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지라드 (Alexander GIRARD, 1907-1993)

 

 

미국 모던 디자이너로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이름을 알고 일부러 보러간 전시는 아니었다.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을 공부해본 적도 없는 보통 사람이지만 이름을 들어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전시를 보고서 후회한 적은 없다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믿고 13,000원을 투자.

 

미국 뉴욕에서 미국인 어머니와 프랑스계 이탈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살때 피렌체로 이주하여 유년기를 보내다가 10살때 영국 베드포드 모던학교라는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학교를 다니는 동안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어린 지라드가 택한 방법은 자기만의 고유한 문자, 상징, 스탬프, 깃발등을 디자인하여 '파이프 공화국'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세운 것. 이때의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 포함되어 있는데 어릴 때부터 디자인 쪽의 능력을 타고 났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자기가 만든 문자와 상징을 이용하여 편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이것보다 한술 더 뜨는 사람은 역시 같은 문자와 상징을 이용하여 답장을 보냈다고 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이다.

 

런던 AA 건축학교를 나온후 (나는 몰랐는데 남편 말에 의하면 지금도 있는, 유명한 건축학교라고 함) 뉴욕대학교에서 더 공부한 후에야 미국에서 '공인된 건축가'라고 스스로 부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건축가로 시작한 그의 커리어는 1936년 결혼 후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그로스 포인트 (Gross Point) 로 이주하여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인 토마스 A. 에슬링에서 일하게 되면서 디자이너 쪽으로 전환되기 시작하고 1949년 디트로이트 미술관의 큐레이터및 아트 디렉터로 고용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52년엔 허만 밀러 (Herman Miller)사의 텍스타일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이 회사의 대표 상품들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는데 특히 텍스타일 디자인, 패턴 디자인에 대표적인 작품을 많이 남겨 그를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알려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1953년엔 두 딸과 함께 뉴멕시코 산타페로 이주, 1993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살았다. 사망후 그의 작품들은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Vitra Design Museum) 에 유산 위탁되었다.

국내 최초 전시인 이번 전시에는 이 미술관의 소장품 700여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 전시장 내부에선 거의 모든 사진 촬영 금지 ㅠㅠ

대신 도슨트 졸졸 따라다니며 열심히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틀린 것 찾아내는데 남다른 특기라도 있는건지. 마리 로랑생 전시에 이어 여기서도 16번과 17번 두 판넬의 설명이 뒤바뀌어 있기에 도슨트에게 알려주었더니, 자기도 전시 시작하고서 발견했다고 한다.

 

 

 

 

 

 

 

전시장 입구 한쪽 벽면 장식.

여기서도 그의 특징적인 패턴주의를 엿볼 수 있다.

건축으로 시작한 그는 특별한 건축 이론을 펴진 않았지만 실용성만 강조하기 보다는 여기에 정신성도 추구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각국의 문자로 패턴화한 작품인데, 그 유명한 베어 브릭 토이중에 지라드의 이 패턴이 들어가있는 것이 있다.

 

 

 

 

 

 

 

 

 

지라드는 엄청나게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

책꽂이 정리해놓은 것 좀 보시길. 가까이 보면 각 박스에 라벨도 얼마나 꼼꼼히 해놓았는지.

 

 

 

 

 

 

 

 

 

 

 

 

 

 

 

자기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꼼꼼하게,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디자인은 그냥 감각이나 직관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텍스타일 디자인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눈에 보여주는 방.

 

 

 

 

 

 

어릴 때부터 자기만의 문자를 만들고 놓았다더니, 디자인에서도 문자와 기호가, 숫자가 패턴화되어 있다.

 

 

 

 

 

 

 

 

 

 

Folk art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태양이나 나무, 민속 상징등을 디자인에 많이 응용하였다.

 

 

 

 

 

 

 

 

 

 

 

 

 

 

 

 

 

 

 

테이블 상판 그림.

 

 

 

 

 

 

목각 인형들.

 

 

 

 

 

 

가운데 저 그림을 보고 이응노 미술관에서 본 이응노의 문자 응용 판화 작품이 떠올랐다.

진짜 비슷!

이응노는 주로 먹색으로 한자를 이용하였지만 발상이 비슷하다.

 

 

 

 

 

 

(위의 두 작품이 이응노 화백의 작품. 비슷하지 않나요?)

 

 

 

마리 로랑생 전시를 보고 알렉산더 지라드 전시까지 보고났는데, 다리가 좀 아플 줄 알았는데 전혀.

집에 돌아와서 전시 본걸 재잘재잘 떠들어도 리액션 별로 없는 것에 실망하면서부터 갑자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7-12-2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달 무민원화전 보러 갔다가 줄이 너무 길어 열차시간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있어요. 전시장 꼼꼼히 두 개나 보면 다리 아플 만한데 나인 님은 초집중하여 보셨나 봐요. 리액션은 여기서 드립니다 ㅎㅎ

hnine 2017-12-29 22:03   좋아요 1 | URL
저 날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라서 그런지 전시장에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널널하게 구경 잘 하고 왔어요.
전시를 보는 것은 저처럼 운동도 잘못하고 사회성도 별로인 사람들에게 가장 소극적이면서도 적성에 맞는 취미 같아요.
리액션 감사합니다. 남편은 원래 그랬고, 아들도 어릴땐 같이 재잘재잘 잘 해주더니 이제 컸다고 남편과 비슷해져가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