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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행복하게 1 - 시골 만화 에세이
홍연식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정년 퇴직하면 포도 농장을 하고 싶다고 가끔 농담처럼 말하는 남편. 농담처럼 말하긴 해도 그말을 들을 때마다 덜컥 겁이 나곤 했다. 도시를 떠난 생활이 겁나서가 아니라 유유자적하기 좋아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남편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래서 나보다 남편 읽힐 목적으로 구입하였다. 책이 도착한 날, 만화책이니 한번 보겠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그날로 1, 2권을 다 읽어버린다. 시골로 내려가 사는 것에 대해 그림이 좀 잡히냐고 물었더니 금방 대답을 못한다.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다고. 그렇다. 이 책은 그러라고 만들어진 책인 것 같다. 도시에서 시골이든, 시골에서 도시로 가는 것이든, 자기가 살던 터전을 떠나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가끔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시골 가서 농사 지으며 사는 것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을 땐 저건 아니다 싶다.
저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 내린 결정이었고 실제로 건강, 경제, 학업, 일 등, 어느 것 하나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고 어려운 상황은 계속된다. 결혼을 하여 배우자가 있다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어려운 시기에 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힘과 용기가 되기도 한다. 저자에게는 후자의 경우였다고 생각된다. 그림책 공모전을 준비하며 불안한 상황이기는 남편인 저자와 마찬가지였지만 좀 더 현실적이면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아내. 물론 늘 웃고 산 것은 아니겠지만 두권의 책 여기 저기에서 부부의 애정과 믿음이 느껴졌다. 아내가 한국 안데르센그림책 공모전에 당선되어 상으로 덴마크 여행까지 다녀오고 책이 나온다. 책 제목 <라이카는 말했다> 낯이 익어 검색해보니 그럴 이유가 있었네.
2권 마지막에, 그렇게 눈물, 웃음의 2년을 함께 한 집을 집 주인의 요구로 나와야 하는 장면에선 나도 마음이 찡 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경험을 했던 저자에게 앞으로 무슨 어려운 일이 있든 헤쳐나가지 못하랴 하는 응원의 마음이 따라왔다.
이 책 출간 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읽혔으니 이 책을 만들 당시보다 좀 여유있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기가 겪은 것은 있는 그대로, 솔직한 감정으로 책 속에 표현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매력이 있다. 실제로 저자와 그의 아내 사진을 보고서, 책 속에 그림과 많이 닮아서 당연한 사실인데도 재미있었다.
힘든 시간의 경험들이 그의 앞으로의 삶에 보석이 되기를. 누구에게도 그러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