는 귀엽고 날개에는 예쁜 무늬가 있지.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는 순간, 새는 놀라 날아가 버리지. 나뭇가지에는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아. 그저 마른 잎이 흔들리 뿐."-202쪽

"1-1=0
아름답지 않나?"-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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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거나 미치거나 - 권지예 그림소설
권지예 지음 / 시공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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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답을 얻으려는 욕구가 있었던 거지. 대답을 듣지 못하면서 누구와 대화를 하겠니?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세상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답을 얻지 않으면서 이야기한다는 걸 믿어야 할 것 같구나.-30쪽

마치 인물들의 내면을 훤하게 꿰어보는 것처럼,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표정과 분위기가 아주 묘하고 매혹적이었지. 그들의 가슴속엔 깊은 우물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지거든. 그 슬픔의 심연속에서도 잔잔한 기쁨이 동심원을 그리고, 생의 고단과 우수와 권태와 관조와 비애가 공기처럼 흐르고 있는 듯하거든. 길다랗고 가는 목에 처진 어깨, 살짝 꼰 고개, 긴 얼굴..... 얼마나 슬프고도 애틋한 모습이니.-94-95쪽

나는 행복한 그녀의 얼굴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았다. 그림에 빠져들어 마치 내가 키스를 받고 있는 듯하다. 온몸이 버터가 녹는 듯 녹아 흐르는 것 같다. -117쪽

당신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너무도 환한 햇빛이나 또 밤의 전등빛을 받고 있는 고독한 건물 벽이나 방 안의 사물, 인물들의 침묵이 그대로 느껴질지 몰라요. 하이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의 내면에서 뜨겁게 끓고 있으나 내뱉지 못한 먹먹한 슬픔이 전해져 올 거예요.-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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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관계심리학 살림지식총서 279
권수영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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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인간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원인을 개인의 기질 문제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이 미치는 영향력에 훨씬 큰 비중을 두었다.-13쪽

우리는 어쩌면 생각과 느낌을 혼동하도록 교육받아 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이나 판단을 느낌으로 착각할 때가 많다. 아이는 부모에게 야단맞을 때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창피하고 억울한 느낌은 좀처럼 표현하지 못한다. 아이는 어떠한 감정도 나타낼 수가 없다.-20쪽

다시 말해 기쁨은 범문화적인 감정이지만 어떤 사람은 내적인 경계 안에서 기쁨을 느끼는 반면, 다른 사람은 내적인 영역을 넘어 타인의 마음에 비춰지는 자신을 알고 난 뒤에야 기쁨을 느낀다. 이 사실은 나와 타인 사이의 최적의 거리는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34-35쪽

정이라는 정서야 말로 '피'의 관계로 분석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인 감정이다.-43쪽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과 인간관계가 별개의 유기체로 존재한다.그러한 문화 안에서 인간관계란 '행위'를 기초로 하는 과정이다.-50쪽

즉, 미국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계와 한국인에게 중요한 관계는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화할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문제이다.-56쪽

건강한 분화는 '따로 또 같이'의 느낌이 지속되는 과정이다. 분명 한국의 부모와 자녀들은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다. 부모와 자녀는 따로 떨어져 살지만 늘 함께 있다는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관계적 경계'이다.-84쪽

내가 안전하기 위해 담을 높이 쌓아 올릴 것이 아니라, 함께 하면서 공감하고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관계가 공존할 수 있도록 남을 배려하는 바로 '관계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우리의 존재 밑바탕에 경계와 경계의 사이를 관계로 메울 수 있어야 한다. 자녀를 믿는 마음, 전문인과 의뢰인,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믿음도 이러한 존재론적인 관계에 대해 인식할 때 가능하다. 서양의 개인주의적 관계가 아닌, 너와 내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상호의존적 관계 말이다. 이러한 관계는 결코 서양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통제하지 않으면 통제 당한다는 서구의 논리로 생각하면, '관계'란 통제 당하지 않고 중독되지 않기 위해 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한국인의 관계는 너와 나 사이에 주어진 존재의 사물이다.-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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