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힘 -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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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인지만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일본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이 두 가지가 갖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옳고 그름을 논하는 가치명제와는 다르게 타고난  '조국'은  사실명제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인 서경식은 이 두 나라에 속하면서도 두 나라 모두에서 '주변'과 '경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성찰한다. 그 성찰의 도구가 바로 글쓰기이다.  

양자 사이의 경계에 서서 주위 사람들에게 타자인식을 촉구하려는 동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물론 동시에, 이 세계 사이에서 온몸이 찢기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행위를 통한 자기 인식의 시도이기도 했다. -p25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객관하여 바라보는 것, 그것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디아스포라인으로서 최선의 선택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갔던 두 형들이 정치범으로 체포되자 저자의 정체성은 더욱 혼미해진다. 일본의 마이너리티로 살아가고 있던 저자에게 형들에게 내려진 무기징역과 징역 7년의 의미는 한국의 현대사를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시도를 하게 한 신호탄이었다.

 

한국의 현대사를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라는 프레임의 역사를 새롭게 그려야 한다. 저자는 '동아시아'란 근현대 역사에서 일본이 침략 전쟁 혹은 식민지 지매를 했던 지역을 의미한다고 한다. 미얀마를 경계로 동쪽에 위치하는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의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는 없다.  따라서,일본은 근현대사에서 대외 침략자라는 오명을 씻을 수도 없기에 동아시아와 함께 평화를 구축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저자는 시가 시대와 궤를 같이하여 왔다는 방증으로 시와 현대사를 반추한다. 저자에게 영향을 미친 시들은 김수영의 [고궁을 나오면서],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와 같은 저항시들이었고 글쟁이로서의 숙명을 깨우쳐 주었던 시인들이었다.  조국의 분단과 민족의 이산이라는 현실에서 저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 그것은 글쓰기였다. 

 

일본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지배층의 이야기에 대한 , 재일조선인이라는 마이너리티 입장의 대항적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넓은 과 호수에 둘러싸여 살던 조선은 식민지배라는 홍수의 시대에 일본이라는 수레바퀴 자국에 고여 있는 물이 되었다강호로부터 떨어져 나온 수레바퀴 자국 웅덩이 속에 남겨진 코리안 디아스포라였던 저자는 <디아스포라 기행>에서 밝히듯 말라가는 웅덩이 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미는 붕어의 간절함으로 글을 써왔다고 한다. 루쉰의 시를 읽고 감명을 받은 일본의 시인 나카노 시게하루의 비평을 통해 저자는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보았다고 한다. 바로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시대의 힘이자  '시'가 가진 본질이다.

 

생각하면 이것이 시의 힘이다. 말하자면 승산 유무를 넘어선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러한 시는 차곡차곡 겹쳐 쌓인 패배의 역사 속에서 태어나서 끊임없이 패자에게 힘을 준다. 승산 유무로 따지자면 소수자는 언제나 패한다. 효율성이니 유효성이라는 것으로는 자본에 진다. 기술이 없는 인간은 기술이 있는 인간에게 진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원리로서 인간은 이러해야 한다거나, 이럴 수가 있다거나, 이렇게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사람을 움직인다. 그것이 시의 작용이다.”

 

3부 <조선의 시인들>은 시의 힘이 무엇인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이다.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는 민중을 무력으로 진압하더라고 결코 평화를 불러올 수 없다는 사실을 역사가 가르쳐주듯이 식민지 탄압에서도 독립운동 선언서를 낭독하고 저항시를 쓴 시인들- 이상화, 윤동주, 김지하-에 이어 2000년대의 정희성까지 시에 담긴 시대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소외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시인은 침묵해서는 안되는 사명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디아스포라와 연대할 수 있는 감성의 토대이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구축해 줄 수 있는 단초이다.

