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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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과 피로가 뒤섞인 생활. 그 존재만으로도 그녀를 피곤하게 하는 선량한 남편.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는 무엇 하나 비난받을 구석이 없다. 없는 까닭에 테레즈는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초조함을 느낀다. -87쪽

"나는 그 후로, 생각합니다. 신은 마술사처럼 뭐든 활용하신다고, 우리의 나약함이나 죄도. 그렇습니다. 마술사가 상자에 지저분한 참새를 넣고 뚜껑을 닫고는, 신호와 더불어 두껑을 열잖습니까? 상자 속 참새는 새하얀 비둘기로 바뀌어 날아오릅니다."-93쪽

"나는 이곳 사람들처럼 선과 악을 그다지 확실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선 속에도 악이 깃들고, 악 속에도 선한 것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신은 요술을 부릴 수 있는 것입니다. 나의 죄마저 활용해서 구원으로 이끌어 주셨지요."-97쪽

누마다는 어떤 부부건 간에, 서로 용해될 수 없는 고독이 있음을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알았다. -115쪽

인생에는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일, 알 수 없는 일이 있다.-169쪽

"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 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177쪽

강은 그의 외침을 받아 내고 그대로 묵묵히 흘러간다. 그런데 그 은빛 침묵에는, 어떤 힘이 있었다. 강은 오늘까지 수많은 인간의 죽음을 보듬으면서 그것을 다음 세상으로 실어 갔듯이, 강변의 바위에 걸터앉은 남자의 인생의 목소리도 실어 갔다.-285쪽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287쪽

인간이 하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거꾸로 어떤 악행에는 구원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무슨 일이건 선과 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 그걸 칼로 베어 내듯 나누어선 안 된다.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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