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동영상 출처: America's Got Talent의 facebook)

 몇 주 전, 우연히 한 마술을 보게 됐어요. 신기했어요. 알아보니, 지난 5월 26일 America's Got Talent라는 TV program의 facebook에 올라온 동영상이더라고요. Will Tsai라는 마술사의 동전 마술! 눈 앞의 멋진 속임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마술이었어요. 크게 놀라운 마술! 그런데, 전쟁에서도 크게 놀라운 마술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하네요. 그의 이름은 재스퍼 마스켈린. 여기 그를 담은 소설이 있네요.

 '"한마디로 황당한 임무야." 바커스가 말했다.
 재스퍼도 동의했다. 왜 몽고메리 장군이 홍해를 반으로 가르거나 전염병을 일으키는 등의 합리적인 요구를 하지 않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재스퍼는 속이 울렁거렸지만, 이번에는 실패의 두려움에 기인한 증세가 아니었다. 기회가 왔다는 흥분 때문이었다. 마침내 그것이 온 것이다. 위대한 마술의 기회! 전쟁의 판도를 바꿔버릴 만한 매우 중요한 마술. 전장에서 지금껏 시도되었던 그 어떤 마술보다 더, 엄청나게 큰 규모의 마술.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가 수행했던 그 어떤 마술보다 훨씬 더 어려운 마술. 마침내 그는 3년 전에 시작했던 그 일, 정확히 그 일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술을.' -535~536쪽.

 제2차 세계대전. 그때 영국 런던의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은 입대해요. 그리고 마술단을 편성하게 되고요. 사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마술사가 활약한 걸 처음 알게 됐네요. 총알과 폭탄이 나는 전쟁터. 그곳에서 재스퍼와 마술단원들은 놀라운 마술을 보여 주네요. 독일군의 폭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항구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숨기고, 수에즈 운하도 사라지게 하지요. 유쾌한 장난꾼 '마이클 힐', 목수 '시어도어 그레이엄', 만화가 '윌리엄 롭슨', 유화 전문 화가 '필립 타운센드', 보급 창고 관리자 '잭 풀러', 마술 공연 조수 '캐시 루이스' 등의 작품인 거예요. 그리고 북아프리카 사막 전차 전투! 몽고메리 장군과 로멜 장군의 대결! 성동격서(聲東擊西)1의 작전에 재스퍼의 마술단이 위대한 마술을 하게 되고요.

兵者, 詭道也.
전쟁이란 속이는 도(道)이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시계편(始計篇)' 중에서

'"속임수야, 그거면 돼." 재스퍼가 소리 내어 말했다. -538쪽. 
  

 일찍이 손자병법에서 '전쟁은 속임수'라고 말했어요. 그 말을 전쟁에서 몸소 실천한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 그리고 마술단원들. 전쟁과 마술. 모두 속임수의 영역인 거예요. 마술이 전쟁을 만나, 더 높이 나네요. 전쟁도 마술로 더 깊어지고요. 그렇게 전쟁 영웅이 태어나게 돼요.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2001)의 실재 윈터스 소령이 interview하면서 이런 말을 해요. 손주의 '할아버지는 전쟁 영웅이에요?'라는 물음에, '아니다. 영웅들과 함께 싸운 것뿐이야'라고 답했다고요. 윈터스 소령이 함께 싸운 영웅들! 그 가운데,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과 마술단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 '전쟁 마술사'는 전쟁 영웅 마술사들을 위한 레퀴엠(진혼곡)이에요. 오랫동안 높게, 깊게 울리는 레퀴엠. 들으며, 뜨거운 묵념을 하게 되네요.




 

  1.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으로, 적을 유인하여 이쪽을 공격하는 체하다가 그 반대쪽을 치는 전술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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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한국화가 김현정))


이 곳에 오시는 모든 분들!

2017년 10월 4일!

2017년, 정유년(丁酉年) 음력으로 8월 15일!

보름달처럼 즐겁고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행복이 가득한 연휴 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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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05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도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그 사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 조금 더 남았어요.^^
좋은밤되세요.^^

사과나비🍎 2017-10-09 18:47   좋아요 1 | URL
아, 서니데이님~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에서야 댓글을 다네요...^^;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서니데이님도 즐겁고 풍성한 추석 연휴 보내셨기 바랄게요~^^* 말씀 감사해요~^^*
 
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어는점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이 지나고 며칠 뒤였어요. 어느 책을 눈에 담았지요. 사랑 이야기였어요. 행복해하던 사촌 여동생의 얼굴과 겹쳐졌네요. 그리고 들렸던 친척분들의 말씀. '너는 언제 결혼하니?' 그 말씀에, 또 사랑하고 싶어졌어요. 눈을 잠시, 살며시 감았어요. 옛사랑이 떠올랐어요. 너무나 짧았지만, 너무나 깊었던 그 옛사랑이요.


