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던 어린이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게 된 후로 어린이책이라는 걸 거의 안 읽은 것 같다. 그동안 나의 어린이책 사랑은 그러니까 어린이책 사랑이 아닌, 자식 사랑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이 책의 경우 굳이 구해서 읽어보게 된 것은 아는 작가의 책이어서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직접 어린이들100명에게 읽혀보고 가장 재미있다고 선정된 수상작이라는 것 때문도 아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내놓을 만큼 '복제인간' 이라는 것이 이제 과학용어의 울타리를 뛰쳐 나가 어린이책, 그것도 과학 상식 분야책이 아닌 이야기책의 제목으로 까지 갔구나 하는 약간의 놀람과, 그렇다면 과연 이 복제인간을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썼기에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제일 재미있다고 뽑아주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책표지 그림의 왼쪽 아이가 말하자면 '원본 (original)', 오론쪽에 초록색 아이가 '복제인간'이다. 이 복제인간을 만든 사람은 다름아닌 원본의 엄마. 천재과학자였던 엄마 윤박사는 미국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면서 인간복제에 관심이 많아진다. 그래서 막 태어난 아들 윤인구의 입속에서 체세포를 채취하고 연구실에서 구한 난자를 이용하여 수정난을 만들고 그것을 엄마 본인의 뱃속에 넣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복제인간 만들기를 직접 확인해보고자 한다. 그러다가 한방에 실험이 성공하여 태어난 아이가 복제인간  윤봉구이다.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걸 알게된 봉구는 자연스럽게 나는 누구인가 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혹시 심장이 약한 형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진 아이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고 이야기는 이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어 나가느냐 쪽으로 흘러가며 마무리 된다. 여기에 어린 나이지만 자장면을 좋아하여 장래 중국음식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꿈의 실현을 위해 가족으로부터 꿈을 인정받고 그 꿈을 실현시켜줄 요리 보스를 만나기 까지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방송국에서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 대본 집필 경험이 있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는 작가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도록 이야기를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줄기세포로 복제인간을 만들기 까지의 과정도 어린이들 수준에서 설명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여진다.

어른의 관점에서 읽으니 아이들만큼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며 읽지는 못했으나, 앞으로 이런 주제의 책들이 어린이책으로도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는 요즘에 부응하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두가지 덧붙이자면, 첫째, 복제인간 만들기가 그렇게 단 한번 실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이야기속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무리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 둘째, 제목은 복제인간 윤봉구 라고 되어 있는데 봉구는 이미 복제인간으로 태어났고, 오히려 세계최고 자장면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꿈을 봉구가 어떻게 펼쳐나가는가 하는게 더 주 내용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복제인간 하면 우선 아직도 정립되지 않은 윤리적 문제를 먼저 떠올리고 심각해지는 이 어른의 눈으로 어린이책을 읽는다는 것 부터 무리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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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7-10-1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올리신 시간 보고, 어쩐지 경건해졌어요! ㅎㅎ;; 이제 어린이가 아니죠.. 어린이가 아니게 된지는 몇년이 흘렀겠지만 ㅎㅎ

hnine 2017-10-15 21:17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아침잠이 좀 없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는게 금방이더라고요. 키도 제 아빠보다 더 큰지 오래인데, 자꾸 어릴 때 귀염떨던 때가 생각나면서 신기하기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