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관계심리학 살림지식총서 279
권수영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장바구니담기


미국인들은 인간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원인을 개인의 기질 문제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이 미치는 영향력에 훨씬 큰 비중을 두었다.-13쪽

우리는 어쩌면 생각과 느낌을 혼동하도록 교육받아 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이나 판단을 느낌으로 착각할 때가 많다. 아이는 부모에게 야단맞을 때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창피하고 억울한 느낌은 좀처럼 표현하지 못한다. 아이는 어떠한 감정도 나타낼 수가 없다.-20쪽

다시 말해 기쁨은 범문화적인 감정이지만 어떤 사람은 내적인 경계 안에서 기쁨을 느끼는 반면, 다른 사람은 내적인 영역을 넘어 타인의 마음에 비춰지는 자신을 알고 난 뒤에야 기쁨을 느낀다. 이 사실은 나와 타인 사이의 최적의 거리는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34-35쪽

정이라는 정서야 말로 '피'의 관계로 분석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인 감정이다.-43쪽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과 인간관계가 별개의 유기체로 존재한다.그러한 문화 안에서 인간관계란 '행위'를 기초로 하는 과정이다.-50쪽

즉, 미국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계와 한국인에게 중요한 관계는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화할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문제이다.-56쪽

건강한 분화는 '따로 또 같이'의 느낌이 지속되는 과정이다. 분명 한국의 부모와 자녀들은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다. 부모와 자녀는 따로 떨어져 살지만 늘 함께 있다는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관계적 경계'이다.-84쪽

내가 안전하기 위해 담을 높이 쌓아 올릴 것이 아니라, 함께 하면서 공감하고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관계가 공존할 수 있도록 남을 배려하는 바로 '관계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우리의 존재 밑바탕에 경계와 경계의 사이를 관계로 메울 수 있어야 한다. 자녀를 믿는 마음, 전문인과 의뢰인,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믿음도 이러한 존재론적인 관계에 대해 인식할 때 가능하다. 서양의 개인주의적 관계가 아닌, 너와 내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상호의존적 관계 말이다. 이러한 관계는 결코 서양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통제하지 않으면 통제 당한다는 서구의 논리로 생각하면, '관계'란 통제 당하지 않고 중독되지 않기 위해 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한국인의 관계는 너와 나 사이에 주어진 존재의 사물이다.-9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의 의미를 찾아서
빅토르 프랑클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이서브 / 2001년 12월
품절


너무 바짝 붙어 있어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나, 체험의 실상은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다.-23쪽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자라 할지라도,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가슴 깊이 간직할 수만 있다면, 비록 짧은 순간에 그칠지라도 구원의 빛이 찾아든다는 걸 뼈저리게 이해한다.-72-73쪽

사람의 고통을 나는 가스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텅 빈 공간에 가스를 주입하면 가스는 공간이 크든 작든 그 공간을 구석까지 균일하게 채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고통도 크건 작건간에 사람의 의식을 가득 채우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겪는 고통의 '크기'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83쪽

사람은 미래 의식이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는 특이한 존재이다.-129쪽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깨달아야 하고, 그걸 모르는 사람에게는 깨우쳐 주어야 한다.-135쪽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즉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또 순간순간마다 바뀐다.-136쪽

인간은 여러 사물 속에 놓여 있는 한 가지 물건이 아니다. '사물'은 서로가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에 있지만 한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20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장바구니담기


불안감 속에서 쫓기듯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꼭 가면을 쓰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 가면을 벗고 "완성의 다음에 오는 저 느긋함과 덤비지 않는 의젓한 얼굴'을 가지기를 애타게 바라는 한 젊은이의 모습을.-75-76쪽

조직으로부터 주어지는 수많은 지시들에 항명抗命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가만히 종이 위에 'I would prefer not to'라고 써보곤 했다.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과업이 주어졌을 때, 쓰기 싫은 기사를 써야만 할 때, 기사를 쓰고 싶은데도 도무지 기삿거리가 없을 때, 모두들 꺼리는 보직을 맡게 되었을 때……. 그 문장을 휘갈기고 있다 보면, 비밀의 주문이라도 외우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I would perfer not to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224쪽

희망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욕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욕망은 현실적이고 비루하지만 희망은 비현실적이고 정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언가를 갈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그 둘은 같은 것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욕망은 절망감을 낳고, 그러한 절망감은 증오와 다툼, 고통을 낳는다. -246쪽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기 마련"이라는 구절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만 같아서 좋았다.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종종 '나는 지금 구부러진 길모퉁이를 지나고 있는 거야, 앤처럼 말이야'하고 생각했다.
내게 '빨강머리 앤'은 고통과 절망을 상상력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스승인 동시에, 소녀다운 꿈과 욕망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였다.-292-293쪽

