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아주 작은 아이 톰
바르바라 콩스탕틴 지음, 김동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남의 떡은 커보인다. 남들 형편은 나보다는 나아보인다. 내 상처는 남의 어떤 상처보다 깊고 아프다.

평소엔 잘 알고 있으면서 막상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땐 다 잊어버리고 툴툴거린다.

오랜만에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흐뭇하다. 사실 요즘 읽는 책 마다 삶의 밝은 면 보다는 무겁고 회의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들이 많아서, 탄탄하지 않은 멘탈의 소유자로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기분이 가라앉는 이 결과를 어째야 하나 하던 중이었다.

 

 

 

책꽂이에서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이 작은 책으로 추운 밤 몇 시간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표지에 고양이가 나와있지만 고양이가 주인공은 아니고 열세살 톰이 주인공이다.

임시 가옥에서 엄마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 스물 다섯살 엄마 조스와 단둘이 살고 있는 톰은, 엄마가 지금 톰의 나이인 열세살에 예기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되어 낳은 아이이다. 일찍 철이 들어서인가, 투정부리고 응석부리는 열세살이라기 보다는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아이이면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도 간직하고 있는, 한번 만나보고 싶은 아이라고 할까. 반면 엄마는 일찍 준비 없이 엄마가 되어버린 탓인지 투덜거리기도 잘 하고 불평도 많고 철없는 행동도 자주 하고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까닭에 맞춤법도 틀리기 일쑤에, 변변한 직장도 없어 늘 생계 걱정을 해야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톰을 사랑하는 마음은 역시 엄마이다.

톰이 자주 몰래 자기 정원의 채소들을 가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눈 감아 주는 이웃집 노부부. 보헤미아 이민자 출신이면서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건강 상태로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마들렌 할머니.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오랜 짝 사랑이던 조스를 찾아 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미. 감옥에서 나온 후 제일 힘든 것은 생활고보다 외로움이라고 톰에게 털어놓는다. 장의사 차를 운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역시 앞날이 보장 안되는 젊은이이고 가진 것 없는 딱한 처지이지만 그는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알고 줄 것이 없나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열세살 톰부터 여든이 넘는 노인 마들렌에 이르기까지 모두다 불안하고 고독하고 절망스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이 소설은 이들이 서로 어떻게 의지하며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개인주의, 이기주의,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살면서 이런 소소한 이야기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다.

싱글맘의 문제, 이민자의 문제, 노인 문제, 등등 요즘의 사회 문제를 몽땅 끌어앉고 있는 인물들에서 위로를 받는 우리는 이들보다 행복한가?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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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7-12-22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좋은 책같아 끌리네요
근데 요즘은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자제하려구요. 자꾸 미안해지고 맘이 복잡하더라구요.
계속 따뜻한글 기대합니당~~^^

hnine 2017-12-22 18:20   좋아요 1 | URL
행복은 가진 것 순이 아니다!
새삼스럽게 이걸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따뜻한 이야기였어요. 저자가 1959년생이니까 젊은 분도 아니더라고요. 인터넷의 발달로 아이들이 어떤 면에서는 일찍 어른이 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아이다운 순수함이 있어서 위안이 되었고요.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놓으면 안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이 약발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네요 ^^
일년이라고 해봐야 친구 만나러 나가는 일도 거의 없는 제게 알라딘 서재는 정말 애정 깊은 공간이랍니다. 푸른희망님의 솔직하고 따뜻한 리뷰와 페이퍼, 앞으로도 계속 읽을 수 있게 해주세요. 행복했습니다~

2017-12-22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3 0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12-22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hnine 2017-12-23 06:26   좋아요 2 | URL
글쎄요, 달인이라고 불러주시니 좋긴 한데 안주셔도 그만, 주셔도 그만, 저는 그렇게 무덤덤하네요.
아직 책보다 더 좋은 친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이를 먹어가고 있어요.
서니데이님도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