 

디아스포라는 말에는 역사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재일조선인을 설명하려면 잊혀지지 않는 과거의 한 페이지였던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가 낳은 민족의 비극은 조국 분단과 민족 이산이라는 디아스포라들의 탄생이었다. 저자는 역사가 낳은 민족 이산에서 등을 돌린다는 것은 동아시아 평화를 지키기 위한 기본적 전제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며 근대사에 대한 성찰적 자세를 권고한다.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각과 일본인들이 지향해야 할 점등을 문학에서 찾는 시도가 무척 신선했던 비평집이다.  역사와 문학을 외올실로 엮은 서경식만의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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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5-08-0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데 어찌 지내세요~^^
아 증말. 독서하기 힘든 계절임당...
나무늘보님도 폭염에 건강유의하시고
씨원한 하루 보내시길요~~~!!!!

이 책은 뭐랄까.
우리나라 현대사와 저자의 삶의 궤적이 담겨있어
민족의 아픔이 행간이 배여있습니다.
왠지모르게 가슴도 짠해지고~~~

숲노래 2015-08-0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수자는 언제나 진다고 하지만,
다수자나 권력자가 생각하는 울타리에서는 그러할는지 몰라도,
삶이나 사랑이나 꿈이나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다수자나 권력자는 이러한 자리를 건드리지도 못하리라 느껴요.
바로 시 한 줄이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요..

드림모노로그 2015-08-11 12:32   좋아요 0 | URL
시 한 줄이 삶과 사랑, 꿈같은 아름다움을 대변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힘이라 할 수 있겠네요 ..
시를 쓰시는 분이라 시가 가진 힘을 이해하고 계시는 듯 합니다.
소수자의 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미미하지만 그 힘이 미치는 부분은 광대하리라 봅니다.
여름도 이제 막바지인가 봐용 ^^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네요 ~~더불어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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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3]의 주류는 문화대혁명 이후의 주역들었다.  중국 최고의 교육자 장멍린, 최고의 방역전문가 우롄더, 베이징 대학교수 후스, 마오쩌둥의 부인으로 측전무후를 꿈꿘던 장칭, 갓 태어난 딸에게 마지막 젖을 물리고 유서 한 장 남겨 놓은 자오윈샤오등 불꽃처럼 살아간 혁명가들의 삶과 사랑을 다뤘다. 마오쩌둥 사망이후  4인방- 왕흥원장춘차오장칭야오원위안-을 몰아내기 위해 화궈펑과 예젠잉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중국인 이야기 4]는 중국의 근현대사에 또 하나의 커다란 줄기였던 '군벌'들의 이야기다. 국민당과 공산당이라는 두 갈래의 첨예한 대립 한 가운데에는  '군벌'이라는 강대한 군사력이 밑받침 되었다. 

 

국민당의 장제스, 공산당의 마오쩌둥 뿐만 아니라 동북 왕 '장쉐량', 서북 왕 '후쭝난' 이들은 모두 '황푸사관학교'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공산당 총리를 지낸 저우언라이 역시도 정치부 주임을 했고 교장으로는 장제스와 전쟁 마귀라 불리던 린뱌오가 있다. 이들은 서로 반목하지만 군관학교에서는 스승과 제자이며 동문이라는 점에서 합일점이 존재했다.

 

 

