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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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이 출판되고 8년 후 그 속편이라면서 나온 책이다. 제목이 다름에도 '속편'이라고 한 이유는 등장 인물이 같고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같기 때문일 것이다.

허클베리 핀 역시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니라는 생각은 톰 소여와 같다. 나이는 아직 성인이 되기 전이라고 봐야하지만 책 속에서 톰이나 허크가 하는 행동과 말 속에는 아이라기 보다 마크 트웨인의 아바타로서 사회와 시대를 맘껏 비꼬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임기 응변의 천재, 머리가 팽팽 돈다. 조마조마한 여러번의 위기 상황을 이런 임기 응변으로 모면하는데, 특히 통나무 통에 숨어 있던 허크가 결국 사나이들에게 들켜 신분을 밝히기를 요구받자 허크는 방금 전 통나무 통 속에 숨어서 그들이 하던 얘기를 듣다가 알게 된 찰스 윌리엄 올브라이트가 자기라고 하는 대목은 어떤 어른도 발휘하기 어려운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서 바로 이어서 자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술술 꾸며 말하는 대목은, 세상에 스토리텔러도 이런 스토리텔러가 없겠다 싶었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부터는 허크를 돌봐주던 집의 흑인 노예 짐과 행동 노선을 함께 하면서 자유의 신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짐이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허크의 활약으로 집중된다. 톰소여에 비해 촌티나고 어눌해보일지 모르겠지만 허크는 확실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도우려는 마음이 두드러진 것 같다.

마크 트웨인 자신은 이 두 인물에 대해 각각 어떤 생각을 가지고 책을 썼는지, 어떻게 구별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진다. 영국의 세익스피어 만큼이나 미국 문학사에 없어서는 안되었을 사람이라고까지 마크 트웨인을 평가한다는데,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이 두권을 읽은 후 나 같은 일반인의 식견으로서는 그 말이 피부로 와닿을 정도는 아니다. 어떤 점에서 세익스피어와 비교가 된다는 것인지 금방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대의 사회 분위기를 은유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 동시대 다른 작가들이 하지 못한 문체나 스토리를 과감하게 내놓았다는 것? 사실 마크 트웨인은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긴 편이 아니다. 톰소여, 허클베리 핀외에 잘 알려져있는 작품으로는 어릴때 많이 읽은 <왕자와 거지> 정도랄까. 이 세작품 모두 마크 트웨인의 나이 40대에 쓴 것들이다. 열두살에 아버지를 여읜 후 정식 학교 교육을 따르기 보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직업에 뛰어들어 경험을 쌓은 인생 경로, 그의 성격의 바탕이 되는 익살, 신분이나 관습 따위를 작품 속에서나마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점, 자기 앞에 닥친 장벽에 굴하지 않는 모습, 새로운 것으로 진출에 거부감 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 아마 이런 점들 때문에 <마크 트웨인은 철두철미한 미국인이다. 만약 외국인이 미국 정신의 실체를 알고 싶다면 마크 트웨인을 읽게 하라> (607쪽, 작품 해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어쩌면, 책의 맨 앞장에 실린 경고문 처럼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는 자, 교훈을 찾으려는 자, 플롯을 찾으려는 자는 기소, 추방, 심지어 총살하겠다>는 엄포가 보여주듯이 동기, 교훈, 플롯 같은 구태의연한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이런 마인드때문인지도.

의미를 찾고 동기를 찾고 플롯에 의미를 두는 습관이 배어있는 평범한 독자인 내가 읽기에는 600쪽을 넘는 분량이 술술 넘어가도록 재미있게 읽은 편은 못되었다고, 솔직한 소감으로서 나도 할말은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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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6-11-0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크트웨인 자서전도 재미있었어요! ㅎㅎ;;

hnine 2016-11-03 16:44   좋아요 0 | URL
재미 없다면 이상할 것 같아요 ^^
검색해보고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