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가 무서웠던 시절이 있다

큰 죄 짓지 않고도 장마철에는

내 몸에 번개 꽂혀올까 봐

쇠붙이란 쇠붙이 멀찌감치 감추고

몸 웅크려 떨던 시절이 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새 한 아이의 아비가 된 나는

천둥 번개가 무섭지 않다

큰 죄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쇠붙이 노상 몸에 달고 다녀도

이까짓 것 이제 두렵지 않다

천둥 번개가 괜시리 두려웠던

행복한 시절이 내게 있었다

 

 

-이재무 <무서운 나이>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도

이렇게 단박에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시,

살아있는 동안

흉내라도 내볼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지,

욕심이 지나치지 않은가?

이런 시 읽기를

놓지 않고 나이들어가면 좋겠다

 

 

 

 

 

 

 

 

 

 

 

 

 

 

 

 

 

 

 

 

 

 

 

 

 

 

 

기다리던 책을 밤에서야 받았다.

 

오늘은 좋은 날.

아침엔 꽃을,

저녁엔 시를 받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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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3-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둥번개가 두려운 시절이 어째서 더 행복한 시절일까요.................?

꽃 정말 아름답네요. 아름다워요^^

hnine 2015-03-04 13:25   좋아요 0 | URL
천둥번개에도 무뎌질만큼 현재 생활의 무게가 무거운거겠지요. 자식을 둔 어미, 아비에게는 내 식구 먹여살리는 일이 천둥번개보다 무서울지 모르겠어요.

꽃, 예쁘죠? 꽃이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도 보이시나요? ^^

아무개 2015-03-04 13:16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전에 두려워 하진 않던
천둥번개를
지금은 두려워 해요.
지킬것이 많아질수록 두려움이 더 많아 지던데요.
겁장이 아무개 ^^::::::::::::

넵 봉오리~그 이름도 아름다운 봉오리도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