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은 사진 한 장 - 내 생애 최고의 사진 찍기, 개정판
윤광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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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광준의 이름은 몇해전<윤광준의 생활명품>이라는 책으로 익숙해졌다. 그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익숙하게 할 정도로 리뷰가 많이 올라왔던 책이었다. 제목에 저자 이름을 직접 넣었다는 것도 특이해서 책을 직접 읽지는 않았지만 어떤 내용의 책인지, 저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기는 했었다. 이 사람의 직업은 전직 사진 기자.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고 월간 <마당>, <객석>의 사진기자를 거쳐 웅진출판에서 사진부장을 지냈다. 지금은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며 사진 작업, 그리고 글쓰기, 강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사실 <윤광준의 생활명품>이라는 책보다 훨씬 이전인 2002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다. 초판만 해도 21쇄까지 찍었고 2012년에 개정판을 냈는데 개정판도 벌써 3쇄까지 찍었다니 한번 어떤 책인지 들여다볼만 했다.

읽으동안 사진 그리고 카메라를 제목으로 토막토막 추억이 쭉 엮어지는 경험은 나만 했을 것 같지 않다. 카메라와 사진의 진화는 근래 빠르게 진화되어와서 사진을 찍는 것이 하나의 행사였던 때는 이제 전설이 되었고 이제는 간편하게 전화기로 언제 어디서나 찍을 수 있는게 사진이 되었으니 사진은 일상, 카메라는 일상의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살면서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이 사람은 어떤 얘기를 독자에게 하고 싶은 것일까.

딱히 사진 찍기에 대한 어떤 요령을 말하고 있지 않다. 그런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오히려 사진이라는 것,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한 수필집의 느낌이었다. 기자 출신에, 이미 여러 권의 에세이를 낸 경력 때문인지 에세이집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고, 사유가 담긴 문장이나 구절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다.

 

원형을 잃은 에너지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지 못하는 법이다. 내게 이를 복잡한 엔트로피의 법칙으로 설명할 재간이 없다. 사진에 찍힌 화상 또한 절대 빛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난 사진이란 빛이 제 몸을 태우고 남긴 숭고한 흔적이란 그럴싸한 생각을 하고 있다. 사진이 좋아 끌어안고 뒹구는 이유를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다. 빛의 죽음으로 바꾼 사진을 아무렇게나 대하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이다. (225쪽)

 

사진이란 빛이 제 몸을 태우고 남긴 숭고한 흔적이라는 표현은 아무나 지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기술적인 내용을 굳이 찾아내자면, 아주 전문가가 아니라면 비싼 DSLR을 구입하는데 큰 지출 감수할 필요 없다는 것, 자기가 어떤 목적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며 그에 부합하는 것이 최고의 카메라라고 조언한다. 요즘 나오는 미러리스를 많이 권장하고 있고, 사진 찍을 때도 수동으로 촛점을 맞추느라고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하는 여력을 놓치지 말라고, 최선의 촛점은 자동촛점이라는 조언을 한다. 카메라 렌즈도 독일제 렌즈가 최강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요즘은 일본 렌즈의 기술이 그에 필적하여 보통 사람들은 독일 렌즈 카메라로 찍은 작품과 구별도 못할 정도이니 구색을 갖추는데 신경 쓰지 말고 '실용적'인 마인드로 선택, 구입하여 더 많이 찍어보는 것이 몇배 더 낫다고 한다. 백배 공감.

이젠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 두가지를 얘기하고 넘어가야겠다. 첫째는, 이 책에 실린 사진 작품들이 그렇게 마음을 빼앗을 정도가 아니었다는 아쉬움이다. 이건 물론 개인적인 취향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에 대한 내용을 읽기도 전에 단 하나의 대상이 흑백으로 포착되었음에도 말문이 막히게 했던 최민식의 사진과는 엄청난 거리라고 할까. 윤광준의 사진엔 우선 대상이 단출하지 않다. 어디서 무얼 봐야하는지 찾아야 한다. 한 사람의 모습과 표정에 클로즈업 시키는 대신 여러 사람이 각기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하고 있는 사진들이 많다. 책에 실린 사진 들 중 읽으면서 눈 여겨 오래 들여다본 것은 겨우 서너장.

두번째 아쉬움은 이 책의 제본이다. 아, 정말 나 이런거 따지는 편 아닌데 이 책은 읽는 내내 얼마나 불편하던지. 책상위에 놓고 읽어도 불편, 손에 들고 읽어도 불편, 무릎 위에 놓고 읽어도 마찬가지. 독서대에 올려놓아도 책이 펴진 상태로 고정이 잘 되질 않는다. 사진때문에 종이질을 높이다보니 종이 두께가 두꺼워져서 그런가보다. 그렇지만 방법이 그렇게 없었을까? 이 책을 빨리 읽어치우게 한 동기를 제공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 책에선 사진보다 글이 차라리 더 돋보인다는 것으로, 별 두개와 세개 중 그래도 세개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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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5-02-2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서가에서 찾아보니 10년 전 쯤에 구입한 이 책이 있네요. 읽다가 만 책인데 그 당시 저는 글에도 사진에도 별 매력을 못 느꼈었던 것 같아요. 아니면 더 재밌는 다른 짓을 하고 있었거나. 하여튼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그 책에서 예전 편지가 한 통 나와서 깜짝 놀랐답니다. 제 서재에 사진 올려보았어요.

hnine 2015-02-21 17:58   좋아요 0 | URL
와~ 저 지금 nama님 서재로 갑니다~~

Nussbaum 2015-02-2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서재에 들르면 꼭 올리신 책을 확인해보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저는 그리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꼭 어떤 인상깊은 것들은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한 번 어디선가 만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갑수의 최근 책에 보면 사진작가 윤광준을 언급한 구절이 나오는데 그 두 사람의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이 책을 한 번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유로운 오후 보내고 계시지요?

hnine 2015-02-23 13:58   좋아요 0 | URL
두사람이 절친이래요, 이 책 저자와 김갑수요. 이 책 서문에도 김갑수가 글을 썼고 본문 중에도 저자가 시인 친구라고 여러번 언급하는데 김갑수를 뜻하는것 같고요.
연휴 잘 보내셨나요? 너무나 길게 느껴진 연휴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