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반성문 -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 전문가 된 교장 선생님의 고백
이유남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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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있는 부모에게 당신은 지금 자식을 사랑하고 있는가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할 부모 있을까?

하지만 좀 심하다 싶은 저 표지 그림 같은 것이 부모라는 입장이다. 늘 반성 모드. 못해준 것이 없을까. 해줘서 오히려 해가 된 것은 아닐까. 이래도 반성, 저래도 반성의 이유가 된다.

나도 부모이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정말 듣기 싫었던 말중 하나는 내 의견을 무시하고 부모 일방적으로 지시하면서 꼭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똑같은 잔소리 반복하면서도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그러면 나는 속으로 '아닌데, 그 말로 내게 보탬되는거 하나 없는데' 부모 마음 편하라고 시키면서, 그 이상 정답은 없다는 듯이 이래라 저래라 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꼭 해야할 잔소리인지. 자식이 그렇게 안 하면 정말 큰 일 날 일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몇번을 오싹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었던 환자가 협심증 단계에서 자기 증상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치료받아 살아난 경우라고나 할까. 저자의 상황을 보면 그 정도로 급박한 상황까지 갔었다는 뜻이다. 완벽주의에, 뭐든지 열심인 엄마. 자식을 위해서라면 퇴근해서 몸이 천근만근되어도 최선을 다했던 엄마로 살아온 저자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돌은 커녕 본인은 위로를 받아도 시원찮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을텐데.

부모가 무식하다는 것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는 말이 절대로 아닙니다. 석사 박사 학위가 있으면 뭘 합니까? 자기 자식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아이가 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면 무식한 부모, 무자격 부모인 것이지요. (59)

부모의 유효기간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라는 말도 공감한다. 초등학교 3학년으로 부모 역할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면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있는 것 보다 친구를, 또래를, 그 집단 속에 어울리기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때부터 부모는 한발짝 물러나 좀 더 멀리서 자식을 지켜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쉬운가? 갑자기 되는가? 우리 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결혼시켜놓고도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해볼까 호시탐탐 기회를 옅보는데. 도움이라는 명분으로. 내가 안도와주면 누가 도와주냐는 명분으로. 부모의 유효기간이 초등 3학년까지라는 말은 뒤집어보면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도 된다. 아,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이 뭘 하겠다고 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79)

하다못해 속옷 한장을 고를때도 아이가 이걸 사겠다고 집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네가 뭘 알아 하고 무시하는 적은 없었는지.

논술교육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거대기'를 자주 함으로써 전두엽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논술 교육은 일상생활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180)

이건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에게 잔소리를 할땐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라면 하라든지, 다 너를 위해서라든지, 그건 근거가 아니다.

부모가 이혼하는 진짜 이유는 싸움의 '내용'이 아니라 싸우는 '방식'때문 (212)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은 사이좋은 부모의 모습이라고 하지 않는가.

얼마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도 그랬다. 싸울 일이 없는 가정이 어디 있겠냐면서, 잘 되는 가정과 파국으로 가는 가정 사이에는 갈등 상황을 바라보는 가족 구성원들의 시각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목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고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습관 (217)

추상적이고 막연한 어떤 지침보다 이런 소소한 것부터 고쳐야 한다. 목소리를 키우지 않는 것. 한가지 덧붙이자면 자식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지 않고 끝까지 다 듣고 말하는 것.

더 좋은 팁도 알려준다.

충고를 하거나 제안을 하고 싶을 때는 먼저 아이의 말부터 들어보고 "내가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좋은 생각이 났는데 말해줘도 되겠니?" 라고 반드시 아이에게 먼저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227)

자식이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도 대화를 하고 있다 보면 꼭 가르치려드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지금 화났지? 속상하니? 라고 넘겨 짚어 묻는 대신 지금 기분이 어떠니? 라고 묻는 것도 권하고 있다.

우리 나라 고등학생들에게 엄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 단어로 표현해보라고 했더니 다수의 학생들이 "멘토" 또는 "조언자"라고 했다고 한다. 멘토나 조언자가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마도 자식에게 하나라도 도움이 되게 하려고 많은 엄마들이 자기 일을 줄이고 자기 시간을 포기하면서 자식을 위해 헌신했으리라.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멘토나 조언자보다는 자식 말을 그저 들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어디에도 하지 못할 말을 엄마만은 들어주겠지 할 수 있는 그런 엄마. 맨 먼저가 아니라 맨 나중에 찾는 사람으로서의 엄마. 그때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거기까진 욕심내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식 인생, 자기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지. 그러라고 격려나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다시 태어나는 일이 가능하다면 그만큼 힘들었을까. 병원을 드나들며, 벼랑에 선 자식을 눈 앞에서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나간 것만해도 대단하다 싶다.

사랑은 많은 경우 구속의 탈을 쓰고 있다.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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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9-2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고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습관‘.....요즘 노력하고 있어요.
비단 아이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내가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좋은 생각이 났는데 말해줘도 되겠니?˝ 라고 반드시 아이에게 먼저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명심해야 겠군요.
노력 많이 하시는 나인님^^ 응원합니다!

hnine 2017-09-25 16:14   좋아요 1 | URL
일단 자식을 둔 이상 어떤 엄마가 되느냐는 어떤 인간이 되느냐 하는데 빠질 수 없는 요소인 것 같아서 늘 염두에 두게 됩니다. 극한적으로 말하면 늘 반성문 쓰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고요.
우리 나라의 많은 부모들이 이 책의 저자처럼 못해서 안간힘 쓰지 않는지, 모두 읽어보라고 하고 싶었어요. 강연 내용을 딸이 받아쓴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건 휘리릭 금방 읽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