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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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태 작가의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을 읽은 것이 7년 전이었는데 그 후로 작가의 후속작이 없었나보다. 이번에 나온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이 7년만의 신작 소설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겨우 한 작품 읽었으면서도 이번에 새로운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망설임없이 구입을 한 것은 그만큼 깊은 인상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쓸쓸함이 묻어나오던, 아내 잃은 남자의 혼자 버티며 사는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번 소설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도 역시 그러할까? 두 소설의 공통점은 손에 잡자 마자 단숨에 읽힌다는 점이다.

2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간결한 문장과 과하지 않은 미사여구, 등장 인물의 단촐함, 사건 사고 역시 거의 전무, 이런 점들 때문이기도 하다.

아내와 생계의 터전을 찾아 연고지 없는 작은 읍으로 이사온 주인공은 야간 시간대에 GS25에서, 아내는 낮 시간에 CU에서 각각 편의점 근무를 하며 산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면 편의점의 일상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인생을 그냥 돈이나 벌며 시간 낭비 하기 보다는 뭔가 뜻있고 멋진 자기만의 흔적을 남겨야겠다며 발명에 전념하며 보낸 시간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불만없이 혼자 생계를 담당하다시피 하며 살았다. 그렇게 50대가 되기까지 내집없이 살다가 경제적 한계에 부딪히고 마는 시점이 왔고 어쩔 수 없이 발명의 꿈을 접고 싸게 내놓은 집을 대출받아 겨우 구입하여 내려오게 된 것. 다행히 두 사람 사이는 나쁘지 않고 서로 갈등보다는 연민을 품으며 다독다독 살아가는 일상의 얘기이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손님들을 혼자 관찰하고 추측하는 재미를 만끽한다. 누구와 공유할 수 없는 느낌이고 경험이니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흥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특별히 두드러지는 장점이나 결점을 지닌 인간이 아닌, 평범한 한 중년 부부의 살아가는 모습. 아주 넉넉하지는 않으나 당장 생계가 걱정될 정도는 아니고, 흥분할 만한 계획이나 기대를 걸고 사는 치열한 삶이라기 보다 매일 성실하게 자기 임무를 완수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부부의 일상이, 독자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이것이 어떤 서사를 지닌 소설이라고 할때 다소 밋밋해보이기도 한게 사실이다. 평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도 작가가 강한 메시지를 남기는 경우도 있으나 이 소설의 경우 책 뒷표지의 도움말 처럼 '살아가는 일에 대한 통렬한 성찰을 담은 소설'이라고 까지 보긴 어렵다는 것이 내 소감이다. 그런 것이 다 살아가는 일 아니겠나 하고 맺기엔 말 놀음 같다.

 

그러고 보니 제목 속에 있구나 '지극히 사소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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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0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여긴 어제 눈이 내려서 바깥에는 눈이 남아있어요.
이 책에 대한 hnine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cu편의점과 gs편의점의 차이를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을지, 조금 궁금해졌어요.
집 가까이에 두 회사의 편의점이 있거든요. 대부분의 우리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잠깐 머물지만, 편의점이 직장인 분들은 많은 시간을 우리와는 다른 방향에서 보고 계시니까 또 다를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요즘 감기 유행이라고 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수요일 보내세요.^^

hnine 2017-12-06 16:47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 주인공이 일하는 곳은 GS25라서 주로 GS25 얘기라고 봐야할 것 같은데 CU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편의점에서 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많더라고요. 이 작가 분명히 편의점에서 일해봤나보다 생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게 써놓았어요 ^^
여기도 새벽부터 눈이 왔어요. 지금 저녁 장 보러 마트 다녀왔는데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다녀왔네요. 나이 들어 삐끗하면 잘 안 낫는다고 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