'사랑해요.'


 눈으로 만난 글이었어요. 힘찬 고백이었어요. 제 마음은 커서(cursor)처럼 의심과 믿음이 점멸(點滅)했지요. 어느 인터넷 카페 채팅창이었거든요. 먼 거리, 큰 나이 차. 어려운 사랑이었어요. 사랑이 녹았지만, 최적 온도는 아니었지요. 그래도 주는 사랑을 믿기로 했고, 그 사랑이 제 품에 안겼어요. 저도 사랑을 주었고요.


'미안해요.'


 결국 몇 달 후, 사랑이 얼었거나 끓었나 봐요. 사랑의 연결 고리가 너무 약했던 듯해요. 너무도 쉽게 끝이 다가왔어요. 그대가 먼저 주었고, 또 먼저 그대가 떠나간 사랑. 슬펐고, 아팠어요.


 녹는점


 이제 감았던 눈을 살짝 뜨고 이야기 안으로 들어갔어요. '사랑의 온도'는 네 명의 이야기였어요. 현수, 홍아, 정선, 정우의 이야기. 현수와 홍아는 친구 중의 친구예요. 홍아가 PC통신 요리 동호회에 현수를 끌어당겼어요. 그곳에서 정선을 만났지요. 홍아의 대화명은 '우체통', 현수는 '제인', 정선은 '착한 스프'지요. 홍아는 부잣집 딸, 현수는 작가 지망생, 정선은 프랑스 요리를 배운 요리사예요. 정우는 현수의 대학 선배인데요. 문화계 투자에 관심이 많아요. 정우는 현수에게 사랑의 문을 열게 되고요. 정선도 현수에게 사랑의 마음이 스며들어요.    


 '우린 항상 내가 너보다 빠르거나 네가 나보다 빨라.

 처음 봤을 때부터, 너를 알기 전부터 너를 사랑했다.

 너의 손짓 하나에 가슴이 떨렸고 한마디 말에 마음이 부서졌어.

 부서진 마음을 안고 너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운명은 내 편이 아니었어.

 (중략)

 현수야! 그럼, 우리 사랑하자.

 모든 걸 잊으려면,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길밖에 없다.

 사랑한다.' -253쪽.


 '신호음이 들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혹시나 누군가 전화를 받을까 봐 수화기를 내렸다. 그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253~254쪽.


 끓는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네 사람은 서로의 세계관에 부딪히며 오해하고, 자신의 세계관에 상대를 편입하려 든다. 그 과정에서 균형 감각은 깨지고, 결국 그들은 홀로 남는다. 그리고 혼자가 되었을 때 그들은 비로소 상대를 사랑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인터넷 시대에 관계의 키워드는 고독이다. 피상성에는 고독이 따르기 때문이다.


 '피상적인 소통'으로 인한 관계의 허약함이 이 시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당신은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딜 수 있습니까?"' -'저자의 말' 중에서(7쪽).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딘다라는 말. 역설(逆說)1이에요. 그 역설 안에 참뜻이 있네요. 인터넷에서 숨겨진 이름으로 관계를 맺는 이 시대. 일회용품이 널리 쓰이는 이 시대. 사람과의 관계도 가볍고, 일회용으로 다가오기도 하잖아요. 사랑도 그렇고요. 피상적이에요. 그런 사랑 안에 고독이 녹아들고요. 그런데 그 고독을 견딜 수 있다면,  참된 사랑을 하게 되고요. 그렇게 사랑의 온도는 최적이 되지요.


 동심초 


 설도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랴는고


 春望詞 薛濤(唐)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동심초'라는 가곡의 노랫말은 김억이 설도의 춘망사 제3수를 우리말로 옮긴 거예요. 저도 아직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 있네요. 제 옛사랑은 고독을 견디지 못해서, 얼었거나 끓었지요. 사랑의 온도가 어는점이나 끓는점을 지난 거였어요. 이제 녹는점을 지난 사랑을 하고 싶네요. 사랑의 최적 온도로 이르고 싶고요. 마침내 제 온몸에 빛나는 사랑이 흘러서 맘과 맘을 맺고 싶어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려. 닫히는 문만 바라보고 서 있으면, 열리는 문을 보지 못해."' -77쪽.


 제 옛사랑이 불현듯 다시 다가오게 한 '사랑의 온도'라는 이야기. 사랑의 온도가 서로 달라서, 어긋난 그 옛사랑.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디지 못했던 옛 연인. 이제는 그 옛사랑의 닫힌 문에서 눈길을 돌려, 열리는 문을 바라보게 하네요. 이 이야기가 함께 느낄 수 있고, 감각 있는 말로 이루어져 있기에, 자연스레 열리는 문이 그려져요. 여러분들도 이 이야기와 함께 열리는 문을 그려보세요.





