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역열차 -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니시무라 겐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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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를 따로 읽을 필요가 없었다. 이 소설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니까. 이른바 '사소설 (私小說)'이라고 부르는 일본 고유의 문학적 방식이라고 한다.

두편의 짧은 소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의 것이 <고역열차>, 뒤의 것이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 같은 주인공, 시간의 차이가 있을뿐 이어지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지가 연쇄 성범죄를 일으켜 체포된 후로 열아홉살 주인공 간타는 그때 자기의 인생은 종치고 막 내렸다고 생각한다. 학교도 다니다 말고, 친구를 사귈 생각도 하지 않으며 그 나이에 이미 노동으로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생활을 한다. 돈이 좀 모이면 술을 마시고 여자를 찾는 바닥 생활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학교 교육도 제대로 못받고 사회에도 이미 발디딜 구석이 없다고 생각한 그의 유일한 희망은 소설을 쓰는 것. 뒤의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는 그렇게 30대가 된 주인공이 소설을 써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각종 문학상에 도전하며 당선을 갈망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끝까지 도전하는 원로 작가의 모습을 보며 불굴의 의지라고 해야 할 그 자세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뭐라 말하기 힘든 혐오감도 솟구쳐 오르며 그런 유의 헛된 집착에 참을 수 없이 비참함을 느끼고 만다는 구절에 나는 왜 밑줄을 그었을까.

2011년,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이라는데,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을 받을만한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거칠고 되는대로 사는 듯한 그의 바닥생활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것 외에, 내가 놓친 무엇이 더 있는것인지.

자기 고백을 넘어서는 어떤 문학성이나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끝까지.

자기 얘기로 시작은 하더라도 거기에 머물면 안된다고,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동화나 소설을 쓸때 주의점으로 배웠는데 아마도 이 '사소설'이라는 방식은 예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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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3-12-28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문학상 수상한 책들도 우리 나라에 많이 나오지만, 어떤 책은 그래서인지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는 책도 있긴 한 것 같아요. (그건 저만 그런 걸까요?) 그래도 리뷰 읽고 보니까 한 번 읽어보고 싶긴 해요. 2011년 수상작이면 우리나라판으로는 상당히 빨리 나온 책인데요.^^

hnine 2013-12-29 09:14   좋아요 0 | URL
2011년에 144회였다니 도대체 얼마나 오래된 문학상인지...저는 이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집어든 책이랍니다. 도서관에 갈때마다 여러번 제 시선을 붙들던 책인데 계속 다음으로 미루고 있었거든요. 한동안 일본 소설, 수필등 읽어보고 제 취향과 다르다고 생각하여 멀리 했던 적이 있었는데 요즘 조금씩 다시 읽어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