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

땅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축축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 고영민 시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전문 =

 

 

 

 

 

 

(흙을 갈아엎는 일을 두고 이런 여릿하고 따뜻한 생각을 할수 있다는 것도 감동적인데,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글자로 형상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부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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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2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편안하고 읽기 좋은 느낌이예요.^^
hnine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8-02-25 07:36   좋아요 1 | URL
언젠가 고영민 시인의 시를 올렸더니 아는 분이라시며 댓글을 달아주셨던 알라디너분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뜸하셔서 더 생각이 나요.
시인들은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눈이 또 하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