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 - 서울 하늘 아래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송기정 옮김 / 서울셀렉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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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앞서 이 책의 표지를 잠깐 들여다 본다. 제목이 빛나?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서울 하늘 아래>라는 글씨도 보인다.

표지 그림에 그려진 것을 잘 보면 63빌딩, 남대문, 서울의 전철, 국회의사당, 한강. 모두 서울을 나타내는 것들. 작가는 이 책에서 과연 서울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작가는 르 클레지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그 르 클레지오이다.

2017년 12월에 출간된 따끈한 신간. 프랑스어로 쓰여졌지만 소설의 배경과 인물이 모두 한국, 한국인이다.

제목 '빛나'의 정체는 책의 첫 페이지를 들춰보면 바로 알수 있다.

내 이름은 '빛나'다. 이제 곧 열아홉 살이 된다.

 

빛나는 르 클레지오가 만든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 전라도 어촌 태생이지만 더 나은 교육을 받기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서울 고모댁으로 혼자 올라온다. 고모네 집은 홍대 근처. 고모집에는 백화라는 이름의, 빛나보다 몇살 어린 고모 딸이 있다. 모범생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자꾸 엇나가려고만 하는 백화와 한방을 쓰면서 빛나로 하여금 백화를 좀 바로 잡아주었으면 하는 고모의 바람이 있다. 조용하고 지루하지만 평화로웠던 전라도 고향집에 비해, 하루 매순간이 전쟁과 같은 분위기의 고모집에서의 생활을 못견디게 된 빛나는 결국 방을 얻어 집을 나오게 되고, 살로메라는 여자 환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수입을 얻게 된다.

빛나는 열아홉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기가 겪은 일이나 인물에 환상과 허구를 보태어 만든 이야기들을 살로메라는 여인에게 들려주고, 거동을 못하는 살로메는 빛나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대하며 즐거움을 찾는다.

클레지오는 빛나가 살로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 자신이 서울에 와서 겪은 여러 가지 경험들을 액자 소설 형식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동네 이름, 거리 이름, 장소, 건물 이름등을 그대로 실명으로 등장시키고 (홍대입구, 세브란스 병원, 신촌, 뚜레쥬르, 오류동, 서래마을, 성공회대학, 신도림 등)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내용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작가가 그만큼 서울에서의 경험이 다양했음을 보여주고 싶어한 것이리라.

외국인이 본 서울,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가 과연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는 평범한 한 외국인이라고만 소개하기엔 부족한, 노벨상 수상작가 아닌가.

그는 과연 한국에 대해 구석구석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이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관심의 범위가 넓다고 해서 반드시 그 문제의 본질까지 파고 들어갔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그런 깊이까지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의 종교나 사회, 정치, 문화, 어느 한 주제에 대해 특히 더 깊은 관심을 가졌더라면 오히려 더 심도 있는 이야기가 탄생하였을까? 그러기에 클레지오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다방면에 너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평소에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던 어떤 심부를 건드려주고 일깨워주는 소설의 기능보다는, 스치고 지나가는, 단지 서사가 보태진 여행기록의 느낌을 아주 벗어나진 못했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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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2-2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기대를 했었는데 별로였나 보군요.
아무래도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은 어떨까
작가가 다음 한국에 대한 애정도 있는 것 같던데.
그런데 리뷰 읽으니까 저도 구매력이 떨어지는데요?ㅋ

hnine 2017-12-22 15:42   좋아요 0 | URL
거의 출간되자 마자 구입해서 읽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 리뷰 올라온 것도 없고, 100% 개인적인 느낌을 적었어요. 다른 분들은 달리 생각하실지도 모르지요.
이 소설 외에도 한국을 소재로 한 다른 소설도 냈던데 (제주도 해녀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네요) 아무튼 한국에 관심이 많은 작가임에는 틀림없어요. 한국의 어떤 점이 이 작가를 그렇게 끌어당겼는지 궁금해요.
이 작품은 웬지 중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표면만 스치고 지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