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양 시리즈로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책이 출판사의 홍보 결과인지 요즘 부쩍 리뷰가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디베이트 (토론) 월드 이슈 시리즈' 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나온 책들의 제목을 보니 과연 토론의 주제가 될만한 것들로 뽑았구나 싶었다. 그중 제목이 유전공학인 것을 구입하여 읽어보았다. 겨우 100쪽 정도 되는, 생각보다 얇은 책이다.
어떤 방면의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이 책에서는 유전공학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정보를 전달해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한 시간만에 다 읽어버렸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유전공학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간단하게 알려주는 정도의 책이라고 보면 된다. 유전공학이라는 분야에서도 특히 이런건 한번 토론의 주제로 삼을만하다고 할만한 힌트도 찾지 못했다.
내가 밑줄 그어 놓은 곳은 큰 주제와 상관없이 그저 지금까지 모르던 몇가지 사항을 기억해놓기 위한 것.
- Arabidopsis라고 부르는, 실험실에서 많이 사용되는 식물의 우리말 이름이 '애기장대'라는 것을 알았고, 이 식물에 폭발물을 감지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실험에 성공했는데 폭발물이 이산화질소 기체를 방출하는 특젓을 이용한 것이라는 것. (79쪽)
- 운동 능력을 높이기 위해 운동 선수에게 주입하던, 현재는 사용 금지된 약물 중에 EPO (erithropoietin)도 있었다는 것. 이건 조혈작용에 관련된 일종의 호르몬인데 적혈구의 생산량을 늘려 근육의 지구력을 높이는 효과를 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 특허란 원래 발명가가 자신의 발명품을 법적으로 등록하는 제도이다. 1980년 이후에 등장한 유전자 특허는 그렇다면 합당한가? 유전자 특허를 받으려는 사람은 유전자의 새로운 염기 배열을 확인하고 그것이 세포 내에서 무엇을 생산하는지 명확히 알아내야 하며 그 생산물의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 즉 유전자 특허는 발명품이 아니라 있는 유전자의 특성을 규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유전적 소외층'이라는 용어
-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심각한 유전적 질환을 고치는 것을 분명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지 못하거나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혹은 키가 크게 자라지 않는 원인을 꼭 고쳐야 하는 걸까? (93쪽)
- 세포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유전자는 세포 내에 존재하는 다른 유전자로부터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 하나만 바꿔넣는다고 해서 예상한대로 결과를 얻으리라고 보면 안된다.
기대보다 싱겁게 읽어서 좀 아쉽다.
유전공학이 우리 인간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냐, 아니면 반대로 부정적인,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냐. 흔히 토론의 주제로 많이 등장하는 문제인데, 그것을 왜 유전공학이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바로 그것에 대해 열을 뿜으며 토론을 하고 있는 우리 인간의 판단과 이용에 달려있는 것을.