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강석기의 과학카페 3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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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도 읽을 수 있는 과학저서들은 과연 어떻게 쓰여질까. 책 속의 내용보다 어느 날 문득 이것이 궁금해졌다. 저자는 과학을 전공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을 전공했다 할지라도 그가 모든 과학 분야에 걸쳐 지식을 갖추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고 더구나 이 책과 같이 비교적 최신 내용들로 책을 구성할때 이런 자료들은 어떻게 모아지고 어떻게 자기만의 글로 재탄생시킬까. 

 

1. 평소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 저널 몇가지 (예. Nature, Science, Current Biology, PLOS ONE, PNAS, 등)를 정기적으로 구독하여 구석구석 자세히 읽는다 - 구독 신청을 하면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원문을 읽을 수 있다.

 

2. 읽다가  당시 사회적 이슈나 대중들의 관심사와 부합할만한 논문이나 기사를 스크랩하고 내용을 정리한다.

 

3. 이것들의 분류작업을 한다. 즉, 하나의 테마로 묶일만한 것끼리 모아놓는다 - 전공별로 모으거나, 주제별로 모아놓기도 하고 본주제에서 벗어났으나 관련된 기사는 따로 (인물) 모아 놓는다.

 

4. 하나의 기사, 그리고 한 묶음글에 적절한 제목을 붙이고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다듬는다.

 

이 책을 읽으며 과정을 추측해본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세계 유수 과학 저널에 발표된 내용을 십분 이용하여 이 책을 만들었는데 저널에 실린 논문 뿐 아니라 거기 실린 부고 기사까지도 하나 버릴 것 없이 구석구석 평소에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마지막 장의 '인물이야기'는 그해 과학 저널에 실린 부고 기사를 기본으로 하고 그 밖에 유용한 자료들이 있으면 참고하여 썼다고 저자가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첫 꼭지글, "청마(靑馬)는 없지만 파랑새는 있다"는  2012년 J.R. Soc. Interface 9권 2563에서 2580페이지에 실린 Saranathan 외 공동저자의 문헌을 바탕으로 썼다고 밝혀 놓았다. 청마는 없다는 뜻은, 말을 비롯하여 척추동물에는 파란색 색소가 없기 때문에 조류인 파랑새와 달리 파란 말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가지를 알면 두세가지의 모르는 것이 생기더라는 것이 평소 내가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다. 적어도 과학에 관해서는. 그럼 왜 척추동물에는 파란색 색소가 없을까? 사람의 파란 눈은 그럼 뭔가? 이런 질문이 생겼는데 다행히 나 같은 독자를 위하여 내용중에 그 설명이 포함되어있었다.

 

책의 제목은 물론이고 책 속의 각 꼭지글 제목 붙이는 것도 무척 중요한 것 같다. 내용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 읽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인만큼 읽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는 제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그 속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일지 모른다.

 

참고문헌들을 보면 대체로 최근 1-2년내의 논문들이다. 이 정도면 굳이 최근이랄 것도 없는 것이, 워낙 진행 속도가 빠른 과학 분야이기 때문인데 과학사에 관한 주제가 아닌 이상 당연한 일이다.

 

대중 잡지가 아닌 학술 저널의 최근 논문이나 기사를 바탕으로 한 만큼 제목을 어떻게 바꿔 붙이든, 내용을 어떻게 각색하든, 이해가 그리 쉬운 내용들은 아니다. 그래도 저자가 매우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저자 본인도 이해가 힘들었던 부분은 어중간하게 아는 척 넘어가기 보다는 자기도 이해가 어려웠다고 실토한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언제든지 원래 출처를 찾아볼 수 있게 모든 글에 참고 문헌을 명확하게 달아놓았다는 점이다. 어디까지가 인용 범위이고 어디부터가 자기가 덧붙인 내용이라는 것을 밝혀놓아 신뢰가 갔다. 또한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가 읽었을 그 많은 논문들 중에, 최근 사회적 관심과 잘 접목이 될 만한 논문들을 비교적 잘 뽑아내었다는 것이다. 그럴려면 이 사회가, 문화가, 정치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늘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성공 요소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짧고 과학은 길다고 했다. 과학은 저 멀리 어디에 있지 않다. 우리의 삶, 이 순간, 이 공간 자체가 과학이고 실존이다. 어느 특정 그룹만의 관심사이고 연구 대상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런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 필요한 일이고 멋있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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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2-2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보고싶네요.
저는 의도적으로 과학책이나 철학책을 한달에 한권은 읽으려고 노력하거든요.
전문서적은 버겁고 이런책은 괜찮을것같아요

hnine 2015-02-23 23:32   좋아요 1 | URL
재미있게 썼어요. 과학책이지만 앨리스 먼로도 나오고요 ^^ drop과 bubble과 foam의 차이에 대해서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여러 분야 다양하게 독서를 하시려고 노력하시는군요. 저도 정말 치우쳐서 책을 읽고 있어요. 제일 손 안가는 분야는 역시 철학, 사회학 분야의 책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