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구판절판


지금의 가족제도는 기본적으로 과잉보호를 특징으로 한다. 그런데 그것이 학교에까지 연장될 경우, 새로운 주체의 형성에는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다. 즉, 학생들이 몇겹의 보호막에 둘러싸여 '내적 동력을 갈고닦을'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안학교가 진정 대안이 되려면 가족의 지평을 넘어서는 공동체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22쪽

인간은, 아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뭔가를 배운다. 살아 있음 자체가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뭔가를 끊임없이 학습하는 과정 아닌가.-37쪽

공부란 눈앞의 실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벡터를 지닌다. 오히려 그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다. 더 간단히 말하면, 공부는 무엇보다 자유에의 도정이어야 한다. 자본과 권력, 나아가 습속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ㅐ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비로소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40쪽

10대와 6.70대가 함께, 지속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이 대체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를. 어떤 스포츠, 어떤 취미활동도 불가능하다. 고로, 단연코 공부밖에는 길이 없다!-47쪽

즉, 독서는 단지 지적 능력의 보완이나 정보 습득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시각의 군림, 감각의 폭주를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입구가 된 것이다. -106쪽

얼 쇼리스는 이렇게 주장한다. 빈민운동이란 빈민들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탐색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다시 말해, 그들이 철학적으로 무장하게 된다면, 그들은 더이상 충동에 몸을 내맡기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당당하게 정치적이고 공적인 실천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121쪽

고전의 스승들은 우리로 하여금 공부에 대한 좁은 울타리를 박차고 나오도록 종용한다. 그들의 보여주는 공부의 길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책을 통해 존재와 세계의 심연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리고 존재와 세계의 모든 것을 책으로 변환하는 것. 물론 이 두 개의 경로는 궁극적으로 서로 통한다. -146쪽

요컨대 공부란 특정한 시공간에 고착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존재로 변이되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의 변이를 통해 세상의 질서와 배치를 바꾸는 것. 거기가 바로 공부가 혁명과 조우하는 지점이다.-19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양철학 에세이 - 개정증보판 동녘선서 70
김교빈.이현구 지음 / 동녘 / 2006년 2월
구판절판


그러므로 정말 귀다운 귀와 입다운 입을 가진 사람은 남을 지도하고 다스릴 만합니다. 동양 고대의 성인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10쪽

아, 나는 바보 같구나, 아무것도 모르고 멍하니.
세상 사람들은 똑똑한데, 나는 그저 멍청할 뿐.
남들은 딱 잘라 잘도 말하는데, 나만은 우유부단, 우물쭈물.
흔들흔들 흔들리는 큰 바다 같네.
쉴 줄 모르고 흘러가는 바람이네.(도덕경)20장-88쪽

<장자>에 그림자가 싫어서 계속 도망가는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그림자도 더 빨리 따라오니 그는 더 빨리 달아나려고만 합니다. 장자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당신이 나무 그늘에서 쉬면 그림자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142쪽

순자에 따르면 지(知)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앎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지(智)는 사람이 안것과 실제 대상이 들어맞았을 때 쓰는 용어입니다. -198쪽

'같다'와 '다르다'는 동전의 양면인 셈입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같아지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돌멩이까지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면 다 같습니다. 그러나 돌멩이조차도 같은 돌멩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전체를 강조하면 개인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개인을 강조하면 개인을 침해하는 전체가 부정되어야 합니다. 사실은 이런 문제가 모두 관념에 불과합니다. 현실은 언제나 가변적이어야 합니다. -24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 삶을 묻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동녘 / 2009년 8월
구판절판


사람이 사람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사람의 의식이 건강한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쓰여야 한다...사람의 욕망과 관련하여 '없는 것이 있다'는 결핍감은 '있을 것이 없다'는 의식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25쪽

의식의 성장과 더불어 사람은 욕망의 대상을 '있는 것'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있을 것'에까지 넓힌다. 다른 동물은 욕망의 대상이 감각에 와 닿은 '있는 것'에 국한되어 있지만 사람은 욕망의 대상이 다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27쪽

젠더는 사회적 조건에 의해 다양하게 구성되며 섹스도 젠더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몸과 마음 모두에서 남성끼리도 다르고, 여성끼리도 다르다. 문화 차이에 의해 다름이 형성된다면, 성과 몸을 이해하는 데 다문화주의 태도가 요구된다. -94쪽

인간은 실존적 조건에 대해 통찰하고 실존적 조건을 수용해야만 자신의 존재 전체를 성찰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112쪽

소외는 인간 현실의 부정적 상황을 드러내지만, 종교가 구성하는 세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소외는 종교가 구성한 완전한 세계를 현실적으로 지속시키고 유지하는 효과적인 방어체계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실존적 상황은 우주처럼 완전하지 않기에 항상 부조리한 일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완전하다고 믿는 궁극적 실재와 현실의 부조리한 상황을 정합적으로 동시에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그 간극을 무리하게 동일시해 버리면 세계 전체를 구성하는 종교와 그 중심으로서 궁극적 실재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절대 존재를 타자화한 후, 현실의 고통이나 악의 원인을 그 실재에서 이탈된 인간 세계의 문제로 설명한다. -2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장바구니담기


시인이 물속으로 직접 들어가 온갖 물고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존재라면, 철학자는 그물로 끌어올린 물고기를 다시 확인하고 만져보는 사람입니다.-17쪽

이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사유'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 바로 우리가 속한 거대한 전체는 언제든지 '전체주의'를 표방하는 괴물로 손쉽게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지요.-80쪽

레비나스에 따르면 '전체'의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내가 타자의 속내를 모두 알 수 있다는 오만함을 나타내는 것이고, 반대로 '무한'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타자의 속내를 끝내 알 수 없다는 겸손함을 유지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왜 전체주의적 사고가 위험한지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149-150쪽

'사이-나눔'과 '존재와 존재자의 차이'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요? 하이데거에게서 이 두가지는 결국 같은 것으로 사유됩니다. 밝지 않으면 사물들이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역으로 말해서 사물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밝음도 의미가 없겠지요. 김춘수의 시를 빌리자면 '유리알', '나전', '눈망울'등은 밝음이 있어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고, 역으로 밝음은 '유리알', '나전', '눈망울'등이 있어야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이-나눔' 혹은 '존재와 존재자의 차이'입니다. 밝음과 사물들은 서로에게 의지해 있지만, 동시에 구별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하이데거는 밝음과 사물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면서-간직하는 품어-줌"이라고 말합니다. 존재는 존재자를 '밝혀주고', 존재자는 밝혀짐 속에서 자신을 '간직하지만', 존재와 존재자는 서로를 '품어 주는' 관계에 있다는 의미입니다.-231쪽

상대방이 현재 나를 사랑하는 것도 그의 자유로부터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가 나를 버리는 것도 역시 그의 자유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매우 역설적이지 않나요? 상대방이 나를 절대적으로 선택해 주기를 바라는 우리의 불가능한 소망 이면에는, 상대방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우리의 불길한 직감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 말입니다.-261쪽

질투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방이 언제든 나에게서 떠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발생하는 감정입니다.-371쪽

인간은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메트로폴리스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385쪽

나의 기쁨을 위해서 내가 마주친 타자를 슬픔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418쪽

타자와 연결하여 기쁨을 향유하거나 타자와의 연결을 끊어서 슬픔을 피할 수 있는 힘은 이 자유 정신에서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쁨과 자유, 이것이야말로 철학과 시를 포함한 모든 인문학의 궁극적인 꿈이자 인문학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41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4
허수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구판절판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1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