"아까 것보다 훨씬 못해."
그레고리는 안타까워했지만, 성모 그림은 스스로 어울리는 것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남색 면 헝겊은 지네트 부인이 준 리본처럼 아름다운 감청색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칙칙한 천이 더 보기 좋았다. 성모 마리아는 자신이 부엌에 있게 될 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내가 계획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영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아, 이일이 결과적으로는 내게 더 좋은 일이 될 거야'라고 마음을 다독이는 버릇을 가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어린 시절 이 책의 위 구절에서 입은 영향 때문이다. 대학에 떨어졌을 때, 연애에 실패했을 때, 회사에서 원하는 부서에 보내주지 않을 때, 나는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어울리는 것을 찾아가는" 그레고리의 성모 그림처럼 되게 해달라고.-35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장바구니담기


체념과 피로가 뒤섞인 생활. 그 존재만으로도 그녀를 피곤하게 하는 선량한 남편.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는 무엇 하나 비난받을 구석이 없다. 없는 까닭에 테레즈는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초조함을 느낀다. -87쪽

"나는 그 후로, 생각합니다. 신은 마술사처럼 뭐든 활용하신다고, 우리의 나약함이나 죄도. 그렇습니다. 마술사가 상자에 지저분한 참새를 넣고 뚜껑을 닫고는, 신호와 더불어 두껑을 열잖습니까? 상자 속 참새는 새하얀 비둘기로 바뀌어 날아오릅니다."-93쪽

"나는 이곳 사람들처럼 선과 악을 그다지 확실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선 속에도 악이 깃들고, 악 속에도 선한 것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신은 요술을 부릴 수 있는 것입니다. 나의 죄마저 활용해서 구원으로 이끌어 주셨지요."-97쪽

누마다는 어떤 부부건 간에, 서로 용해될 수 없는 고독이 있음을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알았다. -115쪽

인생에는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일, 알 수 없는 일이 있다.-169쪽

"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 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177쪽

강은 그의 외침을 받아 내고 그대로 묵묵히 흘러간다. 그런데 그 은빛 침묵에는, 어떤 힘이 있었다. 강은 오늘까지 수많은 인간의 죽음을 보듬으면서 그것을 다음 세상으로 실어 갔듯이, 강변의 바위에 걸터앉은 남자의 인생의 목소리도 실어 갔다.-285쪽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287쪽

인간이 하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거꾸로 어떤 악행에는 구원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무슨 일이건 선과 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 그걸 칼로 베어 내듯 나누어선 안 된다. -30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적인 연금술
고영건, 안창일 지음 / 시그마프레스 / 2007년 5월
품절


결국 심리학적인 연금술이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삶의 상징적 성격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47쪽

객관적으로 보면 과거에 비해 현대인은 물질적으로 비할 데 없는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더욱더 풍요로워질수록 욕구좌절 수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53쪽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고 낙관적이기를 바라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마치 불행해지기를 갈망하는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때가 있다. 셀리그만은 낙관적인 사람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변별해 내기 위하여 낙관성 척도를 개발하였다. 그는 이 척도에서 낙관성을 세 가지 차원으로 분류하였다. 그 세 가지 차원은 지속성permanence, 확산성pervasiveness, 그리고 개인화personalization이다.-83쪽

하지만 관계를 의미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선물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필요한 동시에 자신에게도 가치 있는 것을 선물하는 것이 중요하다.-107쪽

널리 알려진 것처럼, 조선 정조시대에 유한준兪漢儁이라는 문인은 "석농石農 김광국金光國의 수장품에 부친 글"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방법에 관한 심리학적인 통찰을 담은 표현을 남겼다. 긴 여운을 남기는 "천하의 명언"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112쪽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존중은 지지적인 과정을 통해 비행청소년이 잘못된 행동을 나타내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을 돕는다.-128쪽

대략적으로 10~20퍼센트정도는 일반지능이 성공에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나머지 80~90퍼센트 영역에 대해서는 감성지능이 기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149쪽

로저스는 상담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와 상담자가 서로 만나서 관계를 형성하고 또 상담이 진행되는 순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지 과거사를 들춰 내어 분석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262쪽

하버드 대학의 성인 발달 연구는 자신의 약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자기-비판적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잘 이해하는 자기-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삶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룬다는 점을 보여준다.-278쪽

다시 말해, 내쉬의 균형점이론이 예언하는 대로, 처음에 모든 문제 상황에서는 비협력적인 갈등요소만 눈에 띄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면 항상 서로에게 의미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경험적인 증거가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30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