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1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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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라는 작가는 전자책으로 다운받아놓고 아직도 다 읽지 못한 소설 <조드>라는 소설로 처음 알게 되었다.

몽골의 테무친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방대한 양의 방대한 공간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소설이라거,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구입해서 읽어야겠다는 핑계로 밀어놓고있다가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삶이 언제 예술이 되는가>라는 제목이 진지하고 다소 무거워보이는데 비해 내용은 꼭 무겁지만은 않았다. 아마 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도 독자에 포함시켜 이해하기 쉽게 하자는 의도가 있었던 듯 하다.

제목에서 부터 삶과 예술은 서로 다른 분야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렇게 평소에 알고 있기도 했는데, 제목을 더 들여다보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예술이 삶을 소재로 하고 있고, 삶과 분리된 예술은 상상하기 어렵다면 그럼 모든 삶이 예술로써 이야기 될 수 있는가?

어떤 삶을 예술 작품, 특히 문학으로 작품화할수 있으려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가.

 

문학은 성격 창조를 통해서 인간 문제에 답한다. 성격 창조에 실패한 작품을 문학사적 지평 위에서 논할 수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문학의 인간학적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살아있는 성격을 그리는게 문학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창작 활동에서 숱한 방황을 거듭하게 된다. 어떤 작가가 창조하여 세상에 던진 인간형이 당대 사회의 곤혹과 딜레마를 관통 하는가 그렇지 못 하는가를 묻는 것만큼 중요한 질문은 없다. 다른 요소들의 뛰어남은 그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68쪽)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한 대목을 꼽으라면 위에 인용한 부분을 꼽겠다. 문학은 인간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구체적인 성격 창조 없이 어떻게 삶을 얘기하겠는가.

 

글을 쓴다는 행위가 우리에게 주는 미덕은 무엇일까.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놀라운 측면은 글 쓰는 행위 안에 세계를 인식하는 기능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말로 설명할 때 그것의 맥락을 발견하게 되고, 글로 표현할 때 더 명료하게 아주 현장 검증을 하듯이 이해하게 된다. (74쪽)

글쓰기는 곧 '현장 검증'이라는 명쾌한 비유.

 

그렇다면 예술과 오락의 경계를 짓는 '형상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형상화는 예술 언어의 필요조건이다. 형상화의 목적이 성격 창조에 맞춰지면 예술이고, 오락적인 기능만 하고 있으면 예술이 아닌 것이다. (114쪽)

여기서 '형상'이란 바깥으로 드러난 모양을 말하는 것인데, 형상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추상'이 아니라 '개념'이라고 앞에서 미리 설명해놓았다 (101쪽). 요즘 비어적인 표현으로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이런 느낌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표현하여 드러내는 것을 '형상화'라고 한다고 이해했다. 그런데 형상화한다고 해서 모두 예술이 아니라, 그것의 목적이 성격 창조에 맞춰질때 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조금 어려운 말이다. 형상화하는 방법으로 음악은 소리를 사용하고, 문학은 문자를 이용한다. 문자를 이용해 세계의 형상을 그리고 인간형을 창조하는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한 예로서 저자는 송기원의 작품 <월행>을 들어 설명했다. 월행이란 달밤에 걷는 걸 뜻하는데 좌익활동을 하여 온 가족이 몰살당하게 한 사내가 나중에 몰래 성묘를 가는 풍경을 그리고 있는 내용이다. 여기서 작가 송기원은 단 한 글자도 이데올로기적인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 그것을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스토리텔링을 들 수 있는데, 스토리텔링이 전부가 아니라 여기에 성격 창조, 인간형 창조가 들어가야 문학이다. 게임스토리가 문학이 될 수 없는 이유이고, 위에 인용한 오락적 기능만 하고 있는 형상화는 예술이 아니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외, 짤막하나마 절묘한 비유들이 여기 저기 많았는데, 정서불안이 생기는 것을 서정이라고 한다며, 조금 다듬어서 말하자면 객관 세계에 의하여 환기된 감정, 이것이 바로 서정이라고 한다고 했다. 또한, 서사적 방식이란 단일한 상황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끝없이 변화 발전하는 상황을 연결시켰을 때에만 통하는 전달 방식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래서 서사의 핵심은 '우여곡절'이라고. 그래서 세상사의 곡절들을 잘 읽고 그리는, 또 그것에 실감을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 서사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했다.

 

이 책과 짝으로 읽을만한 저자의 또다른 책으로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가 있다. 아마도 저자의 소설 <조드>를 마저 읽는게 더 먼저일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그 소설이 매우 여러번 떠올랐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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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8-02-2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감명깊게 읽었어요^^

hnine 2018-02-21 23:43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님, 이분 소설 <조드>도 혹시 읽어보셨나요? 전 그 책 읽다가 스케일하며 문체, 서사가 만만히 읽을 수준이 아니기에 읽다가 멈춘 상태라서 이 책도 읽기 전에 좀 망설였었어요. 읽기에 너무 무거운 내용일까봐요. 그런데 아주 이해하기 쉽게 쓰셨더라고요. 비유도 잘 하시면서요. 소설도 혹시 안읽으셨다면 권해드려요. 저도 다시 읽어보려고 해요.

고양이라디오 2018-02-21 23:52   좋아요 0 | URL
전 반대로 이 책을 읽고 <조드>를 접했습니다. 조금 읽다가 다른 책들에 밀려서 보류해둔 상태입니다. 다시 읽어보고 싶으면서도 큰 동기는 생기지 않아서 계속 보류상태입니다ㅎ

같이 다시 읽어볼까요ㅎㅎ?

hnine 2018-02-22 07:21   좋아요 1 | URL
예, 읽다가 말기엔 너무 아까운 소설입니다.
읽고 나면 몽골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