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and Alice (Paperback)
Logan, John / Oberon Books Ltd.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피터팬의 그 '피터'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그 '앨리스'이다.

80대 노인이 된 앨리스, 그리고 30대의 피터가 런던의 Bumpus서점 골방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연극 대본으로 쓰여졌고 실제 2013년 런던 노엘 카워드 극장에서 Michael Grandage 극단에 의해 초연되었다.

수년전,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델이된 사람 Alice Liddell Hargreaves의 전기 <The Real Alice -앤 클락이 썼음>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게 되었다:

"1932년 6월 26일 Alice는 런던 Bumpus 서점에서 루이스 캐롤 전시회를 열었다. 거기엔 Alice 말고도 피터팬의 모델이 된  Peter Davies도 와있었다."

그들이 서로 어떤 얘기를 나누었을지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이 책 첫페이지에서 저자 John Logan의 이 메모를 읽어보면 그가 어떻게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롤과 피터팬의 저자 제임스 배리에게 각각 작품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각각 어떻게 자기 작품속의 모델로 위 두 사람을 택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John Logan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이 책 속에서 어른이 된 앨리스와 피터가 나누는 이야기는 그리 동화스럽지 않다.

두 작가가 자신들의 의지대로, 자신들이 꿈꾸는 대로 만들어놓은 이미지에 갇혀 그들은 정작 그들의 꿈을 잊고 어른이 되었고 한동안 그들 인생의 중심에는 작가들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앨리스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여 세 아들을 두었지만 둘을 전쟁에서 잃었고 피터의 아버지는 가난때문에 피터를 비롯한 다섯 형제들을 작가에게 넘기고서 암으로 죽었고 그 뒤를 따라 세달뒤 피터의 엄마 역시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피터의 형제중 마이클은 연극배우가 되고 싶어 했지만 그들의 부모 역할을 담당한 작가에 의해 꿈을 억압당하자 친구와 함께 물에 뛰어들어 죽음을 택했고 그것은 피터에게 큰 아픔과 좌절을 남겼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너는 언제 어른이 되었다는걸 처음 알았어?

삶이 무언지 알게 되었을때 아닐까?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되었을때.

어른이 되면 결코 집에 돌아와 자신들의 삶을 살지 않아.

예전만큼 웃지도 않아 즐거워하지도 않아.

늘 시계를 쳐다보지.

 

어른이 된 두 주인공이 나누는 슬픔과 탄식의 대화를 따라 가다 보면 읽는 사람 역시 그들의 대화에 마음 속으로 동참하게 된다. 그 어느 누구도 어린 시절을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된 사람은 없을 것이므로.

마음이 먹먹해지려는 순간 깨닫는다.

'아, 이것 역시 John Logan이라는 어른이 지어낸 하나의 이야기이구나!'

앨리스와 피터는 여전히 어른들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의 추억을 위해, 잃어버린 꿈을 위해.

 

책 표지에 나와있듯이 2013년 공연에서 주디 덴치가 앨리스 역을, 벤 위쇼가 피터역을 맡았다.

꿈을 키워준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아이들의 꿈을 재단하고 조종하는 어른들에 대한 메시지일 수도 있고, 상상과 너무나 다른 현실 세계를 일깨워 주는 이야기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John Logan 이 아닌 다른 작가가 쓴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겠지? 상상의 세계는 끝이 없다.

피터와 앨리스가 아닌, 동화속 다른 주인공들도 이렇게 저렇게 짝지워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어떨지. 내가 작가라면 한번쯤 시도해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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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3-3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 들수록 성숙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좁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우리는 끝까지 어른이 되지 못하고 다만 어른인 척 어른 노릇하며 살다가 죽는 게 아닐까 해요.
늙으면 아이 된다, 라는 말이 있듯이요.

hnine 2016-03-31 19:34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참 서글픈 내용이어요. 예전에 읽은 Tuck Everlasting (트리갭의 샘물)도 생각나더군요.
이미 돌아가지 못할 다리를 건너왔으니 서글퍼도 할 수 없구나 생각하니 더욱 서글퍼졌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