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을
땅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축축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 고영민 시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전문 =
(흙을 갈아엎는 일을 두고 이런 여릿하고 따뜻한 생각을 할수 있다는 것도 감동적인데,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글자로 형상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부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