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 내 안의 참나를 만나는 가장 빠른 길 요가 수트라 1
오쇼 지음, 손민규 옮김 / 태일출판사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요가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오쇼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있지도 않다.

이 책보다 나중에 나온 <쉼> 이라는 제목의 책을 먼저 알게 되어 시간 있을 때마다 조금씩, 주로 새벽에 일어나 읽고는 했다. 다 읽은 후 바로 그것의 전편인 이 책 <비움>을 구입하여 역시 시간있을때마다 조금씩 읽던 것을 오늘 드디어 마쳤다. <쉼> 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번역이 잘 된 것인지, 내용이 어렵거나 뜬금 없는 얘기 같은 구석이 전혀 없이 술술 읽힌다. 여러 군데 밑줄도 긋고 포스트잇도 붙여 가면서 읽었는데,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노자의 도덕경과 일맥상통하는 것도 느꼈다. '무'와 '유'는 상반된 것이 아니라 둘이 서로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주는 관계라는 것, 특별히 무엇을 이루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도록 두라고도 했지.

 

밑줄 그은 부분을 다 옮길 수는 없고, 읽으며 뜨끔했던 부분을 소개하자면 다음 구절이다.

사람들은 보통 행복한 사람을 보면 질투를 느끼고 미묘한 경쟁을 시작한다. 행복한 사람을 보면 열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은 항상 불행한 사람을 고른다. 불행한 사람과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불행한 사람을 보면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187쪽)

그래서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친구로 삼으라고 말한다. 뜻밖이었다. 나는 무엇을 착각하며 살고 있었나.

 

과거, 현재, 미래중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지 못하다는 말. 현재는 찰나이기 때문에 그것을 미처 느끼지도 못하고 사는 대신, 과거의 기억 속에서 아쉬워하고 반성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계획하며 사는게 보통이란다. 즉, 과거와 미래만 연결하여 살 뿐이지 현재는 늘 놓치며 산다는 것.

 

겪어보지도 못한 죽음을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은 삶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 떨어짐을 두려워 하면 솟아오름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 처럼. 거부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사랑을 할 수 없는 것 처럼.

 

삶의 본질은 불안전함.

나는 이 말 속에서 안정을 느낀다. 평화를 느낀다. 삶의 본질이 그러한데, 왜 나의 삶은 이러하냐고 불평할 일이 아닌 것이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고, 잔인한 희망으로 오늘을 견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한대로 다 내려놓고 나 자신의 바탕을 보게 되길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의도로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다. 몸도 안 씻으면 때가 끼듯이 마음도 닦지 않으면 때가 끼니까, 마음을 닦을 때 이 책을 가까이 두고 도움을 받고 싶었다. 달을 쳐다본다고 내가 달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달을 바라보는 마음이고 싶었달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3-09-2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을 보는 마음.. 음.. 연휴 내내 달을 실컷 봤는데요, 리뷰를 읽으니 다시 보고싶어졌어요. 달을 보며 마음에 낀 때를 닦아내고 싶어져서요. 어쩐지 그럴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예요.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hnine 2013-09-20 22:13   좋아요 0 | URL
마음에도 때가 낀다는 것 조차 그동안 모르고 살았어요.
저만 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달도 저를 내려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땃해지더군요 ^^
이번 추석 연휴는 날씨가 참 좋았어요. 달구경도 덕분에 실컷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