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5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아무 선입견도 없고 줄거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1권을 읽을 때보다 지금 더 오리무중이다.
알로샤가 수도중인 수도원의 조시마 장로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1권이 끝났는데, 2권 시작하자마자 조시마 장로가 들려주었다는 얘기를 알로샤가 정리했다는 글이 자그마치100쪽에 걸쳐 진행된다. 조시마 장로가 옛날에 겪었다는 이 얘기들이 이 소설의 주제에 그렇게 중요하고 비중이 있는 것인지,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본문에도 나왔듯이 온전하지 않고 파편적인 (98쪽) 이 내용은 2권을 다 읽도록 이 소설 자체가 내게는 결국 이렇게 파편적이고 온전하지 않은 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인가 의구심도 들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동안 신앙심 깊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 마지 않던 조시마 장로가 죽은 뒤 시체에서 썩는 냄새가 나고 안나고의 문제를 가지고 신의 존재, 신격화에 대한 소재로 쓰기엔 너무하지 않은가.
미모가 뛰어나다는 것 외에 다른 어떤 매력이 있는지, 3권을 읽기 시작한 지금도 아직 접수가 안되는 여자, 그루셴카. 재산도 재산이지만 결국 이 여자에 대한 쟁탈전과 질투가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사건이랄 수 있는 살인의 동기를 제공했다는것 맞나? 정말?
2권의 마지막 9편 <예심>에서, 살인자로 지목된 드미트리가 검사의 심문에 대해 우왕좌왕 하면서도 자기의 심경을 토로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눈 앞에서 연극을 보고 있는 듯 생생한 느낌으로 몰입해서 읽었다. '이제 재미있으려고 해!' 이러면서.
그런데, 이 리뷰를 쓰면서 보니 지금까지 읽으면서 유일하게 밑줄 그은 부분이 있는데, 앞에서 말한 그 조시마 장로가 남긴 말을 글로 옮겼다는 그 오리무중 내용중에 있다.
지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고통이다. (95쪽)
지옥이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고통.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고통.
의미심장하다.
3권의 100쪽 좀 넘게 읽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