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음식 만들면서 TV를 소리로 듣고 있는데, 낭송되어 나오는 시가 음식 만들던 손을 잠시 멈추고 TV 화면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오류동의 동전

 

 

 

박 용래

 

 

 

 

한때 나는 한 봉지 솜 과자였다가

 

한때 나는 한 봉지 붕어빵였다가

 

한때 나는 좌판에 던져진 햇살였다가

 

중국집 처마밑 조롱속의 새였다가

 

먼먼 윤회 끝

 

이제는 돌아와

 

오류동의 동전

 

 

 

 

 

 

 

 

 

내가 보고 있던 TV채널이 아마 대전지역방송 채널이었던가보다. 시인 박 용래. 이름은 익숙한데 그가 대전 출신 시인인줄은 몰랐다. 시 제목의 오류동은 서울시 오류동이 아니라 대전시 오류동. 생전에 시인이 살던 동네라고 하는데 대전에 산지 벌써 8년째인 나도 서울에 있는 오류동을 먼저 떠올렸지 대전에 이런 동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한 봉지 솜 과자, 한 봉지 붕어빵, 좌판의 햇살, 조롱속 새, 동전. 어느 것 하나 대수로운 것이 없다. 하지만 얼마나 소중하고 따스한가. 이런 소소한 것들에 자기 삶의 여정을 비유할 수 있는 겸허함. 자신을 낮추는 자세.

자학과 비굴, 한탄이 아니라 이렇게 곱고 아름답게 읽혀지게 써내려간 시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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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7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02-08 05:51   좋아요 0 | URL
음력설이 있어 한번더 심기일전 기회를 삼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올해는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알라딘 님들에게는 새삼스런 얘기겠지만 저야말로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서울의 오류동은 구로구 아니던가요? 저도 이제는 가물가물한데요.
박용래 시인은 별명이 울보시인이었대요. 보리밭 박용하와 잠깐 또 헛갈리기도 했지요.
늘 따뜻한 말씀 건네주시니 감사드려요. 새해에도 서재에서 늘 반기는 사이가 되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서니데이 2016-02-0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오늘도 많이 바쁘셨겠어요. 좋은 저녁 되세요.^^

hnine 2021-01-31 09:41   좋아요 1 | URL
이제 꾀가 나서 식혜도 만들지 않고 파는 걸 사다놓았어요. 이제 슬슬 나가서 몇시간 후 차례 지낼 준비, 산소 갈 준비를 해야겠어요. 서니데이님 느긋하고 평화로운 한해 만들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