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베토벤
함신익 지음 / 김영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부천 시향의 임헌정과 함께 현재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지휘의 대표 주자 격이라고 할수 있는 대전시향의 함신익. 2003년에 김영사에서 펴낸 그의 책이다.

음악과 접하게 된 어린 시절, 뒤늦게 품은 지휘자의 꿈, 미국 유학 시절의 고군 분투 얘기, 지휘에 관한 그의 소신 등 어느 이야기 하나, 그의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패기가 드러나지 않는 페이지가 없었다. 힘들고 지친 여정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궁극적으로 환희의 눈으로 보는 사람이 느끼는 흥분과 감격이 여실히 드러나있다.

특히, 예일대에 재직하고 있으면서 그 학교의 전공 체제를 예로 들어 쓴 '그래도 음악은 버릴수 없다' 라는 글을 읽으며, 약 10년 전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홀로 외지에 떨어져, TV도 없고, 요즘처럼 인터넷도 없이, 달랑 침대, 책상, 옷장 그리고 CD player가 전부인 기숙사 방에서 지내던 시절. 해가 어스름하게 질 무렵이나, 햇살마저 조용 조용 내리비치고 있는 주말 캠퍼스에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을라치면, 피아노가 너무 치고 싶었다. 그러다가, 한학기에 30 pounds를 내면 음대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한해서 타대 학생들에게도 음대 연습실을  개방한다는 정보를 듣고, 도서관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곡들의 악보를 복사해다가, 주말이면 피아노가 있는 빈 연습실에 들어가 몇 시간을 뚱땅거리다가 나오곤 했었다. 오랜만에 치니 매끄럽지 못한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외로움과 잡념에서 자유로울수 있는 그 몇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음악을 할걸 그랬다, 피아노를 전공할걸 그랬다,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실험실에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좋았을 거라고 내 멋대로 상상하곤 했었다. 

왜 우리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것은 무슨 특별한, 예외적인 경우로 생각되어지는지 모르겠다. 다른 전공을 공부하면서도 그 것만큼 또 음악을 사랑하는 예일의 학생들. 좋아하는 것은 언제든지 해볼수 있고, 자기 열정을 바칠수 있다는 그런 분위기. 내가 음악을 함으로써 나의 다른 전공은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축구 선수 복을 입고 무대에 설수 있는 지휘자, 대학 시절, 지휘 연습을 해볼 대상이 없자 스스로 오케스트라를 조직할 생각을 하는 지휘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기에 정과 성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

대전으로 이사왔겠다, 조만간 그가 지휘하는 대전 시향의 연주를 보게 될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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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기대되시겠어요

싸이런스 2006-04-28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치나인님 실험실에서 일하시는 줄 첨 알았네요^^

hnine 2006-04-28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꽤 절제된 지휘를 한다는 말을 본 사람이 해주더군요.
싸이런스님, 예...지금까지도 실험실 노가다 (^ ^)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