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재구성
하지현 지음 / 궁리 / 2006년 10월
품절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 최적의 거리를 산출하는 것, 그리고 그걸 유지할 줄 아는 것, 그 안에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성숙한 독립된 개체 사이의 친밀함의 요체다.-144쪽

진심으로 미안해할 줄 알아야 한다. 아니 미안해질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관계가 진짜 친구다.-162쪽

함께 있는 동안에도 상대방을 간섭하기보다 내가 원할 때 또 그가 원할 때 딱 그만큼의 자리에서 있어주는 것을 견딜 수 있는 사이여야 한다. -168쪽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물이 흐르듯 유연한 물결 속에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다.-187쪽

잘함과 못함, 옳음과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 내가 원하는 상대방의 부분만 보고 내 일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방 전체를 인정하고 안는 것이 사랑이다. -198쪽

내 안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긍정해주는 사람, 자신의 불안과 약점을 드러내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사람, 자신을 내맡긴다는 불안이나 감정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해주는 사람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221쪽

프로이트는 '애도와 우울'의 두 감정을 이렇게 구별하여 설명했다. 애도는 대상을 잃은 것인 데 반해, 우울해진다는 것은 자아가 가난해지고 결국 자아를 잃어버린는 것이다. 점차 사랑했던 대상에 대한 비난이 자기 자아로 그 목표물을 옮긴다. 그러면서 자해적으로 자아를 소모하는 일이 일어나는데 이 때문에 심한 열등감을 느끼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후 생기는 우울감에는 애증의 쌍곡선이 교차한다. 한편으로는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먼저 가버린 사람에 대한 분노와 미움으로 견딜 수 없다. 그런 혼란감은 자아를 더욱 힘들게 하고 현실세계에서의 퇴행을 부추긴다.-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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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구판절판


우리는 실제 일어난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 사실에 대한 '해석과 편집'이 실제 내가 기억하는 내용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의미는 해석과 편집의 결과다. 실제 일어났던 사실과는 그리 큰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일부의 사실을 근거로 만들어낸 내 '의미부여'다.-49쪽

결과만 중요시하고 과정을 생략한 삶을 산다는 것은 넋을 놓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산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까닭 없이 불안한 것이다. 내가 남은 세월 이뤄낼 수 있는 결과라는 것도 불 보듯 빤하다. 그래서 이유 없이 막 화가 나는 것이다. -110쪽

사람은 안 바뀐다. 피부살갗의 경계 안에 들어있는 나는 절대 안 바뀐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자신을 둘러싼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 즉 맥락적 사고는 '재미', 더 나아가 성공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사실이다. 삶의 재미는 바로 이 맥락을 바꾸는 능력에서 나온다. 사는 게 재미있는 사람만이 맥락에 따라 자신을 바꿀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줄 안다. -160쪽

이야기가 있는 삶은 행복하다. 골프 이야기는 즐겁다. 낚시 이야기는 가슴 설렌다. 그러나 골프 이야기, 낚시 이야기 외에는 달리 나눌 이야기가 없는 남자들의 삶은 참 슬프다.
이야기는 풍부하고 다양할수록 좋은 것이다. 남의 이야기는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갈수록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만 난무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다른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내 피부로 느끼는 삶의 기쁨이나 슬픔에 관한 이야기, 내 가족,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잘한 즐거움과 설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수록 행복한 삶이다. -181쪽

내 삶에서 기억해야 할, 의미 있는 일들을 꼼꼼히 챙기는 일만이 내 삶의 속도를 낮춰준다. -264쪽

감탄은 인간만의 욕구다. 식욕, 성욕은 인간의 욕구가 아니다. 개나 소나 다 가지고 있는 동물적 욕구다. -274쪽

충족되지 않는 감탄의 욕구는 욕구좌절이 된다.욕구좌절은 심리학적으로 뒤집어져 분노가 된다. 적개심이 되고 공격성이 된다. -288쪽

내가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하루에 도대체 몇 번 감탄하는가가. 사회적 지위나 부의 여부와 관계없다. 내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다 할지라도, 하루 종일 어떠한 감탄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다.-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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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놀이를 통한 어린이 심리치료
도널드 위니캇 지음, 이재훈 옮김 / 현대정신분석연구소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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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분석가는 개인적인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고 부모와 동일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환자의 갈등을 담아 내고 조급하게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지 않으면서 환자 안에서 그 갈등들이 해소되기를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화가 났을 때 보복하지 않는 사람이어야만 적합하다고 말 할 수 있다. -10쪽

물론 어떤 경우에는 아이가 치료면담을 아주 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주요 문제는 대체로 아이에게 있기보다 부모나 가정에 있다. 아이는 병든 가정 상황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비록 아이의 증상이 겉보기에 아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정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129쪽