"문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해라. 혁명은 불로만 되는 게 아니다. 활활 타오르려면 바람이 필요하다. 신문을 발간하고, 제대로 된 학교를 만들어라. 학생들에게 무조건 진공을 강요하지 마라. 진공에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 단, 조건이 없어도 진공은 중요하다는 것을 주지시켜라. 기본이 곧 중심이기 때문이다. 조건을 만드는 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라. 그래야만 대사를 이룰 수 있다. 그걸 할 사람은 중국  천지에 너밖에 없다. 린뱌오가 한 명인 것이 애석하다. 네가 500명만 있으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이외 동북왕 '정쉐량'과 국민당 '장제스 싸움 가운데 있던 쑹메이링과의 러브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중국인들의 삶과 사랑은 혁명과 한 줄기이다. 사랑도 혁명처럼 뜨거웠고 삶 역시도 혁명처럼 격렬하다. 정치머리가 뛰어났던 쑹메이링은 장쉐량을 좋아했지만 결혼은 장제스와 했다. 장쉐량의 아버지 장쭤린은 여자관계에 있어서 매우 개방적이었지만 본처만큼은 집안에서 정한 여자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시절을 여자와 아편으로 탕진했던 장쉐량은 죽기 전에 자신이 사랑한 여인은 단 한명이었다고 하여 중국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쑹메이링과 장쉐량의 사랑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지만 누구도 말하지 못했던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 대상이  한때 10억 중국인들의 레이디퍼스트라면 세간의 충격은 당연한 것이었다.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이야기도 한 단락을 차지하는데 권력의 중심에서 평민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이어 북한과 중국혁명가들의 유대를 볼 수 있었던 마지막 장까지 4권은 3권보다 스토리가 짱짱하다. 군벌들이라 그런지 행동에 망설임이 없어 극적인 일화들이 많다. 후쭝난과 혼담이 오갔던 쿵링쥔 이야기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였고 공산당 최고의 첩자 슝샹후이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스펙타클하게 느껴진다. 

 

중국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라다. 땅덩어리만큼 인구도 많고 인구가 많은만큼 미스터리한 일도 많다. 중화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사상에 애착도 많다. 중국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국의 현대를 이루고 있는 정신적 뼈대라는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는 기분이다. 한민족외 50여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이라는 나라는 반세기를 혁명으로 써내려 왔다. 이들에게 혁명은 삶 그자체였다. 사랑도 혁명의 일부분이었고 삶도 혁명을 위해 존재했다.격동하는 중국의 현대사를 이루고 있는 혁명의 뼈대는 사람이다. 그 사람을 읽는 일이  [중국인 이야기]에서  생생히 그려지고 있다.  
 

개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대상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개혁을 하려면 인간부터 개조 시켜야 한다. 인간이 인간을 개조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인류 역사는 실패한 개혁자들만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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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3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3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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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격랑激浪의 현대사를 겪었지만 중국의 현대사에 비하면 잔잔한 파도에 지나지 않는다.  안으로는 사회주의와 민족주의의 첨예한 대립과 밖으로는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을 치러해 했던 중국은 8억명을 아우를 수 있는 이념과 지도자를 필요로 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이때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영웅의 기질을 타고났다해도 과언이 아닌듯 하다. 기존의 역사서와 다르게 인물이 중심인 <중국인이야기>에는 드라마틱한 혁명가들의 면면들이 세세하게 실려있다.

 

1권은 '참새전쟁'으로 시작한다. 한 농부의 편지로 인해 시작된 참새 전쟁은 이후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나 다름없다. 참새를 없애자 전국에 벌레가 들끓고 다시 참새를 복권시켜야 했던 일들처럼 중국의 근현대사는 이처럼 무모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인구수에 비례할 정도로 많이 일어난다.  

  

공산당의 핵심인물인  마오쪄둥을 중심으로 시작된 문화대혁명의 주역들  - 류사오치, 린뱌오 이야기와 전시중에도 교육을 중시하였던 시난연합대학의 선충원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문화와 사상을 이해할 수 있었고 마지막 서태후와 위안스카이로 한 왕조의 흥망성쇠가 주는 역사적 의의를 반추할 수 있었다. 

 

 2권은 1권보다 역사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다. 1권이 문화대혁명 중심이었다면 2권은 시안사변과 항일전쟁을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수립 직전까지의 혁명가들의 삶과 사랑을 담았다. 이제까지 우리의 역사는 정치와 경제 중심으로 인간의 삶을 담았지만, 역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의 권력과 탐욕 안에 인간의 정치와 경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게 되는 색다른 역사서였음을 깨닫게 했던 책이다. 또한 마오쩌둥이 마르크스의 이론과 중국의 현실을 결합시킨 지 40년만에 중국인민공화국이 수립되는 과정중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영웅이 되었다가 역사의 뒷면으로 한 순간에 사라져가는 일이 되풀이 되는 모습을 통해 권불십년의 교훈이 떠오르기도 했다.

