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거나 미치거나 - 권지예 그림소설
권지예 지음 / 시공사 / 2005년 11월
품절


나는 언제나 답을 얻으려는 욕구가 있었던 거지. 대답을 듣지 못하면서 누구와 대화를 하겠니?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세상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답을 얻지 않으면서 이야기한다는 걸 믿어야 할 것 같구나.-30쪽

마치 인물들의 내면을 훤하게 꿰어보는 것처럼,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표정과 분위기가 아주 묘하고 매혹적이었지. 그들의 가슴속엔 깊은 우물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지거든. 그 슬픔의 심연속에서도 잔잔한 기쁨이 동심원을 그리고, 생의 고단과 우수와 권태와 관조와 비애가 공기처럼 흐르고 있는 듯하거든. 길다랗고 가는 목에 처진 어깨, 살짝 꼰 고개, 긴 얼굴..... 얼마나 슬프고도 애틋한 모습이니.-94-95쪽

나는 행복한 그녀의 얼굴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았다. 그림에 빠져들어 마치 내가 키스를 받고 있는 듯하다. 온몸이 버터가 녹는 듯 녹아 흐르는 것 같다. -117쪽

당신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너무도 환한 햇빛이나 또 밤의 전등빛을 받고 있는 고독한 건물 벽이나 방 안의 사물, 인물들의 침묵이 그대로 느껴질지 몰라요. 하이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의 내면에서 뜨겁게 끓고 있으나 내뱉지 못한 먹먹한 슬픔이 전해져 올 거예요.-14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