 덧붙이는 말.


 '사랑의 온도'는 2017년 9월 18일부터 SBS에서 방송하고 있는 같은 이름을 가진 월화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작가인 하명희는 드라마 작가라고 하네요.

 소설 '사랑의 온도'는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의 개정판이에요.

  


 

  1. <논리> 일반적으로는 모순을 야기하지 아니하나 특정한 경우에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증. 모순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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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사진 출처: 알에이치코리아)

 

 책의 이름을 소곤거렸어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고요. 그랬더니, 세 개의 이름이 저를 스쳤어요. 우선, 피노키오였지요.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 그리고 거짓의 반대 진실. 그 진실의 거울이 생각났어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 거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서 왕비가 갖고 있는 거울이지요. 마지막으로 나무 숭배였어요. 특별한 힘을 가진 나무. 그런 나무를 숭배하는 사람들. 이 세 개의 이름이 저에게 먼저 다가왔지요. 그 세 이름도 소곤거리며, 책과 대화를 시작했어요.


 '그 나무는 덩굴식물처럼 생겼지만, 아주 놀라운 특성을 지닌 감귤류 같은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그 나무는 어두운 곳이나 빛을 가린 곳에서 잘 자라며, 거짓말을 먹일 때만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순전히 허구라고 생각하고 묵살했지만 헥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놀랐다. 내가 어떻게 식물에게 거짓말을 ‘먹일 수’ 있냐고 묻자 그는 나무에 대고 거짓말을 속삭이고 나서 그 거짓말을 널리 퍼뜨리면 된다고 했다. 그 거짓말의 중요성이 클수록, 그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이 더 많을수록, 큰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그 열매를 먹는 사람은 가장 비밀스러운 지식, 그 사람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지식을 알게 된다고 했다.' -223~224쪽.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페이스 선더리라는 14세 소녀가 있어요. 아버지를 존경해요. 소녀의 아버지, 에라스무스 선더리과학자이자 목사지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와 혼란스러운 때, 네피림(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거인 종족) 화석을 보이며 이름을 널리 알려요. 그렇지만, 조작으로 밝혀지고, 가족들과 도피하지요. 베일이라는 섬으로요. 그곳에서 냉대를 받아요. 그런데, 에라스무스 선더리가 죽음을 맞이해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요. 자살이라고 하지만, 페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하지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페이스. 아버지의 유품을 살펴보다가 어느 기록을 찾아요. 그것은 거짓말 나무에 대한 기록이에요. 그리고 14세 소녀, 페이스는 거짓말 나무를 만나지요.  


 '"잘 들어, 페이스. 여자는 남자처럼 용감하거나, 똑똑하거나, 숙련된 기술을 가질 수 없어. 그러니 착하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단 말이다. 내 말 이해하겠니?"' -145쪽.


'"여긴 전쟁터야, 페이스! 남자들만 전쟁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야. 세상은 우리에게 무기도 주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고 하지. 하지만 우리는 싸우지 않으면 이대로 죽게 될 거야."'-434쪽.


 당시는 종교의 시대였고, 남성의 시대였어요. 물론, 과학과 여성이 서서히 눈을 뜨는 시대였고요. 네피림 화석이라는 거짓말로 종교의 진실을 알고 싶었던 과학자이자 목사가 있었지요. 종교의 시대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에라스무스였지요.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 에라스무스는 그 시대 남성의 말을 소녀에게 고요. 소녀의 어머니, 머틀은 다가올 시대 여성의 말을 소녀에게 요. 시대를 뛰어넘어 말하지요. 그리고 소녀, 페이스는 말하고, 들으며, 자라고요. 한 여성으로 훌륭히 자라게 되지요.  


 '거짓말 나무'와 대화를 마치며, 다시 세 개의 이름을 소곤거려요. 피노키오, 진실의 거울, 나무 숭배.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 이렇게 거짓말은 놀라게 하지요. 결국에는 용감함과 진실함을 나타내고 소년이 돼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서 페이스도 거짓말로 혼란을 일으키지만, 용감함과 진실함을 나타내고 훌륭한 여성이 되지요.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서 진실의 거울. 진실을 말해서 왕비의 질투를 받게 되고, 어려움에 처하지요. 때로는 진실이 아픔이 되기도 해요. 진실은 다루기 어려운 거예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의 페이스도 진실이 아픔이 되기 하지요. 역시, 거짓말로 받은 진실은 더 다루기 어려워요. 그리고 나무 숭배. 우리에게도 단군 신화의 신단수가 있지요. 하늘과 땅을 잇는 나무. 하늘의 뜻을 이어주는 나무지요. '거짓말을 먹는 나무'도 진실을 알려주는 나무예요. 비록 거짓말을 먹어야 하지만요. 이 세 이름. 피노키오, 진실의 거울, 나무 숭배가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 담겨 있어요. 하나를 위해서지요. 바로, 여성이에요.


