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가 무서웠던 시절이 있다
큰 죄 짓지 않고도 장마철에는
내 몸에 번개 꽂혀올까 봐
쇠붙이란 쇠붙이 멀찌감치 감추고
몸 웅크려 떨던 시절이 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새 한 아이의 아비가 된 나는
천둥 번개가 무섭지 않다
큰 죄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쇠붙이 노상 몸에 달고 다녀도
이까짓 것 이제 두렵지 않다
천둥 번개가 괜시리 두려웠던
행복한 시절이 내게 있었다
-이재무 <무서운 나이>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도
이렇게 단박에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시,
살아있는 동안
흉내라도 내볼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지,
욕심이 지나치지 않은가?
이런 시 읽기를
놓지 않고 나이들어가면 좋겠다
기다리던 책을 밤에서야 받았다.
오늘은 좋은 날.
아침엔 꽃을,
저녁엔 시를 받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