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에서

 

너의 아름다움을 찾아주기 위해서

내가 더 낮아지고

더러워지는 거다.

 

너의 깊은 슬픔 배 띄워주려고

더 넓어지고 깊어질 뿐이다.

 

그렇지만 너는 연꽃

나는 뻘,

이렇게 흘러흘러

바다에서나 함께 될 수밖에 없는가.

 

찬란히 피어나거라.

네가 지면

바다가 거두어갈 것이다.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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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근, 처음 들어보는 시인이다.

지금 읽고 있는 황경신의 '그림같은 세상'이라는 책 중,

쇠라의 그림 끝에 인용되어 있는 시.

인간 사이의 사랑이라는거, 다 거기서 거기라고,

언제 변할지 모르는,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하는 요술 거울같은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는 중에 이런 시를 대하니,

이 시의 대상은 어느 한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든다.

'...찬란히 피어나거라, 네가 지면 바다가 거두어갈 것이다...기다리겠다...'

찬란히 피어나고, 지기 까지 그래서 바다가 거두기까지,

내가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일 뿐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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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2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네요. 시 별로 안 좋아하는데...일깨워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hnine 2006-03-2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요....저도 어느 순간 좋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