 

3권에서는 12권과 다르게 혁명을 완수한 후 4인방이 몰락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국민당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가 정권을 잡았을 때 감찰원장을 지냈던 위유런은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공직자라고 한다. 청렴결백할 뿐 아니라 마오쩌둥과 장제스의 인재 0순위라 하였으니 그 지혜와 인품은 중국 현대사에서 유일무이하게 칭송받는  성인이다.위유런은 나이 어린 장쉐량에게 윗사람으로 깍듯하게 대우하였고 다른 혁명가들처럼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파괴는 격렬했고 건설은 온전했다. 혁명가들이 본받아야 한다. 위유런은 혁명가들의 아버지였다.

 

성인 위유런과 비유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인물은 천두슈로 공산당을 창당한 주인공이다. 재미있는 건 천두슈는 학위도 없고 경력도 없음에도 베이징 대학 교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베이징 대학 총장 차이위안페이는 천두슈라는 인재를 놓칠까봐 그의 경력을 위조하고 임명장을 주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 그렇게 교수가 된 천듀수는 마르크스주의를 본격적으로 전파하기 시작하였고 그의 영향으로 마오쩌둥, 류사오치, 저우언라이와 같은 인물들이 베이징으로 모여들었다. 국민당 장제스에게 체포 당한 후 재판하는 과정에서도 천두슈는 스스로를 변론할 정도였고 결국 그는 다른 공산당처럼 처형당하지 않고 징역을 살게 된다. 천두슈를 살려둔 이유를 장제스는 이렇게 말한다.

 

천두슈는 공산당을 만들었다.역사에 자신의 자리가 있는 사람이다. 홀대해서는 안 된다.”

 

3권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다채롭다. 중국 최고의 교육자 장멍린, 최고의 방역전문가 우롄더,

중국의 최고 교육자 장멍린이야기와 최고의 방역전문가 우롄더, 베이징 대학교수 후스, 마오쩌둥의 부인으로 측전무후를 꿈꿘던 장칭, 갓 태어난 딸에게 마지막 젖을 물리고 유서 한 장 남겨 놓은 자오윈샤오등 불꽃처럼 살아간 혁명가들의 삶과 사랑을 이 책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마오쩌둥 사망이후  4인방- 왕흥원장춘차오장칭야오원위안-을 몰아내기 위해 화궈펑과 예젠잉의 긴박했던 순간을 편지와 기록을 통해 복원하였고,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김일성과 중국혁명가의 일화들을 통해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중국인들을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듯 '중화사상(자민족 중심)'에 빠져 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역시도 중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또한 중화사상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역사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중국에 대해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중국이라는 나라가 중화민족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한편으로 존경받는 지도자(위유런이나 선충원, 예젠잉, 장멍린,우롄더등) 가 많은 것은 중국으로서는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3권 중 가장 재미있는 글귀는 "노벨은 화약보다도 노벨상을 만들어 인류에 더 큰 해를 끼쳤다." 였다. 중국인들을 지탱해 주는 사상은 이 문장만으로 충분하다. 서구 중심이 아닌 자신의 나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중국인들이었기에 현재의 중국을 만든 것이다. 중국인들의 삶과 사랑은 혁명과 한 줄기이다. 격랑의 중국현대사, 4권의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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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
루츠 라파엘 엮음, 이병철 옮김 / 한길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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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들의 거장이라해서 역사학에 관한 논점을 이야기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관점이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역사책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먼저 알아야하고, 역사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낳은 사회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역사학의 거장들》은 바로 역사와 역사가, 역사가와 사회의 밀접한 관계를 밝히기 위해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을 살펴보고 근대 역사학을 새롭게 조망하는 책이다. 반 세기 동안 근대 역사학의 태동과 발전을 주도했던 '거장' 역사가들을 선별하여 그들의 고전적인 저술을 통해 역사학의 역사를 개관하고 있다. 역사학의 역사를 연구해온 저명한 학자인 라파엘의 편집 아래 27명의 '거장'역사가들이 선정되어 각역사가들에 대한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 그들의 생애와 저술과 영향이 이 책에 기술되어 있다. 이 거장들은 역사학 분야의 학문적 토론에서 탁월성을 인정 받은 저술로 현재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역사가들이며 당시의 역사학과 그 이후 세대의 역사가에게 중요한 자극을 준 학자들로 요약된다. 

