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제 죽인 괴물 - 이윤기 산문집
이윤기 지음 / 시공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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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화학자 다운 제목이다.

우리가 어제 죽인 괴물.

미국에서 구입해서 읽다가 한국으로 오는 짐들 속에 묻혀,

한참 후에나 풀게 된 박스에서 발견하고는 "와~"하고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남은 부분을 다 읽어 치운 책.

이 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있는 중이기도 하지만,

정말 우러러 보이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대학 때의 열정만 있어도 아마 지금 쯤 이 작가의 작품은 다 찾아서 읽었을텐데. 이문열, 최영미, 김형석, 김태길, 유안진, 김덕자 의 작품들을 그러했듯이.

어느 한가지 커다란 주제에 대한 깊고도 넑은 탐색적 연구를, 거의 일생에 걸쳐 펼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 관심 주제가 그렇게 오래 지속되기도 흔치 않을 일일뿐더러, 그 관심에 대한 노력을 이 사람 처럼 기울이기란, 소수의 어떤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심심풀이'라는 괴물, '얼렁뚱땅'이라는 괴물. 작가가 말하는 괴물이다.

얼렁뚱땅, 대충대충 이라는 괴물, 내가 지금 싸우고 있는 괴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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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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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서 나를 한참이나 기다린 책이었다.

작년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이니까, 거의 아홉달을.

요즘 유행하는 가벼운 내용의 그렇고 그런 책일꺼라 선입관을 가지고 별로 관심이 안가다가

진주귀고리 소녀 읽기를 끝낸후, 우연히 손길이 갔다. 책의 부피가 작아서 였을까, 책 속의 삽화가 상쾌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한때 꿈꾸었던 직업, 정신과 의사 꾸뻬.

남의 이야기 들어주기, 남의 얘기로서가 아니라 내 얘기 처럼 들어 주기, 나의 특기 사항중 하나이다. 꾸뻬씨가 그랬던 것 처럼.

그런 그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의 답을 얻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처음엔 중국으로, 다음엔 마약 밀수, 부정이 판치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로 (국명을 밝히지 않는다), 또 미국으로 (역시 국명을 밝히지 않고, 모든 것이 이세상에서 제일 많은 나라라고만 표현한다)...여러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행복에 대한 물음. 나중에 중국에서 고승과의 재회로 여행을 마무리 하고 꾸뻬는 다시 자기 본연의 자리, 본연의 직업으로 돌아온다. 행복에 관한 스무가지가 넘는 메모를 가지고.

행복에 관한 그의 메모는, 하나도 새로울게 없는, 다 한번씩은 들어봤을 내용.

그중 제일 가슴에 남는말은, '행복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라는 말.

어떤가, 금방 이해가 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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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공통의 화두라는게 있다면

나는 감히 "외로움"이라고 말하겠다.

사회학 시간에 잠깐 인간 소외에 관해서 배운 적이 있는데

다시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인간이 하는 많은 행위의 동기에는 외로움을 덜어 보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외로와서 그랬어...', '너무 외로왔어요.'...

외로움을 덜수 있었을 때 자기 만족, 자기 위안, 안정감, 성취감이 따라서 오게 되고,

반대로 외로움을 느낄때는 불안감과 동시에, 성취감, 자기 정체성도 흔들리게 되자 않나.

언뜻 봐서 아무 상관없는행위, 외로와서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라는 말....글쎄 인간이 얼마나 오래 그 외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인간 본연의 외로움에서.

외로움은 극복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본다. 잠시 잊고 살수는 있을 망정.

한가지 예로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블로그 운영, 아무에게나 일부러 말하지 않은 다양한 신변에 관한 이야기들이, 불특정 다수에 공개됨을 원칙으로 하는 블로그에 올려지는 것들을 보면서,

참 희한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처음엔 들었으나,

이젠 나름대로 그렇게 해석한다.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 됨을 댓가로,

모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리플을 통해, 공감을 얻고, 지지를 얻고, 격려를 받고, 칭찬을 받고...

난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방법.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멋진 방법 아닌가. 난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석가모니가 그 오랜 수행을 통해 얻은 진리가 무엇이던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天上天下 唯我獨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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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2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누구나 외롭군요. 하지만 하면서 뒷이야기를 하고픈 건 도 몰까요. 누구나 다 그렇죠

hnine 2005-11-2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워, 외로워요...지금도 외로워요...흑 흑 (오바해봤습니다 ^ ^)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추천이 많이 들어오는 책이길래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보았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베르메르 라는 화가의 그림, 진주귀고리소녀.

예전에 본 적이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고, 무엇이 모델이 된 이 소녀로 하여금 이런 표정을 짓게 하였을까로 시작한 작가의 상상력은 300페이지에 달하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그림이나 또는 음악을 들으며 그것이 마음에 들때 나도 곧잘 무엇이 이 화가로 하여금, 아니면 음악가로 하여금 이런 그림을 그리게 하였을까, 이런 음악을 작곡하게 하였을까, 무슨 심정으로 만들었을까 하는데에 생각이 미치는 적이 많은 나도 이 소설을 쓴 작가의 글 쓴 동기에 반가움을 느꼈다.

내용이 무척 동양적이다. 열정적인 사랑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속에 담아 둔 감정,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혼자만의 애태움을 아주 잔잔하고 담담하게 묘사해 나간 점이 읽는 내내 읽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어, 소설이면서도 수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 책이었다.

푸줏간 집 아들의 평범한 아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싫어해 마지 않던 손톱 밑에 핏물을 들여 가며 고기 써는 일을 해가며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여자의 인생이 거쳐 가는 공통점을 슬쩍 본다.

이후의 일생을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갔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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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울림 CD를 주문해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아침토크 프로에 산울림의 김창완과 그의 어머니가 출연하여 얘기 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모자가 아주 닮았다. 산울림의 '청춘'이라는, 처음 듣는 순간 부터 찡 하는 무엇을 던져 주던 그 노래가, 김창완이 26살에 자기 아이 돌잔치 막간에 만든 노래라고 한다.

쉰이 넘은 지금 다시 부르면서 느낌이 훨씬 와 닿는다고.

내가 그 노래를 처음 들은게 언제 였던가. 고등학생이었나? 그때에도 들으면서 무슨 심정으로 이 사람은 이 노래를 만들었을까 생각했더랬다. 김창완 와이프 얘기를 하면서, 아주 통이 큰 사람이라고 그런다. 통이 크다는 의미는, 마음의 통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주 큰 포용력이 있다는 뜻. 남편 김창완도 그리 얘기 하고, 김창완의 어머니도 자기 며느리를 그렇게 얘기 한다. 자기는 아들보다 며느리를 믿는다고.

속이 좁다는 것의 상대적인 성품이겠지, 통이 크다는 것.

혹시 지금 나에게도 요구되는 것이 이것일까. 통이 커지는 것. 순탄하지만은 않은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또 늘 나의 수양을 요구하는 자식을 키우는데, 조금은 대범하고, 받아들이고 넘겨 버릴수 있는 마음의 reservoir를 마련해두는 일.

주문한 CD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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