"수많은 젊은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안겨줄 희대의 걸작!" -코스타상 심사평


 역사, 미스터리, 판타지. 이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가진 또 다른 세 이름이에요. 그 이름들 역시 하나의 이름으로 모아져요. 그 이름은 여성이지요. 여성을 위한 이 소설. 여러 상을 받았다고 해요. 가장 큰 상은 '코스타상'이라고 하고요. 정말 이런 큰 상을 받을 만큼 좋아요. 부정적인 시대에 긍정적인 힘을 줄 여성 이야기! 정말 걸작이에요. 수많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지요. 글체, 글의 흐름, 글의 뜻. 모두 좋아요. 이제,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기억하며, 또 소곤거리려고 해요. 하나의 이름을요. '여성'이라는 이름을 작지만, 힘차게 소곤거려요. 그렇게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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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즈 ECHOES
아유미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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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농구에 열광했더랬지요. 미국 NBA에서 마이클 조던이 힘차게 날갯짓을 할 때, 만화 '슬램덩크'가 엄청난 사람들을 모을 때,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많은 사랑을 받을 때, 수많은 소녀 부대가 대학 농구부에 애정의 응원을 할 때였어요. 덩달아 농구화까지 인기였지요. 그때, 저는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즐겼지만요. 보는 것만으로도 농구의 열기가 전해지더라고요. 


   '에코즈' 중에서.


 아사히가와 신료쿠 고등학교 여자 농구부! 각자의 산울림이 달라요. 그 여러 산울림이 잘 어울려서 하나가 되어야 하지요. 그렇게 하나가 되어 가는 길이 그려졌어요. 성정체성에 흔들리는 1학년인 이가라시 세이의 눈으로요. 서투른 세이, 맹수 가네코 미유, 지나치게 꾸밈없는 신죠 아스카, 변덕쟁이 오카베 하즈키, 성실하고 착한 아메미야 나츠호. 그리고 동글동글 귀여운 아카사카 쥬리. 농구라는 산에서 각자 산울림이 울리고 있어요. 그 산울림이 울릴 때 코치 나나미 유키 선생님은 언제나 곁에서 서로 이어지도록 힘이 되어 주고요.   





'에코즈' 중에서.


 전국 대회 예선. 후라노 상고와의 첫 경기. 서로의 산울림이 화음을 이루지 못해요. 어긋났지만, 거칠게 이겼어요. 약한 상대였지요. 하지만, 다음 상대는 강해요. 가무이미나미 고교지요. 게다가 쥬리 선배는 전 경기에서 부상. 서투른 세이가 출전하지요. 고전해요. 그렇지만, 결국 산울림이 조화를 이루지요. 하나가 됐어요. 하나가 된 소녀들이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내지요.  


영화 '러브레터' 중에서.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 1995)의 한 장면이 있어요. 산에서 조난을 당해 사망한 애인. 그 애인을 잊기 위해 산에 산울림을 보내지요. 지난날에 매여 있던 한 여인이 그 묶음을 풀고 새로운 앞날로 나아가는 순간이에요. 새로운 사랑으로요. 감동적이지요. 이 '에코즈'에서도 서로 달라서 빗나갔던 소녀들이 하나가 돼요. 농구라는 산에서 여러 산울림이 하나가 된 거예요. 그 소녀들도 지난날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는 힘찬 앞날로 나아간 거예요. 새로운 우정으로요. 감동이에요.


 제7회 '이 만화가 대단해' 최우수상 수상작이라고 해요. 여성 농구를 배경으로 한 이 만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요. 개성 있는 소녀들이 농구 안에서 나타내는 열정, 갈등, 감동, 환희 등! 잘 녹아 있어요. 농구부였던 지은이가 사실적으로 잘 그렸어요. 다만, 한 권이다 보니, 갑작스런 흐름이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농구에 열광했던 그때를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시 농구에 열광하고 싶었지요.





덧붙이는 말.


여성이었고, 지금은 남성인 지은이의 인터뷰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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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14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램덩크>의 채소연은 선수들을 보조하는 매니저 역할, 만화의 ‘홍일점’ 캐릭터로 주목받았어요. 그래서 <슬램덩크>를 언급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성입니다. 시대가 달라지니까 여성 농구 선수들의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

사과나비🍎 2017-09-14 21:58   좋아요 0 | URL
^^* 댓글 감사해요~^^* 예~ 여성 농구를 배경으로 한 만화가 나왔더라고요~^^* 재밌었네요~^^* 그럼, cyrus님, 좋은 밤되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