 

이 책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연구의 논거, 시각, 연구주제를 서술하는 대신 한정된 몇몇 뛰어난 대표자를 통해 역사학의 단면도를 그린다. 여기에 제시되는 거장들은 21세기 초에 역사학의 개념, 이론, 방법론, 작업 유형에서 대표적인 본보기다. 그러므로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학의 여러 단면을 두루 여행하게 되며, 이러한 의미에서 여기에 소개되는 모든 저자와 저작은 여전히 현재적이다.

 

둘째, 역사학의 통일을 변론한다. 책에 등장하는 역사가들은 이전 시대를 개괄하는 네 명의 보편사가(부르크하르트, 기번, 미슐레, 하위징아), 세 명의 고대사가(몸젠, 로스톱체프, 핀리), 세 명의 중세사가(뒤비, 칸토로비츠, 블로크), 열두 명의 근대사가(브로델, 랑케, 홉스봄, 커틴, 스톤, 데이비스, 비어드/로빈슨, 스키너/포콕, 코젤렉, 벤투리), 한 명의 과학사가(니덤)이다. 이들의 주제영역은 인간이 살아온 과거의 거의 모든 지역과 시대를 망라한다. 근대 역사학의 발전에서 대표적이며 영향력 있는 탁월한 역사가들을 선정하여 제시하는 것은 상이한 특수영역 사이의 수많은 상호연결을 명확하게 해주며, 이 연결을 고착된 세부분야의 경계 너머로 확대시킬 것이다.

 

셋째, 이 거장들을 선정하는 이유는 근대 역사학의 국제성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다. 여기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거장들의 명부가 아니라 가능한 한 다국적인 모습의 군상이다. 근대 역사학이 민족별 특유의 시각과 문제제기에 비중을 두었는데도 국제적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는 사실에 충실하고자 함이다.

 

휴가기간이라 이 책을 들고 갔는데 사실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몸젠, 마르크스와 베버, 에릭 홉스봄, 베버, 미셀 푸코 장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저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인지 무척 어렵게 읽은 책이다. 책의 핵심내용만 정리해 놓는 것으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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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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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기억과 함께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여주인공이 신분 상승을 꿈꾸며 들고 간 '안나 카레니나' 책은 테레자의 욕망을 기억하고 있고, 수녀원에서 매일밤 숨죽여 가며 읽었던 로맨스 소설은 훗날 보바리 부인이 꿈꾸던 사랑을 기억한다. 혼미했던 사춘기 시절의 '상실의 시대'에는 사랑과 우정이란 이름의 청춘을 기억케 한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산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산의 원형을 보존하여 지은 학교라 운치 꽤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삼년 내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내리느라 두꺼운 다리가 덤으로 남겨졌지만 비가 오면 오는대로 한 편의 수채화가 되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아름다운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정원이 있었다. 아름드리나무 아래에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뒹글고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가 펼쳐 있었다. 그 시절의 책은 아름다운 기억과 함께 했다.

