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 가서
밤비에 씻긴 눈에
새벽별로 뜨지 말고
천둥번개 울고 간 기슭에
산나리 꽃대궁으로 고개 숙여 피지도 말고
꽃도 별도 아닌 이대로가 좋아요
이 모양 초라한 대로 우리
이 세상에서 자주 만나요
앓는 것도 자랑거리 삼아
나이만큼씩 늙어가자요.
유안진 님의 시.
오늘 아침 중앙 일보, '시가 있는 아침'코너에 소개 되었다.
꽃도 별도 아닌 이대로,
초라한 이모양 그대로,
지금 내 모습을 말하는 것 같아
읽으면서 편안해졌다.
이 모양 그대로,
나이만큼 늙어가며
담담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이.
그 나이만큼 늙어가는걸 서글퍼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매년 받는 선물이라 감사히 여기며,
앓는것 마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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