대체로 반사회적 경향성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겠다. 그 중 하나는 훔치기로서, 이것은 보통 오줌싸기와 단정하지 못함 그리고 실제로 어머니에게 특별한 일거리와 걱정거리를 제공하는 사소한 비행들을 통해 특별한 관심을 요구하는 행동들을 수반한다. 다른 하나는 파괴성의 문제로서 튼튼한 관리(management), 즉 보복하지 않는 확고한 관리를 요구하는 행동이다. 대략적으로, 전자의 유형을 가진 아이는 모성 돌봄의 상실 또는 '좋은 대상'을 상실했다는 의미에서 박탈을 경험한 아이이고, 두 번째 유형의 아이는 아버지와 관련해서 아니면 아버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어머니의 요소(이것은 어머니의 엄격함 또는 아마도 아이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고 옷이나 양탄자를 수선하거나 집의 벽이나 창문을 수리할 수 있는 어머니의 능력을 포함한다)와 관련해서 박탈을 경험한 아이이다. -215쪽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반사회적 경향성을 지닌 아이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늘 절망적으로 느끼며, 그 절망은 그의 삶의 흐름에서 연속성이 깨어졌기 때문이고, 그 깨어짐은 아이에게 환경의 실패에 대한 자동적이며 불가피한 대대적인 반응을 야기시킨다는 것 그리고 그 절망적인 아이에게서 희망의 표현으로서 나오는 행동이 반사회적 경향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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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오디세이 - 내가 모르는 나를 찾아가는 심리 탐험 39
장근영 / 예담 / 2009년 9월
품절


바틀릿은 이 실험의 결과를 통해서, 우리가 하는 기억이 단순히 보고 들은 것을 있는 그대로 저장했다가 끄집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어떤 틀에 맞춰서 재구성하는, 즉 다시 창작해내는 과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18쪽

프로이트는 그 유명한 안나 오의 증세가 자신의 환자들의 것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제프 브로이어를 찾아갔다. 그리고 브로이어와 함께 히스테리 환자들을 연구하면서 히스테리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용납할 수 없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90쪽

그는 억압된 기억이나 욕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어딘가 구석-무의식-에 자리하고 있다고 믿었다. -92쪽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서 다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대부분은 일부러 악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남들에게도 권한다. 즉, 도덕성이란 옳은 행동을 하고 그른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163쪽

실제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악덕들은 대부분 착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나 어설픈 도덕 기준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진다. -170쪽

당신이 아무리 많은 생각을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심지어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194-195쪽

전두엽은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요소, 즉 인내심이나 도덕성, 사교성이나 판단력 등 보통 우리가 '성품'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담당하고 있었다. -202쪽

밀그램은 이 실험의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복종의 핵심은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독립된 개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지를 수행하는 도구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명령을 따르는 사람은) 자기 행동에 더 이상 아무 책임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개인의 자의로 행동할 때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행동일지라도, 누군가의 명려을 받아 행할 때는 아무런 주저없이 저지를 수 있다."-239쪽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미하이에 따르면 인간은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고 너무 쉬운 일도 아닌, 자기가 아슬아슬하게 해낼 수 있는 수준의 일을 할 때 가장 잘 몰입flow하게 된다고 한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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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품절


'아무리 도서관이 거대하다 할지라도 똑같은 두 권의 책은 없다'는 것이다.-22쪽

삶이 불가해하다는 것, 그것이 어느 날 일상에서 툭 튀어나온다는 것, 그래도 삶은 어떻게든 계속 이어진다는 것.-57쪽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151쪽

무엇을 읽는다는 것은 "혼자 남은 상태에서 고독 속에서만 발휘되고 대화가 시작되면 이내 사라져버리는 그 지적 능력을 계속해서 누리는 상태에서 다른 사유와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152쪽

<박사가 사랑한 수식> 같은 책을 읽다가 수학의 아름다움에 잠깐씩 넋을 잃곤 했다(수학에 대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허수라는 것은 양수만 생각한 사람들에게 놀라운 유연성을 선물했다는 것. 음수는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꿈과 가능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혹은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꿈이 너무 많아서 음수를 만들어냈다는 것. 분수란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많은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엔 분수만큼이나 많은 다양성이 있다는 것).-166쪽

다른 존재가 된다는 건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수적인 것, 익숙하고 통념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것, 지독하게 실천적인 것, 전복(顚覆)을 사랑하는 것, '진리란 무엇인가?'라고 묻지 않고 '어떤 진리냐?라고 묻는 것, 새로운 영토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든 항상 떠날 수 있는 태도를 갖는 것에 달려 있다.-177쪽

"놓쳐버린 추억은 필요 이상으로 고약하다. 그것은 삶을 꾸며내기 위해 끊임없이 말한다."-211쪽

지식과 무지, 열렬함과 무관심, 들끓음과 평온함, 불일치와 확신, 폭력과 평화, 갈망과 관찰, 거대한 우주 앞에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275쪽

왜냐하면 책이란 다름 아닌 사랑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고 결국 어떤 책을 사랑하느냐는 그 사람의 속성, 그 사람의 자존감, 그 사람의 희망, 그 사람이 꿈꾸는 미래, 그 사람이 살아온 삶, 그 사람의 포용력, 그 사람의 사랑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정확히 짚어주기 때문이다.-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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