 

<청춘의 문장들> '청춘'이라는 여름을 기억한다. 청춘의 시절 , 김연수 작가를 이루게 했던 모든 것들, 그가 사랑한 시절들과 함께 했던 책과 잠시 머물렀다 사라져간 기억들이 물기를 머금고 반짝거린다. 그 물기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빛과 그림자처럼 쌍을 이루며 존재하는 것처럼 빛나는 청춘안에 고여 있는 웅덩이 같은 고독이다. 그 웅덩이 같은 고독은 어른이 되어서도 떨쳐지지 않는 사소함으로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곤 한다.

 

그 웅덩이 같은 고독은 이백의 [장진주]에서 목메어 불러보는 군불견君不見’ 이 3백잔의 술잔을 들이키게 하는 울분이 되기도 하고 , 쓸쓸한 가운데 가만이 앉으면 떨어지는 꽃잎처럼 두보의 [뜰 앞의 감국 꽃에 탄식하다] 로 한탄되기도 한다. 또 온갖 수수께끼로 점철된 삶을 살았듯이 죽음 역시 그러하였던 최북과 함께 한다. 랭보의 [취한 배]로 읽는 삶의 고단함은 취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젊음의 밤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때로 [상실의 시대]를 지나오듯 죽음이 일부처럼 존재하기도 한다. 김연수 작가의 여름은 그런 문학과 함께 하며 공허한 청춘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환한 햇살의 젊음은 아니지만 그것은 환한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 잠시 몸을 움츠린채 그늘에 머물러 있는 여름이였다.

 

나에게도 청춘은 익기를 기다리는 감처럼 떫은 맛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아름다울지라도 '베르테르효과'를 양산하며 수많은 청춘들의 목숨을 빼앗아가듯 , 모든 아름다움에는 치명성이 따른다. 청춘은 아름답지만 그 치명성을 견디지 못하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타는 듯한 여름을 견뎌야 서늘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는 계절의 이치와도 같이 인생의 여름이라 할 수 있는 청춘 역시도 그러하다.

 

청춘을 반으로 접어서 그 시간들을 다시 거닐 듯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다시는 내게 돌아오지 않을 여름이지만, 청춘의 여름날 고여 있던 웅덩이의 고독들이 오소소 일어난다. 그 안에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반짝이며 손을 흔든다. 김연수 작가의 글은 내 청춘의 여름, 그 자체였다.

 

 

 

 

 

-김연수 글 발췌-

 

그해 겨울, 나는 간절히 봄을 기다렸건만 자신이 봄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만은 깨닫지 못했다. 한 조각 꽃이 져도 봄빛이 깍이는 줄도 모르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빨리 정릉 그 산꼭대기에서 벗어나기만을 간절히 원했다.

 

  꽃시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천만 조각 흩날리고 낙화도 바닥나면 우리가 살았던 곳이 과연 어디였는지 깨닫게 된다. 청춘을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가벼렸다. 이미 져버린 꽃을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기억하는 청춘이란 그런 장면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애매한 계절이고, 창문 너머로는 북악 스카이웨이의 불빛들이 보이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일들을 생각하며, 하지만 함께 김광석의 노래를 합창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건 내가 경험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뜻이었다, 뭔가에 빠진다면 그건 내 안에 들어온 그 뭔가에 빠져든다는 뜻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소통의 인간이 될 수 없었다. 전적으로 내 경험의 공간 안에서 모든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도, 증오도, 행복도, 슬픔도, 모두 내 세계 안쪽 창에 맺히는 물방울 같은 것이었다.

   

때로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젊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지지 않는 여름날 같은 것, 꿈꾸다 깨어나면 또 여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곳, 군대에서 깨달은 삶의 유일무이한 1대 비밀은 그런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만나면 만날수록 괴로워지는 어떤 것,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감미로워지는 어떤 것, 대일밴드의 얇은 천에 피가 배어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스케이트를 지칠 수 밖에 없는 어떤 마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게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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