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루, 매주 화요일 나와 함께 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니던 친구가 다리에 기브스를 하는 바람에 강의에도 못오고 집에서 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 친구가 권해주는 영화를 나도 어제 다운로드 하여 보았다.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뻔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뻔한 내용이라는 건 곧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몰입하여 보게 된다.
줄리안 무어의 연기, 두말할 필요 없고.
영화 속에서 이 사람의 직업이 언어학 교수이기 때문일까? 어쩜 발음이 그렇게 또박또박, 정확한지.
말하는 동안 상대방을 쳐다보는 눈, 애정이 담겨 있고,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시선도 참 아름다웠다.
바로 전날, <노무현 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실컷 울었기 때문인지, 이 영화 보면서 울지는 않았지만, 권해준 친구 말대로 한번 볼만한 영화였다.
검색해보진 않았는데 제목의 Still은 중의적으로 쓰이지 않았을까? 기억을 잃어가도 여전히 앨리스라는 의미, 그리고 점차 침묵해가는, 조용해져가는 앨리스라는 의미.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스틸 (Still)' 이라는 단어를 나만의 단어 목록에 넣어두기로 했다.
여전히, 아직도, 지금도, struggling 하고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하는 일. 설사 큰 소리는 안내더라도.
실제로 줄리안 무어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I'm not suffering, but struggling."
안보고 지나칠 뻔 했는데 권해준 친구에게 고맙다.
그 친구는 지금 내가 권해준 책 사피엔스 를 읽고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