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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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3]의 주류는 문화대혁명 이후의 주역들었다.  중국 최고의 교육자 장멍린, 최고의 방역전문가 우롄더, 베이징 대학교수 후스, 마오쩌둥의 부인으로 측전무후를 꿈꿘던 장칭, 갓 태어난 딸에게 마지막 젖을 물리고 유서 한 장 남겨 놓은 자오윈샤오등 불꽃처럼 살아간 혁명가들의 삶과 사랑을 다뤘다. 마오쩌둥 사망이후  4인방- 왕흥원장춘차오장칭야오원위안-을 몰아내기 위해 화궈펑과 예젠잉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중국인 이야기 4]는 중국의 근현대사에 또 하나의 커다란 줄기였던 '군벌'들의 이야기다. 국민당과 공산당이라는 두 갈래의 첨예한 대립 한 가운데에는  '군벌'이라는 강대한 군사력이 밑받침 되었다. 

 

국민당의 장제스, 공산당의 마오쩌둥 뿐만 아니라 동북 왕 '장쉐량', 서북 왕 '후쭝난' 이들은 모두 '황푸사관학교'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공산당 총리를 지낸 저우언라이 역시도 정치부 주임을 했고 교장으로는 장제스와 전쟁 마귀라 불리던 린뱌오가 있다. 이들은 서로 반목하지만 군관학교에서는 스승과 제자이며 동문이라는 점에서 합일점이 존재했다.

 

 

"문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해라. 혁명은 불로만 되는 게 아니다. 활활 타오르려면 바람이 필요하다. 신문을 발간하고, 제대로 된 학교를 만들어라. 학생들에게 무조건 진공을 강요하지 마라. 진공에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 단, 조건이 없어도 진공은 중요하다는 것을 주지시켜라. 기본이 곧 중심이기 때문이다. 조건을 만드는 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라. 그래야만 대사를 이룰 수 있다. 그걸 할 사람은 중국  천지에 너밖에 없다. 린뱌오가 한 명인 것이 애석하다. 네가 500명만 있으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이외 동북왕 '정쉐량'과 국민당 '장제스 싸움 가운데 있던 쑹메이링과의 러브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중국인들의 삶과 사랑은 혁명과 한 줄기이다. 사랑도 혁명처럼 뜨거웠고 삶 역시도 혁명처럼 격렬하다. 정치머리가 뛰어났던 쑹메이링은 장쉐량을 좋아했지만 결혼은 장제스와 했다. 장쉐량의 아버지 장쭤린은 여자관계에 있어서 매우 개방적이었지만 본처만큼은 집안에서 정한 여자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시절을 여자와 아편으로 탕진했던 장쉐량은 죽기 전에 자신이 사랑한 여인은 단 한명이었다고 하여 중국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쑹메이링과 장쉐량의 사랑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지만 누구도 말하지 못했던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 대상이  한때 10억 중국인들의 레이디퍼스트라면 세간의 충격은 당연한 것이었다.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이야기도 한 단락을 차지하는데 권력의 중심에서 평민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이어 북한과 중국혁명가들의 유대를 볼 수 있었던 마지막 장까지 4권은 3권보다 스토리가 짱짱하다. 군벌들이라 그런지 행동에 망설임이 없어 극적인 일화들이 많다. 후쭝난과 혼담이 오갔던 쿵링쥔 이야기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였고 공산당 최고의 첩자 슝샹후이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스펙타클하게 느껴진다. 

 

중국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라다. 땅덩어리만큼 인구도 많고 인구가 많은만큼 미스터리한 일도 많다. 중화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사상에 애착도 많다. 중국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국의 현대를 이루고 있는 정신적 뼈대라는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는 기분이다. 한민족외 50여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이라는 나라는 반세기를 혁명으로 써내려 왔다. 이들에게 혁명은 삶 그자체였다. 사랑도 혁명의 일부분이었고 삶도 혁명을 위해 존재했다.격동하는 중국의 현대사를 이루고 있는 혁명의 뼈대는 사람이다. 그 사람을 읽는 일이  [중국인 이야기]에서  생생히 그려지고 있다.  
 

개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대상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개혁을 하려면 인간부터 개조 시켜야 한다. 인간이 인간을 개조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인류 역사는 실패한 개혁자들만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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