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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일곱 시, 나를 만나는 시간
최아룡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나를 만나는 시간. 제목을 잘 지었다. 오후 일곱시가 아닌 늦은 일곱시라는 말도 잘 어울리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을 사는 동안 사람은 참 여러 가지 종류의 상처를 받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으려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대학원 박사 과정 재학중 회식 자리에서 지도교수로부터 성추행이라는 일을 당하면서 인생의 한 전환점을 찍게 된다. 사건을 공론화하고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는 온몸에 두드러기와 탈진 상태, 새벽마다 찾아오는 가려움증, 불에 데인 듯한 열기, 불면이라는 후진통을 가져왔다. 너무 고생스럽고 절망스러워 죽으려는 생각도 해보았다는데,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조용히 숨만 쉬며 살자는 생각으로 아픈 상처 보듬고 살아보기로 했단다. 하지만 상처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아물던가. 벌써 1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2% 정도는 비워지지 않은 채 한구석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러고서 배우게 된 요가는 그녀에게 새로운 힘이 되었고 자그마한 요가원을 열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상처를 잘 알기에 요가원에 오는 사람들의 상처를 더 잘 어루만져 줄 수 있었고 새로운 소통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 책은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요즘은 요가 마저도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요가는 나의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고, 주위의 다른 자극으로부터 벗어나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다. 내 마음 속에 있는 허식과 욕심을 내려놓고 빈 마음이 되는 시간. 빈 마음이 되어야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된다,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책 중간에 요가의 동작이 간단한 글,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따라해보았다. 물구나무서기는 못하겠지만 나머지 동작들은 그런대로 흉내는 낼 수 있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담 사례들은 읽는 동안 좀 지루하기도 했다. 상담 사례에 페이지를 좀 덜 할애하고 저자의 치유 노력, 느낌, 생각을 더 깊이, 많이 다루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살아있는 동안 상처없이 살 수는 없다. 저자의 말대로 상처는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고 극복하며 사는 것이지 결코 마음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삼스럽게 마음에 다가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