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음식 만들면서 TV를 소리로 듣고 있는데, 낭송되어 나오는 시가 음식 만들던 손을 잠시 멈추고 TV 화면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오류동의 동전
박 용래
한때 나는 한 봉지 솜 과자였다가
한때 나는 한 봉지 붕어빵였다가
한때 나는 좌판에 던져진 햇살였다가
중국집 처마밑 조롱속의 새였다가
먼먼 윤회 끝
이제는 돌아와
오류동의 동전
내가 보고 있던 TV채널이 아마 대전지역방송 채널이었던가보다. 시인 박 용래. 이름은 익숙한데 그가 대전 출신 시인인줄은 몰랐다. 시 제목의 오류동은 서울시 오류동이 아니라 대전시 오류동. 생전에 시인이 살던 동네라고 하는데 대전에 산지 벌써 8년째인 나도 서울에 있는 오류동을 먼저 떠올렸지 대전에 이런 동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한 봉지 솜 과자, 한 봉지 붕어빵, 좌판의 햇살, 조롱속 새, 동전. 어느 것 하나 대수로운 것이 없다. 하지만 얼마나 소중하고 따스한가. 이런 소소한 것들에 자기 삶의 여정을 비유할 수 있는 겸허함. 자신을 낮추는 자세.
자학과 비굴, 한탄이 아니라 이렇게 곱고 아름답게 읽혀지게 써내려간 시인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