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격랑激浪의 현대사를 겪었지만 중국의 현대사에 비하면 잔잔한 파도에 지나지 않는다. 안으로는 사회주의와 민족주의의 첨예한 대립과 밖으로는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을 치러해 했던 중국은 8억명을 아우를 수 있는 이념과 지도자를 필요로 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이때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영웅의 기질을 타고났다해도 과언이 아닌듯 하다. 기존의 역사서와 다르게 인물이 중심인 <중국인이야기>에는 드라마틱한 혁명가들의 면면들이 세세하게 실려있다.
1권은 '참새전쟁'으로 시작한다. 한 농부의 편지로 인해 시작된 참새 전쟁은 이후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나 다름없다. 참새를 없애자 전국에 벌레가 들끓고 다시 참새를 복권시켜야 했던 일들처럼 중국의 근현대사는 이처럼 무모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인구수에 비례할 정도로 많이 일어난다.
공산당의 핵심인물인 마오쪄둥을 중심으로 시작된 문화대혁명의 주역들 - 류사오치, 린뱌오 이야기와 전시중에도 교육을 중시하였던 ‘시난연합대학’ 의 선충원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문화와 사상을 이해할 수 있었고 마지막 서태후와 위안스카이로 한 왕조의 흥망성쇠가 주는 역사적 의의를 반추할 수 있었다.
2권은 1권보다 역사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다. 1권이 문화대혁명 중심이었다면 2권은 시안사변과 항일전쟁을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수립 직전까지의 혁명가들의 삶과 사랑을 담았다. 이제까지 우리의 역사는 정치와 경제 중심으로 인간의 삶을 담았지만, 역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의 권력과 탐욕 안에 인간의 정치와 경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게 되는 색다른 역사서였음을 깨닫게 했던 책이다. 또한 마오쩌둥이 마르크스의 이론과 중국의 현실을 결합시킨 지 40년만에 중국인민공화국이 수립되는 과정중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영웅이 되었다가 역사의 뒷면으로 한 순간에 사라져가는 일이 되풀이 되는 모습을 통해 권불십년의 교훈이 떠오르기도 했다.
제3권에서는 1ㆍ2권과 다르게 혁명을 완수한 후 4인방이 몰락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국민당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가 정권을 잡았을 때 감찰원장을 지냈던 위유런은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공직자라고 한다. 청렴결백할 뿐 아니라 마오쩌둥과 장제스의 인재 0순위라 하였으니 그 지혜와 인품은 중국 현대사에서 유일무이하게 칭송받는 성인이다.위유런은 나이 어린 장쉐량에게 윗사람으로 깍듯하게 대우하였고 다른 혁명가들처럼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파괴는 격렬했고 건설은 온전했다. 혁명가들이 본받아야 한다. 위유런은 혁명가들의 아버지였다.
성인 위유런과 비유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인물은 천두슈로 공산당을 창당한 주인공이다. 재미있는 건 천두슈는 학위도 없고 경력도 없음에도 베이징 대학 교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베이징 대학 총장 차이위안페이는 천두슈라는 인재를 놓칠까봐 그의 경력을 위조하고 임명장을 주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 그렇게 교수가 된 천듀수는 마르크스주의를 본격적으로 전파하기 시작하였고 그의 영향으로 마오쩌둥, 류사오치, 저우언라이와 같은 인물들이 베이징으로 모여들었다. 국민당 장제스에게 체포 당한 후 재판하는 과정에서도 천두슈는 스스로를 변론할 정도였고 결국 그는 다른 공산당처럼 처형당하지 않고 징역을 살게 된다. 천두슈를 살려둔 이유를 장제스는 이렇게 말한다.
“천두슈는 공산당을 만들었다.역사에 자신의 자리가 있는 사람이다. 홀대해서는 안 된다.”
3권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다채롭다. 중국 최고의 교육자 장멍린, 최고의 방역전문가 우롄더,
중국의 최고 교육자 장멍린이야기와 최고의 방역전문가 우롄더, 베이징 대학교수 후스, 마오쩌둥의 부인으로 측전무후를 꿈꿘던 장칭, 갓 태어난 딸에게 마지막 젖을 물리고 유서 한 장 남겨 놓은 자오윈샤오등 불꽃처럼 살아간 혁명가들의 삶과 사랑을 이 책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마오쩌둥 사망이후 4인방- 왕흥원ㆍ장춘차오ㆍ장칭ㆍ야오원위안-을 몰아내기 위해 화궈펑과 예젠잉의 긴박했던 순간을 편지와 기록을 통해 복원하였고,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김일성과 중국혁명가의 일화들을 통해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중국인들을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듯 '중화사상(자민족 중심)'에 빠져 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역시도 중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또한 중화사상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역사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중국에 대해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중국이라는 나라가 중화민족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한편으로 존경받는 지도자(위유런이나 선충원, 예젠잉, 장멍린,우롄더등) 가 많은 것은 중국으로서는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3권 중 가장 재미있는 글귀는 "노벨은 화약보다도 노벨상을 만들어 인류에 더 큰 해를 끼쳤다." 였다. 중국인들을 지탱해 주는 사상은 이 문장만으로 충분하다. 서구 중심이 아닌 자신의 나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중국인들이었기에 현재의 중국을 만든 것이다. 중국인들의 삶과 사랑은 혁명과 한 줄기이다. 격랑의 중국현대사, 4권의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