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쓸쓸한 일
아아, 쉬임 없이 흐름으로써 우리를 고문하는
잔인한 시간이여
너를 죽여 모든 생활을 얻은들
모든 생활을 죽여 너를 얻은들
또 무얼 하리
오늘 아침 바쁘게 나갈 채비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었었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들이 우리 인생 전체를 놓고 볼때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일터로 향하는 버스에서
어제 배달된 양정자 님의 시집을 처음 펼쳤는데
첫 페이지에 수록된 시가 바로 이 시이다.
이 시 제목을 따서 시집의 제목도
<가장 쓸쓸한 일>
이 시인의 시집을 처음 대한 것이 7-8년 쯤 전, <아이들의 풀잎 노래 (1993)>라는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었는데
중학교 교사로서 학생들과의 일상을
미화시킴이나 과장 없이 그려 놓아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였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7년 뒤에 나온 이 세번째 시집의 시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50대를 지나면서 보는 인생은
이다지 달라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인생의 본질일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